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단 6거래일 만에 10조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코스피를 크게 흔들어 놓은 외국인들이, 동시에 특정 종목군으로는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며 뚜렷한 '갈아타기'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약 10조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하루에만 5조원 이상을 내다 판 날도 나오면서 코스피는 장중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매도 물량은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가운데, 미국 인공지능(AI) 관련주 변동성 확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반도체 대표 종목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다. 1월 한 달간 두 자릿수 이상 급등한 이후 추가 상승 부담이 커지자 외국인들이 일부 차익을 실현하며 비중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전망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단기 과열 구간에서는 수급이 먼저 움직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10조 순매도, 반도체에 집중된 매도 폭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홈페이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매도 자금이 완전히 이탈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발전·에너지, 친환경, 바이오 업종 내 일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대표적으로 발전설비와 원전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북미 시장 내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가시화 기대가 부각되면서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태양광과 화학 부문을 아우르는 한화솔루션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바이오 업종에서는 셀트리온이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모았다. 신제품 출시와 해외 매출 성장 전망이 맞물리며 방어적이면서도 성장성을 겸비한 대안으로 꼽힌다.
최근 며칠간 외국인은 가전과 화장품 등 소비 관련 대형주도 꾸준히 사들였다. LG전자와 아모레퍼시픽은 연속 순매수 흐름이 이어지며 순환매 신호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연초 급등장에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던 종목들로 자금이 이동하는 전형적인 '수급 리밸런싱'이라는 평가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홈페이지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대형 반도체 쏠림 장세 이후 숨 고르기 국면"이라고 진단한다. 코스피가 단기간 고점을 경신한 뒤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단기 차익을 실현하고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 순매도 물량의 상당 부분이 특정 반도체 종목에 집중된 반면, 매수는 업종을 분산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한편 급락 이후 반등 국면에서는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로 전환하며 지수 회복을 견인하기도 했다. 기관 자금이 동반 유입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큰 폭의 반등을 보였다. 다만 개인 투자자는 차익 실현에 나서며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해 수급 주체 간 온도차가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 급등 종목보다는 이익 개선 흐름이 뚜렷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위권 종목이 순환매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에너지, 친환경, 바이오, 소비재 등 업종 내 실적 가시성이 확보된 기업 중심으로 선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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