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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에세이]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202.136) 2007.04.26 13:50:20
조회 1727 추천 0 댓글 3

2. 국민의 머슴 10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

kms24.JPG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1997년 4월 한보청문회 때 서울구치소에서 내가 한 말이다.교도소 담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네 담장과는 많이 다르다. 교도소 담장은 높고 끝이 둥글게 생겼다.때문에 죄수가 교도소 담장 위를 넘어 탈출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둥글게 생긴 담장을 손으로 잡는다 하더라도 힘을 주면 금방 미끄러져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 준 기업인과 돈 받은 정치인이 나란히 엮여 굴비처럼 감옥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무수히 봐 왔다.

  한보청문회 때는 서울구치소에 갇혀있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어찌나 많은지 청문회 자체를 아예 서울구치소에서 진행한 일이 있었다.꼬박 7일간 서울 구치소 담장 안에서 진행된 청문회는 구치소가 생긴 이래로 처음있는 일이었기에 세인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국민들은 돈 받은 정치인과 돈 준 기업인이 벌을 받는 장면을 지켜보며 가슴을 쳤다.
 
  나라일 잘 하라고 뽑아놓았더니 뒷구멍에서 돈이나 받고 죄수복입고 감옥이나 가는 신세가 되었으니 국민들의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수한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가는 걸 끊임없이 지켜보는 일은 이제는 놀랄 것도 없는 일이 되었다.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뒤돌아보니 정치인 중에 큰 소리 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몇 있을까? 가까운 동료의원이 오랏줄에 묶인 채 불려나와 청문회석에 앉았을 때의 기분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착잡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 국회의원회관에서 잘 지내던 사이였는데 이제 나는 질문을 하고, 동료의원은 죄수복을 입은 채로 답변을 해야 하는 관계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정치인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나이라면 동료 의원은 아차 하다가 교도소 안쪽으로 미끄러진 사람들이고 우리는 아직 교도소 담장 위를 위험천만하게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말은 여러 신문의 한 코너를 장식하며 회자되기도 했다.

  사실 서울구치소라면 누구 못지않게 큰 집처럼 살았던 내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청문회에서 신문을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뭐 그리 대단하게 누구를 다그칠 만큼 잘난 점도 없었다.만약 우리 정치판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떤 정치인이든 구치소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신세라는 걸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났다.

  나는 지금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으로 정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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