지난 2025년 10월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에서 시작된 비트코인 약세장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과 덴마크의 그린란드 갈등, 미국 가상화폐 시장 구조 법안 지연이 추가적인 악재로 비트코인 발목을 잡았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대법원의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 위헌 판결과 재점화된 중동 지정학적 갈등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업계는 비트코인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반등을 위해서는 미국 가상화폐 법안, 지정학적 긴장 해소, 글로벌 통화 정책 완화 등의 요인이 동시에 개선돼야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현재 비관적인 비트코인 시장 전망이 실제 상황보다 부풀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은 엇갈리고 있다. 대학 기금, 연기금, 국부펀드 등 장기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는 반면, 헤지펀드 및 투자 자문사 등 단기 거래자와 큰손 투자자는 매도에 나서고 있다. 비트코인 약세 속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화폐) 시장은 역대 최악 수준의 침체를 겪고 있다. 시세 형성에 영향을 주는 비트코인 채굴 업계는 보유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 다만, 채굴 업계의 매도는 수익성이 떨어진 비트코인 생산 사업을 다각화하고 생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채굴 업계는 최근 인공지능과 데이터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 사진=foto.wuestenigel
가상화폐 업계 전체 흐름을 볼 때 비트코인 시장은 올해 2분기 중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올해 2분기 또는 3분기 중 가상화폐 시장 구조 입법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오는 5월 신임 미국 중앙은행 의장 취임 일정이 반영된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정책적 변화가 맞물릴 경우, 비트코인 시장이 장기 약세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란 갈등서 시작된 비트코인 약세장 분석 현재 비트코인 약세장은 지난 2025년 10월 중동에서 촉발된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에서 시작됐다. 당시 업비트 가상화폐 거래소 기준 1억 7,986만 원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1억 6,427만 원의 종가로 10월을 마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지정학적 위기 상황 속 비트코인은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처럼 움직인다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지난 2025년 12월에는 '산타랠리'가 기대됐으나, 급등세를 보인 미국 국채 금리에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유동성이 위축되며 시장 침체 분위기가 지속됐다. 당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4.20%로 3개월 최고치를 경신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연말 결산 목적으로 장부를 마감하고 수익을 확정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북 클로징' 활동도 가상화폐 시장 유동성을 위축시켰다. 1월에는 그린란드 지역에서의 미국과 덴마크의 에너지 안보 문제가 새로운 시장 변수로 떠올랐다. 양국의 에너지 인프라 통제권을 둘러싼 긴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상승 우려를 낳았다. 중동 갈등 이후 비트코인은 투자 시장에서 위험자산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 지난 2025년 10월 이후 비트코인 시세 변화 추이(사진=업비트)
같은 시기 미국에서 사그라든 가상화폐 시장 구조 입법 활동도 비트코인 상승 동력을 약화시켰다. 미국 상원의회 은행위원회는 당초 지난 1월로 예정했던 현지 가상화폐 시장 구조 법안 의안 심사를 무기한 연장했다. 현금성 가상화폐인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조항을 두고 미국 은행 업계의 반발에 현지 상원 은행위원회의 가상화폐 시장 구조 법안 의안 심사는 잠정 중단됐다. 올해 2월에는 미국 대법원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 관세 정책 위헌 판결과 차기 현지 중앙은행 지명자 공개 등의 소식이 비트코인 시장을 흔들었다. 월말에는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하는 지정학적 갈등에 투자 시장 불안이 가중됐으나,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약세가 지속됐기 때문에 치명적인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비트코인 약세 지속 '한목소리'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의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가상화폐 관련 법안과 같은 내부 제도적 요인과 지정학적 갈등 완화와 글로벌 통화 정책 완화 등 거시 환경의 변화가 함께 나타나야 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비관론이 시장 실제 분위기보다 과장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비트파이넥스(Bitfinex) 가상화폐 거래소 분석진은 이달 보고서에서 유가 등 에너지 시장을 가장 큰 비트코인 시세 변수로 지목했다. 유가상승이 에너지 가격 문제에 그치지 않고, 미국 실질 국채 수익률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경우, 금융 시장 유동성이 줄어 위험자산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 비트파이넥스는 비트코인 단기 흐름이 가상화폐 시장 내부 이슈보다 유가, 국채 수익률, 미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추이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사진=비트파이넥스)
미국 금융사인 씨티그룹(Citi Group) 지난 2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시장 방향성이 정책 및 수급 신호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미국 가상화폐 시장 구조 입법에 대한 현지 상원의회 정치적 이견이 투자 심리를 제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주요 은행사인 도이체방크(Deutsch Bank) 분석진의 경우 지난 1월 중순 연기된 미국 가상화폐 시장 구조 입법이 비트코인 시장 안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시장 내부에서는 비트코인 약세가 '4년 주기론'에 따른 결과라는 진단도 있었다. 비트코인 초기 개발자인 아담 백(Adam Back)은 '4년 주기론' 시장 패턴을 봤을 때 현시점은 비트코인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시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4년 주기론'은 비트코인 가격이 약 4년마다 일어나는 반감기(halving)를 기준으로 가격이 일정한 패턴을 반복한다는 이론이다. 반면, 블록체인 분석 업체인 케이33리서치(K33 Research)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상화폐 파생상품 시장 지표를 토대로 비트코인 시장 최악의 국면이 지나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분석진은 최악의 국면이 지나간 것이 반드시 즉각적인 반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장기·개인 매수 vs 단기·큰손 매도' 국면 비트코인 시장 참여자 활동은 엇갈리고 있다. 크게 봤을 때 장기 자금 및 개인 투자자는 매수를, 큰손과 단기 시장 참여자는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 약세에 알트코인 시장에서는 역대 최악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 사진=foto.wuestenigel
코인쉐어스(Coinshares) 가상화폐 자산운용사에 따르면 대학 기금, 연기금, 국부펀드 등의 장기 자금 기관은 최근 약세장에서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렸다. 0.01개 미만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도 최근 자산 시세가 7만 4천 달러(한화 약 1억 991만 원)에 도달했을 때 큰손 시장 참여자의 물량을 받아냈다. 그러나 10개에서 1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큰손 투자자들은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3일 사이 집중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후 3월 4일에 매집 물량의 약 66%를 털어낸 것으로 블록체인 분석 업체인 샌티멘트(Santiment)를 통해 드러났다. 샌티멘트는 개인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사고 큰손이 파는 상황을 두고 가격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알렸다. 투자 자문사와 헤지펀드의 경우 포트폴리오 조정과 레버리지(차입) 축소를 위해 일부 포지션을 정리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현재 알트코인 시장 침체는 지난 2022년 에프티엑스(FTX) 거래소 파산 사태보다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인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지난 3월 첫째 주 기준 전체 알트코인의 약 38%가 역대 최저가 부근에서 거래됐다. 이달 초 최저가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는 알트코인 비율은 미국 관세 정책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 2025년 4월의 35%와 에프티엑스 거래소 파산 당시의 37.8%를 웃도는 값으로 집계됐다.
▲ 지난 3월 첫째 주 기준 전체 알트코인의 약 38%가 역대 최저가 부근에서 거래됐다(사진=크립토퀀트/ 다크포스트)
유동성 플랫폼 엑시스(Axis)의 경우 최근 알트코인 시장 침체가 '유동성 블랙홀'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유동성 블랙홀'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 시장에 자본이 집중되며 알트코인 시장 자금을 이탈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채굴 업계는 비트코인 매도 '이유는' 비트코인 시세 형성에 영향을 미쳐온 가상화폐 채굴 업계는 보유 자산을 정리 중이다. 가상화폐 채굴 업계의 보유 비트코인 판매는 수익성 부진으로 인한 사업 다각화를 토대로 한다.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전문 매체인 더에너지맥(TheEnergyMag)의 3월 첫째 주 뉴스레터를 통해 가상화폐 채굴 상장사들이 지난 2025년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1만 5천 개의 비트코인을 처분했다고 소개했다. 더에너지맥에 따르면 지난 2025년 10월 이후 비트코인 처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채굴사로는 '캉고(Cango)', '비트디어(Bitdeer)', '라이엇플랫폼스(RIOT)', '코어사이언티픽(CORZ)', '마라홀딩스(MARA)'가 있다. 현재 가상화폐 채굴 기업들의 대규모 비트코인 투매는 수익 실현이 아닌 생존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 시장에는 비트코인 채굴사들의 인공지능 및 데이터산업 부문 진출이 신규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 사진=foto.wuestenigel
가상화폐 파생상품 옵션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6만 달러(한화 약 8,802만 원) 하회 가능성에 대비해 풋(매도)옵션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이달 초 데리비트(Deribit) 거래소를 통해 밝혀졌다. 투자자들이 매수 중인 비트코인 풋옵션은 6개월 또는 1년 만기 상품으로, 6만 달러(한화 약 8,802만 원) 이하의 가격에 비트코인을 팔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글로벌 가상화폐 운용사 매트릭스포트(Matrixport)의 경우 옵션 시장 투자자 공포 심리 지표인 내재변동성이 기존 65%에서 50%까지 내려오며 풋옵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 높은 변동성은 투자자 공포가 커졌다는 의미로, 반대로 낮은 값은 긴장감 완화로 풀이된다.
향후 관건은 미국 '가상화폐 법안'과 '중앙은행' 향방 가상화폐 업계 흐름을 종합했을 때 비트코인 시장 분위기는 이르면 올해 2분기 중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 발간된 오는 2분기 또는 3분기 내 미국 가상화폐 시장 구조 입법 진행 전망과 5월 신임 미국 중앙은행 의장 취임이 반영된 관점이다. '엑스알피(리플)' 가상화폐 발행사인 리플(Ripple) 최고경영자는 오는 4월 미국 가상화폐 시장 구조 법안 통과 가능성을 80%로 제시 중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 행정부가 입법 과정에 직접 개입 중인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사진=foto.wuestenigel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가상화폐 업계 대표들과 전통 은행권 관계자들을 소집해 스테이블코인 수익률 관련 정책안 조율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제이피모건(J.P.Morgan) 투자은행의 경우 올해 중반 가상화폐 시장 구조 법안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제이피모건은 가상화폐 시장 구조 법안이 승인될 경우, 가상화폐를 원자재 상품과 증권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체계가 도입돼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판단 중이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케빈 워시(Kevin Warsh) 미국 중앙은행 의장 후보자의 경우 가상화폐 업계에서 친(親) 시장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과거 수차례 발언을 통해 비트코인을 통화 체제 위협 요소가 아닌, 정책 점검 장치로 표현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케빈 워시 지명자가 강한 물가 안정 성향과 시장 친화적 시각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투자 은행 출신의 케빈 워시 지명자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부시 및 오바마 행정부에서 현지 중앙은행 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 비트코인
지속되는 가상화폐 약세장에 시장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트코인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 대안 자산을 넘어 글로벌 거시 경제 시스템 고리에 편입되고 있다는 형국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주식시장 호황 속에도 침체했던 비트코인 시세가 정책 수립 및 글로벌 정세 개선으로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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