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해요.

놀라웠을 거야.

모두가

멸시하면서도

두려워하고

가까이 할 배짱도 없으면서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만

만나 왔던

소로서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똑바로

마주한 채

사과하라는

명령어를

내뱉는

눈 앞의 그녀가

그러니까

물을 수 밖에

없었던 거지.

니가 뭔데?

근데

이 아이 반응이,

재미있어.

나 해수요.

주욱

계속해서

거침없던 아이가

머뭇,

하더니 말하네,

제 이름을.

(사실 해수에게도

꽤 인상적인 '처음'이었을 거야.

그건

그녀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소리내어 말한

순간이었으니까.

"나는 해수"

라는

정체성을 긍정하는

순간.)

(갑툭 TMI에 슬그머니 올라가는 입꼬리는 무엇?

안물안궁인데...왜 때문에 미소요, 황자님?)

너는 신분이 어떻길래

황자한테 대드냐고?

쑥스러운 마음에

괜시리 을러 보지만,

그 눈에서

개늑대의 살기는

사라진 지 오래.

어느 새

또래 아이와 투닥거리는

열 일곱 사내아이가

되어 있는 거지.

당연하잖아?

기껏 벼르고

날을 세워 봤댔자,

워낙은

돌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그런 나인데.

어쩌면

자신에게

꼭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우기는

이

소녀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을지

몰라.

소는

단

한 번도

사과를

받아 본 적이

없으니까.

이 때도

이 때도

이 때도

사과라는 걸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사과라는 걸

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으니까.

사과?

그게 뭔데?

그런데

그러는 거야,

이 애는.

당신이

황자든 뭐든,

내가

노비든 공주든,

나는

사과를

받아야겠다,

꼭.

높으신 분일수록

더

당당하고

공정하고

깍듯해야

하지 않느냐!!!

말하자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는 거지.

결국

소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지.

(나도 그랬으면 좋았겠다, 그럴 걸 그랬구나, 그리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지.)

좋아.

그래서

짐짓

위협사격을 해 본 거야.

먹히나,

안 먹히나.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나면,

넌

죽어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지

?

그나저나

죽인다는

분

미소는

왜

이리

스윗하고

난리냥?

킬링 미,

스윗 소.

(* 사실...이 뒷이야기가 진짠데.

암튼튼튼......오늘은 여기까지.

준쿰, 소쿰,

스윗 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