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공단이 미국 대표 빅테크 7개 종목에 약 60조원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과 환율 급등 우려 속에서도 보유 물량을 늘린 배경에 대해 투자자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주식 평가액은 1350억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특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 비중 확대가 두드러졌다.
해당 7종목의 합산 평가액은 419억달러 수준으로, 1년 새 3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종목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다. 보유 주식 수와 평가액 모두 크게 늘며 포트폴리오 내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스마트폰과 서비스 매출을 양축으로 둔 애플 역시 상위권을 지켰다.
국민연금, 美빅테크 비중 확대한 배경은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최근 생성형 AI 기능을 기기에 본격 적용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선 점이 장기 성장 기대를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클라우드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AI 협업 전략을 기반으로 꾸준히 편입 비중이 유지됐다.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사업을 병행하는 아마존, 검색과 유튜브를 앞세운 알파벳,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광고 수익성을 회복한 메타, 전기차와 에너지 사업을 확장 중인 테슬라도 주요 편입 종목에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반등 흐름을 보이며 기관 자금 유입의 수혜를 받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선택을 단순 추종 매수로 보기보다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미국 증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깊은 유동성과 혁신 기업 풀을 갖춘 시장이라는 점에서 장기 분산투자 관점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클라우드, 디지털 광고, 전기차 등 구조적 성장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집중 포진해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사진=픽사베이(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다만 일각에서는 환율 변수와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적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해외자산 확대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연금 측은 환헤지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외환 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주문한 가운데, 해외 비중과 국내 투자 확대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금이 사는 종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투자 판단은 수십 년 단위의 장기 수익률과 위험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기 등락에 따른 추격 매수는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결국 핵심은 산업의 구조적 성장성과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와 디지털 전환 흐름이 이어지는 한 이들 7종목의 중장기 경쟁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금리 방향성, 글로벌 경기 둔화 여부,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 등 거시 변수에 따라 주가 변동 폭은 확대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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