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곽영훈 에세이] 글을 시작하며..

운영자 2005.12.19 21:15:49
조회 2750 추천 0 댓글 22

 
장충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2005년) 

   이른 새벽 남산 기슭을 오르기 시작한 지도 십수년이 지났다. 세상살이 근심 걱정을 떨쳐 버리고 남산의 자연을 벗삼아 보내는 시간은 나를 정진하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나 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남산의 소나무들을 살리기 위해 소나무들의 뿌리를 잠식해 가는 아까시나무와 잡목들, 칡넝쿨 등을 제거해 주는 일과 쓰레기 치우는 일에 참여한다. 이제는 아름다운 조선 소나무 공원이 제 모습을 찾는 것을 바라보며 새벽 환경미화원으로서 오르는 발걸음이 너무도 상쾌하다. 남산 동편 언덕에 오르면 서편에는 남산 정상이 보이고, 북쪽에는 많이 변해 버린 서울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문득 그 그립던 시절 화동 언덕에 있는 학교에서 쪼르르 골목길을 내려오며, 왁자지껄 정겹게 떠들던 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듯하다. 어린 시절의 그리움이 가슴속 깊이 자리하고 있기에 나는 옛 모습을 간직한 대학로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는지 모른다. 획일적인 사고의 결과로 아파트 단지가 되어 버린 대학로를 생각하며 며칠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정신 없이 뛰어다니며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땀으로 범벅이 된 나의 작은 노력의 결과로 오늘날의 대학로가 존속하고 있음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경기고 3학년 때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1962년)

  마음이 울적하거나 생각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때마다 나는 대학로를 찾는다.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내 마음도 즐거워지고 활기찬 의욕이 솟구친다. 더욱이 이곳 대학로가 삶의 활력소가 되는 문화의 전당이 되어 우리의 내일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는 점은 나를 더욱 고무되게 한다. 대학로는 젊음이 있고 낭만이 있으며 서로가 인생의 멋을 나눌 수 있는 곳이기에 나는 오늘도 이곳에서 서울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주 이치에 따르면 지구 위의 모든 지점은 같은 곳이 없고, 한 명도 같은 사람이 없다. 나는 이 점을 ‘우리위분성(宇理位分性)’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사람도 그 사람이 가진 특유의 우리위분성의 씨앗대로 열매를 맺게 해야 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키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사과는 사과같이, 배는 배같이, 복숭아는 복숭아같이 키우고 필요한 수만큼 열매를 맺게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한 교육제도와 지식혁명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MIT에서 Charlestown 대학교 설계연습

  21세기는 바로 그런 인식에서 출발했다. 농업 혁명, 산업 혁명 다음에 오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면서 태동시키고 있는 지식 혁명이다. 나는 현대 사회의 맹점을 두 가지로 보고 새 시대의 변환을 추구한다. 첫 번째는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현대 산업 문명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연스럽게 오래 지켜진 고유 문화들을 배척하는 현대 산업 문명의 원천적인 문제, 즉 동이불화(同而不和)의 차원을 바꾸는 변환을 촉진하여 새롭게 가닥을 잡아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21세기는 인간 개개인과 지구 곳곳의 다름을 알고 같이 살아가는 문명으로, 지구촌 문명 시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대학로도 설계했고 한강 종합 개발 계획도 수립했다. 남북한이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는 ‘평화 교육 도시’를 DMZ 근처에 제안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세계 시민이 정체성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랑방 도시’를 세계 모든 나라의 해안이나 국경 근처에 제안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다음 2000년을 바라보는 긴 생각을 해야만 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백두대간이 두 동강나고 조화로움이 훼손되는 개발 정책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민족은 지구촌 곳곳에서 지식 혁명을 움트게 하는 평화 배달 민족이기에 미래의 밝은 희망을 갖게 된다. 바라기는 이제 서울을 중심으로 동서양과 남북세계를 합쳐 하나된 지구촌 문명의 철학이 태동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다 보니 글의 구성이 면밀하지 못해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내 나름대로 치시(治市)의 원리에 기초한 삶의 철학과 국가 경영 지침서를 쓸 것이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2004년 '대락로에서 서울의 미래를 꿈꾼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책은 자료 모음의 가치만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고 싶다.

    졸고로 꾸며진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분들의 신세를 졌으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이 그분들을 위한 길이라 여겨지기에 밝히지 않기로 한다.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열망하며 이 글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42 [곽영훈 에세이] 모두가 아름답고 행복한 삶터를 위해 [58] 운영자 06.02.13 6358 5
41 [곽영훈 에세이] 웃음이 있는 동심, 아름다운 학교 [5] 운영자 06.02.10 3039 0
40 [곽영훈 에세이] 더 이상 죽이지 마라! [6] 운영자 06.02.09 3272 2
39 [곽영훈 에세이] 세계와 인류의 심장부 [2] 운영자 06.02.08 1954 1
38 [곽영훈 에세이] 세계를 향하여 [2] 운영자 06.02.07 1949 0
37 [곽영훈 에세이] 서울의 ‘전문의사’를 꿈꾸며 [3] 운영자 06.02.06 2363 1
36 [곽영훈 에세이] 서울과 함께 신음하고 아파하며 [4] 운영자 06.02.03 2580 0
35 [곽영훈 에세이] 만신창이가 된 서울 [3] 운영자 06.02.02 2660 0
34 [곽영훈 에세이] 통일 평화시(統一 平和市) [3] 운영자 06.02.01 2508 1
33 [곽영훈 에세이] 현실로 다가온 엑스포의 꿈 [6] 운영자 06.01.31 2376 0
32 [곽영훈 에세이] 올림픽의 평화 정신은 이어져야 한다 [3] 운영자 06.01.27 2495 0
31 [곽영훈 에세이] 영원히 꺼지지 않을 평화의 불 [4] 운영자 06.01.25 2651 0
30 [곽영훈 에세이] 고르바초프에게 보낸 두 통의 편지 [5] 운영자 06.01.24 2550 0
29 [곽영훈 에세이] 제발 도와주세요!! [2] 운영자 06.01.23 1932 0
28 [곽영훈 에세이] 올림픽 공원, 짬뽕이 되다 [5] 운영자 06.01.20 2708 0
27 [곽영훈 에세이] 한강 종합 개발 프로젝트 [5] 운영자 06.01.19 2887 0
26 [곽영훈 에세이] 세계의 꿈과 희망 올림픽 유치 [2] 운영자 06.01.18 1733 0
25 [곽영훈 에세이] 세계인을 위한 사랑방 '영종도' [2] 운영자 06.01.17 2150 0
24 [곽영훈 에세이] 지구촌의 새로운 도시들 [2] 운영자 06.01.16 2204 0
21 [곽영훈 에세이] 수도를 옮겨라! [3] 운영자 06.01.13 3111 0
20 [곽영훈 에세이] 전국이 꿈을 가진 도시로 [2] 운영자 06.01.12 1643 0
19 [곽영훈 에세이] 지하철 2, 3호선 제안 [6] 운영자 06.01.11 2784 0
18 [곽영훈 에세이] 정주영 회장과의 인연 [7] 운영자 06.01.09 2367 0
17 [곽영훈 에세이] 멋진 한강 만들기 [5] 운영자 06.01.06 2087 0
16 [곽영훈 에세이] 아름다운 서울 만들기 [2] 운영자 06.01.05 1716 0
15 [곽영훈 에세이] 배워서 남줘라! [5] 운영자 06.01.03 2253 0
14 [곽영훈 에세이] 대학로를 살려라! [3] 운영자 06.01.02 2259 0
13 [곽영훈 에세이] 남대문과 남산이 끙끙 앓는 소리 [3] 운영자 05.12.30 2470 0
12 [곽영훈 에세이] 김대중 씨를 위한 장미 한 송이 [6] 운영자 05.12.29 2384 3
11 [곽영훈 에세이] 큰 안목 큰 숙제 [6] 운영자 05.12.27 2817 0
10 [곽영훈 에세이] MIT와 하버드에서의 추억 [5] 운영자 05.12.26 3375 0
9 [곽영훈 에세이] 징기스곽 [6] 운영자 05.12.23 1865 0
8 [곽영훈 에세이] 무일푼으로 미국 유학 가다 [8] 운영자 05.12.22 2872 0
7 [곽영훈 에세이] 케네디 대통령과의 만남 [6] 운영자 05.12.21 2253 0
[곽영훈 에세이] 글을 시작하며.. [22] 운영자 05.12.19 2750 0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