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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 지닌 동양의 민중철학

운영자 2009.01.14 14:31:35
조회 1150 추천 1 댓글 2

  그런데 ‘주역’의 이 두 가지 측면만 가지고서는 역학이 동양철학뿐만 아니라 모든 동양인들 개개인에게 미친 긍정적 효용의 측면을 확실히 설명해낼 수가 없다. 특히 ‘주역’이 갖고 있는 철학적 측면은 후대에 이르러 공리공론적인 성리학(性理學)에 의해 왜곡되어 오히려 실용주의의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주역’을 오로지 상징적 총체성의 측면에서 새롭고 꼼꼼하게 음미해보아야 한다. 그러면 역(易)이 단지 운명의 주기를 계시하여 심리적 안정의 단계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인간의 힘, 특히 잠재의식 중심의 ‘마음의 힘’을 통해 바꿀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나온 ‘주역’의 해설서들은 대체로 사람들에게 체념적 결정론을 심어주는 방향으로만 기술되었다. 특히 정치적 기득권과 결탁한 후대의 유교사상에서는, 봉건사회의 계급적 사고방식과 천명론에 의해 민중들을 복종적 심성으로 길들이려는 의도로 ‘주역’을 악용하는 일이 많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주역’에 관련된 책들 역시 그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주역’은 원래 유교적 경전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앞서 인용한 대로 ‘영원히 통하는 상태’를 만들어보려는 적극적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실천철학인 것이다.


  예부터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했거니와, 천명이 아무리 지엄한 것일지라도 인간의 노력으로 천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동양 민중들의 운명관이었다. 서양의 기독교사상처럼 무조건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긍정적 잠재력에 의하여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신념, 이 신념이야말로 동양의 민중철학이 갖고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운명을 바꾸는 힘, 운명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운명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주역’의 행간을 상징적 시각으로 꼼꼼하게 읽어보면, 그것은 역시 마음으로부터 온다. 즉 ‘마음의 힘’에 의하여 인간은 운명의 지배자가 될 수 있고 스스로 신의 위치에 이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주역’ <계사전> 상편에서는 “지변화지도자 기지신지소위호(知變化之道者 其知神之所爲乎, 변화의 도를 아는 자는 신이 하는 일도 알 것이다)”라고 하여 변화의 도(道)를 파악하여 이를 적절히 응용하면 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인간은 그가 생각하는 대로 그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여 움직일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큰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은 편협한 고정관념과 신본주의적(神本主義的) 사고방식, 그리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주역’에서 “신무방 이역무체(神无方 而易无體, 신은 방향이 없고 역은 형체가 없다)”라고 말한 것은, 신의 의지가 이 세상의 길흉화복을 지배하거나 운명을 예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따라서 역(易)의 법칙 또한 어떠한 결정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주역’이 제시하는 ‘심리적 처방’으로서의 운명개척법의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현대심리학의 표현을 빌려 일단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etntion)의 방법으로 파악하였다.


  '역설적 의도‘란 원래 임상심리학의 용어로 독일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고안한 말이다. 거칠고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이 말을 하나의 실천적 섭세법(涉世法)으로 좋아한다. 그리고 이 ’역설적 의도‘의 처세법을 정신치료적 개념과는 상관없이 이미 선험적으로 체득한 이들이 동양의 민중들이었고, 그 이론적 집약이 바로 ‘주역’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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