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애는 연민이고, 남성애는 동경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그 말 듣고 네 생각 했어

그래 전부 너를 대입해서 이해해보려고 해, 습관이야

나는 네 여성성에 끌리는 것 같아, 무한한 연민을 느껴

아무 말도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그거 알잖아? 소리나지 않게 문을 여닫는 거,

읽는 책을 보여주고 싶어서 책등이 의자 쪽으로 오게 정리해두고 가는 거,

기척만 듣고 너를 알아차리는 거, 항상 의식하고 있고 뒤에서 지켜보면서 안정을 찾는거

나는 주문으로 나를 속여보려 했었는데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어

반복해서 되뇌다가 마침내 말이 나를 올라탔던 순간에 대해, 이 실험에 대해,

원해서 만들어 가진 사치와, 말들이 네게 달라붙길 바라는 폭력에 대해.

나는 이미 충분히 대화했다고 생각해... 아주 많이 생각했어.

물어야 할 것들을 물었고 들어야 할 것들을 들었어

미안하지만 너는 네 위에 내가 씌운 허상이잖아 아주 틀린 대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해

그 대화 끝에 나한테 남은 건 뭘까?

시간이 갔어. 3년이야

처음 본 순간부터 이해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내 실험이고, 결론이야

너무 말랐더라 시험 잘 봤으면 좋겠어

너는 단단한 사람이잖아 여태 그래왔듯 잘 할거야

다시 같이 걸을 즈음의 날씨를 가늠해보곤 했는데 필요없어진 것 같다

사라질 수 있어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