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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 도덕은 필요없다

운영자 2009.03.19 13:31:06
조회 3030 추천 1 댓글 2

  그렇지만 지존파사건이나 존속살해사건 같은 것은 약간 경우가 달라서, 도덕교육 강화나 사법적 응징의 강화 등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근절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다. 교육제도의 발달은 어쨌든 지식인 수를 늘였고, 사법제도의 발달은 사형의 남발이나 고문에 의한 치사 등 극단적 피해자 수를 꽤 줄어들게 했다. 그러나 지식수준과 무관하게 저질러지는 범죄에 의한 희생자 수나 사법부의 무책임한 오판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 학교에서 윤리, 도덕시간을 늘이거나 무조건 법을 강화시켜 엄벌위주로 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특히 인권의 축소를 무릅쓰고 법의 준엄한 집행만 강조하다 보면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전체의 ‘집단무의식’의 안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끊임없는 법적 희생양 남발이나 개인적, 집단적 살상행위를 막는 길은 ‘제도적 기술’보다 ‘집단무의식의 안정’이 더욱 빠른 효과를 낸다. 개인적 적개심(이를 테면 부모에 대한 원한이나 성에 대한 굶주림 같은 것)이 공적(公的) 적개심으로 위장된 것이 바로 범죄적 테러행위요, 또는 그에 버금가는 정치적, 법적 테러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같은 경우에도 역시 해당된다. 사고의 직접 원인이 꼭 느슨한 처벌관행이나 부정부패 등 도덕성의 결여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그 보다는 오히려 사회심리학적 요인(이를 테면 적당주의를 낳게 하는 ‘복지부동’ 풍조의 만연 같은 것)이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당국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 그리고 매스컴이 제시하는 사고재발방지를 위한 처방이 너무나 단선적이고 교훈주의적이라는 점이다. 박한상군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나 군대의 하극상 사건 같은 것이 일어나자 금세 도덕교육 또는 충효사상 강화가 만병통치약처럼 제시되고,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공무원들의 기강확립이나 책임자의 엄벌 같은 것만 강조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건의 배경을 너무나 단순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다. 지존파사건이 일어나자 그동안 보류했던 사형집행을 무더기로 실시한 것이라든가, 폭력영화나 폭력만화를 없애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당장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은 바로 그런 단순시각의 결과였다.


  내가 가장 어이없었던 것은, 패륜적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자 서울의 모대학 총장이 실추된 윤리도덕을 재확립하기 위한 교육운동의 일환으로 ‘명심보감(明心寶鑑)’을 전교생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접하고서였다. ‘명심보감’이 과거 조선조 봉건시대엔 적절한 도덕교과서로 쓰였을지 모르지만, 국민 개개인의 의식이 엄청나게 변화한 지금에 있어서도 같은 효력을 발휘할지 의심이 갔기 때문이었다.


  꼭 ‘명심보감’을 교재로 쓰진 않았다 해도 ‘도덕재무장운동(M.R.A.)' 등 사회도덕확립운동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패륜적 범죄나 파렴치한 범죄가 점점 더 늘어나는 이유는, 범죄에의 충동이 도덕의식보다 우위에 있고, 그동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주장한 도덕이 ’상투적 도덕‘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형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인데, 사형제도를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자가 줄어들진 않았다.


  문화적으로 선진화된 나라들일수록 사형제도를 점차 철폐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인권존중이나 오판의 방지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형제도가 범죄예방에 별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또 설사 법의 탈을 쓴다 할지라도 사형제도 역시 일종의 ‘보복행위’에 불과하므로, 사디스틱한 보복행위가 범죄를 근절시키긴 어렵다는 법철학적 근거가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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