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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와 조커의 결정적 차이

ㅇㅇ(211.219) 2019.10.15 23:39:18
조회 7946 추천 140 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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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원하면 맨 아래에 있음!


난 조커를 두 번 봤는데, 두 번째 볼 때는 아서는 어느 시점부터 조커가 될까? 혹은 아서가 조커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재들은 무엇일까? 라는 포인트를 가지고 집중해서 봤음. 처음 봤을 때는 어머니를 살해한 시점부터 아서가 조커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보니까 그 게 아닌 것 같더라. 그 시점은 생각보다 상당히 뒤였음.


아서는 머레이 쇼에 초대받고 생애 마지막 농담을 준비함. knock knock이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방아쇠를 자기 턱에 대고 당겨서 자살하는 게 그 농담임. 녹화된 머레이 쇼를 보면서 연습하는 장면도 나옴. 머레이 쇼 라이브 진행 중에 노트를 꺼내서 확인하는 문장은 내 죽음이 내 삶보다 더 가치(cents) 있기를인데, 이 건 자살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살 결심을 확인하는 과정임. 근데 아서가 노트를 꺼내니까 머레이가 비웃고, knonk knock이라고 말하자 겨우 그 거 하려고 준비한 거면서 또 비웃음.


난 이 타이밍에서 아서가 진정으로 조커가 됐다고 봄. 아서는 소원이었던 tv 코미디 쇼 출연을 즐기면서 생애 마지막 농담을 하고 죽으려 했음. 죽으러 가는 길에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위해 준비해뒀던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춤을 추며 즐겁게 계단을 내려감. 하지만 대기실의 아서는 약간의 초조함 같은 게 엿보임. 그런데 머레이가 계획했던 아름다운 자살마저 비웃으면서 훼방을 놓으니까 계획을 실행하지 않음. 다시 knonk knock이라고 말하고,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당신의 아들이 음주 운전 차에 치여서 죽었다는 섬뜩한 말을 함.


물론 이 건 언어유희 같은 것도 없고 그냥 충격적이기만 하니까, 웃기지가 않음. 근데 그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농담의 대상임. 아서가 준비한 유머는 지금까지 줄곧 스스로를 대상으로 삼았음. 코미디언이 되려고 하지만 주위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나, 어머니마저 학교 공부나 하라고 하는 나, 삶보다 죽음이 더 가치 있는 나, 그 말을 자살로서 보여주는 나... 뭐 이런 식임. 동료 랜들은 같이 일하는 난쟁이 광대의 신체를 놀리는 유머를 구사하는데 아서는 그 거에 맞춰주는 사회적 웃음을 흘릴 뿐 절대 속으로 웃지 않았음. 그런 아서가 처음으로 당신을 언급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듯한 유머를 구사한 거임.


아서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어했음. 그런데 유머를 하더라도 자학을 했으면 했지 남을 깎아내리지는 않았음. 그는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인물이었음. 그런데도 아서는 인생 내내 계속 타인들에게 멸시당했고, 죽으려고 했던 그 순간에마저 경멸을 받으니까 최초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유머를 생각해낸 거임. 첫 시도니까 당연히 서툴렀고 객관적으로는 하나도 웃기지 않음. 그러나 조커는 이제 그런 게 상관이 없음.


생각해보면 광대란 직업은 원래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분장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존재임. 천한 직업이라는 편견도 그런 이유로 생김. 그런데 조커가 된 아서는 스스로를 비웃어서 세상을 즐겁게 하려는 게 아니라 세상을 비웃어서 스스로가 즐거워지는 길을 택함. 영화 마지막에 여자 수사관이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물었을 때, 조커는 어차피 이해 못 할 거라고 대답함. 더 정확히는 이해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봐야 함. 조커 머리 속에 떠 오른 유머는 이제 조커 스스로가 웃기 위한 것이지, 다른 사람을 웃기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 조커 말대로, 유머는 주관적인 거니까.


한 줄 요약)아서와 조커의 결정적 차이는 농담의 대상, 그리고 농담으로 웃기려고 하는 대상의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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