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가명)는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어머니가 안 계시고 아버지는 대기업 간부이신데 현재 해외지사로 발령나가 계신다. 윤수는 서울 강남의 신규 아파트단지에서 아버지가 한달에 한번씩 통장으로 부쳐주시는 생활비로 생활하고 밑반찬은 한달에 한두번정도 친척 고모님이 들르셔서 챙겨주고 가신다. 이렇게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해외에 나가계신 상태에서 강남의 32평 아파트에 혼자살고 있는 윤수.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서 가게에서 산 인스턴트 식품과 고모님이 챙겨다주신 밑반찬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숙제를 하고 저녁때 되면 혼자 TV라도 보며 뒹굴다 잠이드는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윤수가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때 돌아와서는 아버지 안방을 공연히 뒤져보았는데 그러다 수납함에서 뜻밖의 물건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비디오 테이프인데 거기엔 뜻밖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 이 시대(대략 80년대 중반정도)에 비디오기가 집에 있으면 어느정도 사는집이다.) 실은 몇 년전 언론통폐합때 폐방돤 TBC의 이른바 ‘TBC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란 제목의 고별방송 내용과 또 하나는 바로 그 다음날 TBC가 KBS로 흡수통합되어 KBS가 제작,방영한 ‘KBS 새가족’이란 제목의 축하쇼 내용이었다. - 윤수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고 언론통폐합은 3년전에 있었는데, 윤수가 ‘언론통폐합’ 같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만한 나이는 아니나 가령 TBC란 방송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KBS 2-TV로 흡수,통합되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나이다) 

사실 윤수 아버지는 현대사 문제에 관심이 좀 많은 분이었는데 그래서 훗날 역사적 자료가 될까하여 저와같은 TBC 고별방송과 KBS 축하쇼 내용을 비디오로 녹화해두었던 것이다. (* 참고로 윤수아버지는 10.26이라던가 실미도 사태, 김신조 사건 같은 주요 역사적 사건 신문기사도 별도로 스크랩해 보관해놓고 계신분이다.) 

헌데 윤수는 이 무렵 이렇게 아버지 방에서 발견한 비디오 테이프로 그 녹화된 TBC 고별방송과 KBS 축하쇼 내용을 자주 비디오로 틀어놓고 보게되는데 그러다 좀 뜻밖에도 그 방송에 나오는 ‘어린이 합창단’에게 반하게 된다. 단정한 정장의 단복차림을 하고 슬픔에 잠겼으면서도 웃고있는 비슷한 또래 어린 소녀들의 모습에 어떤 매력이라도 느꼈던것일까. 윤수는 이때부터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시간이 되면 혼자 그 비디오 녹화내용을 자주 틀어보게 되었다. 

그러다 윤수는 한번 그 방송내용속의 어린이합창단원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방송국으로 직접 찾아가보는데, 일단 방송국은 경비가 삼엄하여 첫 번째 그 뜻은 허무하게 좌절된다. 방송국이 나같은 애가 함부로 들어갈수는 없는데로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은 윤수. 집으로 돌아와선 대신 해당 고별방송등이 나오는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하는 부분만을 몇 번이고 계속 돌려보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학교에선 별다른 친구도 없고 왕따신세였던 윤수. 그래서 더더욱 비디오 테이프속 합창단원의 모습에 빠져들게 되고... (중략)  

윤수아버지가 3년간의 해외지사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윤수 아버지가 돌아오시면서 안방의 수납함을 잠궈놓는 바람에 윤수는 지난 3년간 거의 매일같이 꺼내보았던 ‘TBC고별방송’과 ‘KBS 새식구’의 어린이 합창단 내용을 더는 못보게 되어 답답하고 안타까와진다. 다만 이후 사춘기 시절은 별탈없이 지내게 되고, 다만 이후 대학에 떨어져 재수,3수를 해서라도 대학은 가야한다는 아버지와 부딪히다 집을 나가게 된다. 이후 군대에 다녀오고 지방에서 이런저런 일용직 알바등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다 가출 5년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5년만에 돌아온 윤수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된다. 아버지가 웬 젊은 여자와 그 사이 재혼하신 것이다. 여자는 윤수와 불과 세 살차이인 혜정(가명)이란 여자였는데 처음엔 그리 가깝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내게 된 윤수와 혜정. 헌데 그러다 윤수는 우연한 계기에 뜻밖의 사실을 알게된다. 실은 혜정은 바로 윤수가 초등학교때 짝사랑했던 ‘TBC 고별방송’ 영상등에 나오는 합창단 출신 여성이었던 것이다. 실은 TBC가 폐방되면서 ‘어린이 합창단’의 경우는 그대로 KBS로 들어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실제로는 KBS 합창단에 합류한 TBC 단원은 몇 명밖에 안되었고 그 외 나머지는 해외로 유학이나 이민을 가거나 학업에 전념하는쪽으로 가는등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다만 혜정의 경우엔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3년동안 방송국 합창단을 하느라 학업엔 거의 손을 놓았기 때문에 이후 학업에 거의 적응하지 못했고 집안형편이 어려워져 해외로 유학이나 이민을 떠날 처지도 못되었다.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은 날라리로 보내다가 학교를 졸업한뒤엔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살았고 그러다 윤수 아버지를 알게되어 둘이 결혼하게 된 것이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