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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에세이] 마흔 네 살 대학생

운영자 2007.09.12 09:25:09
조회 2227 추천 0 댓글 3

3. 스물에서 마흔넷


  마흔 네 살 대학생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하고 대학 제적자들에게 복교조치가 내려졌다. 1975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2학기를 다니다가 제적된 나에게도 자식같은 신입생들과 어울려 수업을 받을 기회가 주어졌다.  

  마흔 셋,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학교를 다니려니 어려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식 또래의 빠릿빠릿한 학생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컴퓨터나, 생산관리, 통계학 등 수학적 기법이 많이 쓰이는 과목은 고전을 면하기 어려웠다. 때늦은 공부는 나를 몹시 힘들게 만들었지만 서울대학교 교수나 학생들이 모두 나를 운동권 대표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자지 않고 숙제도 하고 시험공부도 열심히 했다.  

  가능하면 강의도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늦깎이 대학생을 측은히 여긴 교수님들은 비교적 후한 성적으로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1970년에 입학해서는 일부러 성적을 안 좋게 받으려고 애를 썼는데, 뒤늦게 조금이라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복학한지 1년 만이요, 입학한지 24년 6개월 만인, 94년 8월에 나의 아내와 딸 동주, 지역주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졸업을 했다. 참으로 감회가 새로운 졸업식 날, 나는 그 누구보다도 돌아가신 부모님께 졸업장을 바치고 싶었다.

  문중의 별이었던 아들의 졸업장을 끝내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부모님께 곡절 많은 눈물의 졸업장을 자랑스럽게 안겨드리고 싶었다. 그날 나는 졸업장을 받으라는 부모님의 유언을 늦게나마 받들 수 있게 해준 모든 상황에 대해 감사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졸업장 안에 들어있는 역사의 무게와 동지들의 눈물과 한숨을 떠올리며 1970, 80년대 내내  반독재투쟁의 선봉에 섰던 나의 모교 서울대학교를 생각했다. 어두운 시절, 양심의 등불을 밝히던 서울대학교는 역사 앞에서 결코 부끄럽지 않았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처절한 희생을 자양분삼아 우리는 지금의 민주주의와 인간의 자유를 이루어 냈다. 굽이굽이 새겨져있는 내 젊은 시절의 아픈 상처를 누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했어야 할 그 일을 조금 더 용기 있었던 내가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인간의 자유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 속에서 성숙해졌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그 길을 내가 걸어왔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최선의 헌신을 
  피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소임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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