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프랑스 외딴 산장, 눈 덮인 풍경 속에서 한 남편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영화 (감독: 쥐스틴 트리에)는 그 시작부터 관객을 차가운 진실의 심연으로 끌어당긴다. 단순한 추리극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이 영화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관계'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의 실타래를 집요하게 파고든다."진실보다 중요한 건 설득력"주인공 산드라는 유명 작가이자 사건의 용의자다. 남편 사뮈엘의 죽음이 자살인지, 혹은 타살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은 본격적인 감정 해부의 무대로 전환된다. 영화는 법정이라는 형식을 빌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법정은 이야기의 힘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장치로서 법정을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판사가 아니라 '해부학자'가 되어, 부부의 균열과 감정의 미세한 진동을 관찰하게 된다.
가장 강력한 증언, 아들의 목소리
이 영화의 정서적 축은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 다니엘이다. 그의 증언은 단순한 증거가 아니라, 진실과 감정 사이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영화는 다니엘의 시선을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갈등, 그리고 한 가족의 몰락을 어린 목소리로 풀어낸다.
그의 한마디는 때로 판결 이상의 무게를 가지며, 정답이 없는 '진실'을 둘러싼 공허한 균형 위에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위태롭게 놓여 있는지를 상기시킨다.
이름으로 말하는 이야기
는 캐릭터들의 이름에도 상징을 부여한다. '산드라'는 보호자이자 예언자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다니엘'은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심판'을 뜻한다. 이와 같은 상징은 단순한 배경 설정을 넘어, 인물들의 운명과 사건의 구조적 해석에 힘을 더한다. 영화는 인간의 선택과 기억, 이야기의 힘이 어떻게 현실을 구성하는지에 대해 정교하게 설계된 무대를 선보인다.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낸 균열과 자립
감독 트리에는 여성의 삶과 일, 가정을 둘러싼 긴장을 지속적으로 조명해온 감독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녀는 전문직 여성인 산드라의 복합적인 정체성과 사회적 시선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남편의 실패와 좌절, 아내의 성공에 얽힌 감정적 대립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오늘날 사회가 품고 있는 성별 불균형과도 맞닿아 있다.
'추락'이 아닌 '해부'가 중심
영화의 원제 Anatomie d'une chute는 '추락의 해부'라는 직역보다, '몰락에 대한 분석'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관객은 진실을 알고 싶지만, 영화는 끊임없이 그 경계에서 회의하게 만든다. 결말에 이르러서도 영화는 단 하나의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무엇이 관계를 망가뜨리고 무엇이 우리를 붙잡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는 우리가 매일 나누는 말과 침묵, 눈빛과 무심함이 어떻게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교한 심리극이다.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한동안 감정의 해부대 위에 마음을 얹게 되는,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 영화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