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도전하는 남자의 이야기, 육체 임대 등 시작은 거창했지만 마지막 회를 앞둔 지금은 어떤 결말이라도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스토리라는 혹평. 그럼에도 시청률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김명민 김현주 라미란 등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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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막을 내리는 KBS 2TV '우리가 만난 기적'(극본 백미경/연출 이형민)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가장이 이름과 나이만 같을 뿐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남자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되는 판타지 휴먼 멜로드라마로 '힘쎈여자 도봉순'을 만든 백미경 이형민 조합에 김명민 김현주 라미란 캐스팅으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전작 '품위 있는 그녀'로 JTBC 드라마 최고시청률을 경신한 백미경 작가는 '우리가 만난 기적'으로 첫 지상파 미니시리즈에 출사표를 던졌다. 흔한 육체 빙의 소재라는 우려에는 "뻔한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고, "어른들부터 어린 친구들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하지만 육체와 영혼의 기억을 동시에 가지게 된 송현철(김명민 분)은 방송 내내 선혜진(김현주 분)과 조연화(라미란 분)의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답답함을 줬다. 특히 육체임대의 비밀이 밝혀진 뒤 아내 조연화를 찾아갔지만 선혜진을 포기하지 못해 결국 조연화가 남편을 놓아주는 스토리 전개는 첫 회부터 쌓아온 캐릭터에 대한 호감을 지우는 꼴이 됐다. 몸의 기억이 남아있다지만 영혼의 주인은 송현철 B였고, 육체 임대를 이해한 뒤에도 송현철과 선혜진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은 정신적 불륜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다시 살아난 송현철이 더 이상 A와 B로 나눠질 수 없듯 누구를 선택하는 건 개인의 자유라고 치부하더라도 막바지로 향해가는 막장(?) 스토리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16회 말미에는 대출 조작의 실질적 배후 우장춘(박성근 분)이 느닷없이 총을 쐈고, 17회에는 조연화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황당한 전개가 이어졌다. 만약 신(카이 분)이 또다시 나타나 ‘기적’을 만나게 해준다고 해도 이 해피엔딩을 반길 시청자가 있을까 의문이다.

어찌 됐건 '우리가 만난 기적’은 동시간대 나 홀로 시청률 두자릿 수를 기록하며 1위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켰다.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명민의 1인 2역 연기는 실제 전혀 다른 두 인물을 보는 듯 완벽했고, 달라진 남편의 존재에 혼란을 느끼는 김현주와 라미란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훌륭했다. 모든 주조연들이 제 임무를 다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점은 ‘우리가 만난 기적’의 유일한 기적이 됐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는 시청자가 기적이라는 댓글이 씁쓸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