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20·30대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불이 붙었던 과거의 '영끌'과는 결이 다르다. 이들이 다시 매수에 나선 배경에는 치솟는 집값보다 더 버거워진 전·월세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매입한 직장인 김모(34) 씨는 지난해 말까지도 주택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높은 금리와 강화된 대출 규제 속에서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셋집 계약 만기를 앞두고 상황은 달라졌다. 집주인은 보증금 인상이나 월세 전환을 요구했고, 김 씨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지 않았다. 전세를 유지하려면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했고, 월세로 옮기자니 매달 고정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였다. 결국 그는 5억 원대 대출을 받아 매수를 결정했다.
전·월세에 밀린 선택, '영끌'이 아닌 생존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김 씨의 사례는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월세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거 비용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 계약 갱신 때마다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차라리 대출 이자를 감수하더라도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활 계획 역시 2030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시점에서 주거 이동이 잦아질 가능성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오피스텔을 매입한 박모(32) 씨는 월세 신혼집을 알아보다가 생각보다 높은 비용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내 집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움직임을 과거처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공격적 매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출 규제가 여전히 강력하고,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투자 목적의 진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30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살 집만 본다"는 인식이 뚜렷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물론 부담 요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당수 젊은 매수자는 여전히 대출 의존도가 높고, 금리 변동이나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상환 압박은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매수를 택한 것은 전·월세 시장에 머무르는 것 역시 리스크라는 판단 때문이다.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와 반복되는 보증금 인상 요구 속에서, 주거비를 예측 가능한 형태로 고정시키려는 선택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2030 매수는 집값 상승을 확신해서라기보다는 전·월세 시장에서 밀려난 결과에 가깝다"며 "더 불안해지기 전에 자리를 잡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거래 회복이 본격적인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한동안 관망하던 2030세대가 다시 주택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다. '전세는 지옥, 월세는 함정'이라는 인식 속에서, 이들의 선택은 투자보다 생존에 가까운 결정으로 읽히고 있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