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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에세이] 내 이름은 김결식

운영자(202.136) 2007.05.01 15:36:30
조회 860 추천 0 댓글 0

2. 국민의 머슴 10년


  내 이름은 김결식



  1999년 추가경정 예산안의 마지막 조율을 위해 3당 원내총무가 만나고 있는 국회 귀빈식당에 나는 예고도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고 이렇게 할 수 있느냐? 모든 국회의원이 다 동의하면서 왜 결식아동 지원 예산은 배정하지 않느냐?”고 고함을 질러댔다. 총무회담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니 김의원은 계수조정 소위원이면서 거기서 해결하지 왜 버릇없게 여기까지 와서 난리야?”
우리 당 이부영 총무는 그래도 나를 이해하였지만 다른 당 총무들은 갑자기 무슨 난장판인지 몹시 불쾌해 했다. 예산결산위원을 하다 보면 예산관련 민원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결식아동에 관한 민원은 한번도 받아 보지 못했다. IMF가 터지고, 실직자가 급증하고, 가정파탄이 일어나고, 노숙자가 쏟아지고, 아이들이 밥을 굶는 상태가 되었는데도 이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민원은 한 건도 접수가 되지 않는다. 목소리가 작기 때문이다.
 

  내가 결례를 무릅쓰고 총무회담장에 쳐들어 간 것은 나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식아동 급식예산은 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한나라당 예산 위원들에게 이야기하니까 모두 공감을 하고, 당시 내가 소속된 ‘도시영세민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결의안까지 채택하면서 나를 지원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부가 결식아동예산이 증액되면 다른 예산이 깎일까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모자라는 예산은 민간에서 성금으로 때우겠다고 했다.

  결국 결식아동 예산은 목소리가 큰 다른 예산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사라질 판이었다. 이 때 만약 결식아동들이 100명이라도 국회 앞에 몰려와서 한 번만 시위를 했다면 당장 예산이 확보되었을 텐데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가 없었다. 나는 “나라도 미친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예산안 최종 조정을 하고 있는 총무회담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의 시위가 여야 정당과 정부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겠지만 상당한 충격을 주었던 것은 틀림없었다. 75억원의 예산이 추가확보 됐다. 본 예산 80억원에 정부가 제출한 46억원과 예결위에서 추가 확보된 75억원을 더하면 총 201억원의 결식아동 지원예산이 잡힌 것이다.

  그러나 이 돈으로는 당시 15만여명이나 되는 결식학생들을 다 먹일 수는 없었다. 나는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표결처리를 요청했다. 다른 의원들이 펄쩍 뛰었다. ‘결식아동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겠다는 나를 거부할 명분이 약했다. 
 
  모든 의원들이 나 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된다는 이유로 나를 한사코 말렸다. 국회 역사상 예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는 언제나 여야 합의로 안건을 처리했으므로 표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배의원들의 고함소리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김문수! 너만 잘났냐?”는 왕따 발언이 나를 위협했다. 그러나 나는 굽히지 않았다. 표결 결과 나는 졌다. 허탈했다. 그러나 굽히지 않았다. 예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또 표결을 요청했다. 또 졌다.
  절망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굽히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에서 또 반대 토론을 했다. “결식아동에게 밥을 줄 책임이 국가에 있는데 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성금에 의존토록 하느냐?”는 나의 항변은 또 졌다. 그대로 예산안이 통과되어 버렸다. 나는 허탈했다.
 
  “이 따위 국회가 무슨 민생국회냐”하는 분노가 솟구쳤다. 거대한 제도 가운데 나는 너무나 자그마한 존재였다. 동료의원들은 “단일 사안으로 그 정도라도 반영되었으면 대단한 거 아니요? ‘김결식’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야”라며 위로했다.

  어느새 내 별명이 ‘김결식’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나는 밥 굶는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해 매달 선생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들, 점심식사 시간만 되면 다른 아이들 옆을 피해 먼 하늘만 쳐다보는 아이들을 방치한 채 우리 교육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까? (1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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