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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에세이] 도루코 노조위원장

운영자 2007.08.16 13:34:05
조회 2622 추천 0 댓글 2

3. 스물에서 마흔넷



  도루코 노조위원장





  1976년 2월 나는 귀중한 체험의 장소였던 한일공업주식회사에 월급 5만원을 받고 보일러 조수로 취직했다.

  내가 한일공업에서 노동운동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1977년, 대학 나온 사람도 다 떨어지는 공해관리시험에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합격을 했다.
 
  회사에서는 자격증이 필요하니까 나를 현장에서 바로 공무과로 발령을 냈고, 보일러 집진기와 폐수처리장 등 공해방지공사를 내게 맡겼다. 자격증도 몇 개 가지고 있는데다가 대학 나온 사람도 붙기 어렵다는 공해관리시험에도 합격해 자연히 현장에서는 내가 대단한 천재인 양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겸손하고 사람 좋은 인물로 통하게 되면서 나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그러던 중 회사 측의 심한 탄압으로 개점휴업 상태로 있던 노조가 1978년 다시 조직되었다.
이 때 반장급들이 적극 권유하여 나를 노조에 가입시켰고, 나는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직책을 요구하여 노조의 교육선전부장이 되었다. 현장노동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회사는 곧바로 노조간부와 반장들을 상대로 회유 작업을 했다. 노조를 그만두면 모든 일은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지지부진해졌고, 노조의 운영을 맡아서 뭔가 보여 줄 사람은 김문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덕분에 나는 교육선전부장에서 바로 분회장 직무대리를 맡게 되었다. 직무대리 꼬리표를 떼는 1979년 노조총회를 앞두고 회사는 노골적으로 압박을 해왔다. 노조가입자를 종전과는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고, 100여명을 해고시켰다.

  또한 노조총회를 앞두고 노조상임집행위원 간부 19명 중 16명과 대의원들을 완전히 포섭했다. 하지만 나는 승부수를 던졌다. 조합원의 총회를 통한 분회장 선출이었다. 총회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른 길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총회장의 분위기는 열광 그 자체였다. 분회장 선거에서 총 조합원 800여 명 중, 회사 측 조합원 100명은 조기 퇴근하고, 나머지 700명 중 반대 2표를 제외하고는 조합원 전원의 절대적인 찬성을 얻어 분회장에 당선되었다.

  조합원들은 회사의 음모를 분쇄한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이후 나는 어용노조를 현장 노동자 중심의 조합으로 완전히 탈바꿈 시킬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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