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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사람의 전태일을 보내며

운영자 2010.03.15 17:46:56
조회 2092 추천 0 댓글 3

4월 15일 (일) 비온 후 갬


오전 11시 58분 문자메세지를 받다.
허세욱당원이 운명하셨다는 소식이다.


마침 경기도 안성 보궐선거 장명구후보 사무실에 들어서던 권영길의원은 유세를 예정대로 해야 하나 물으신다. 눈앞이 캄캄하지만 산자들의 투쟁 또한 멈출 수 없다. 유세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한밤 촛불집회에 참석하러 한강성심병원앞으로 가다.
4월 1일 바로 이 시각 황급히 병원에 도착하여 중환자실에서 의사의 설명을 들을 때 이미 희망은 실낱처럼 가늘었다.


누가 허세욱을 죽였는가?
허세욱당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명백한 정치적 타살이다.
단 한번도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주관적인 독단으로 반민중적 협상을 밀어붙인 노무현정부에 의한 타살이다.


허세욱당원.
각종 집회나 투쟁의 현장에 가면 늘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를 우리는 만날 수 있었다. 이렇다할 직책도 맡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진짜 당원이고 진짜 노동자였다. 그가 남긴 것은 비키니 옷장 하나와 작은 책상하나뿐이지만 그는 이미 생전에 많은 것을 베풀며 살아왔다. 백만원 약간 넘는 택시기사의 박봉으로 소년소녀 가장등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살아왔던 그의 인생은 어린 여공을 위해 풀빵을 사던 전태일의 모습 그대로였다.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분노하며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그가 노무현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그 자리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허세욱당원이 소속한 공공운수연맹 임성규위원장이 추도의 연설을 한다.
원래 시인이자 노동자인 그의 추도사에 곳곳에서 눈물을 삼키는 소리가 뒤를 잇는다.


스무명씩 서른명씩 끝이 없이 이어지는 추모대열이 허세욱당원의 영전에 흰 국화꽃을 바치고 절을 하는 동안    <그날이 오면>이 울려퍼진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아 짧았던 내 청춘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수배의 몸으로 친구 몇 명씩만 불러 결혼식을 할 때 나는 결혼행진곡으로 이 곡을 연주해달라고 하였다. 그 곡을 지금 허세욱당원을 떠나 보내는 자리에서 듣는다.
<아 아 짧았던 내 청춘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라는 대목이 그의 목소리처럼 귓가에 앉는다.


쓰러질 듯 찾아오신 이소선어머님을 부축해서 동지의 영전 앞으로 모신다.
꽃을 바치고 무릎을 꿇은 어머님이 기도하듯 오열하며 절규하신다.


죽기는 왜 죽어  보고싶어도 못보는데
죽기는 왜 죽어  미치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데


공공연맹 이근원동지가 달래듯 일으켜 세우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연신 맨손으로 영정사진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영정사진 속의 허세욱당원은 하늘을 보며 웃고 있다.
45도 각도로 먼하늘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그의 뜨거운 눈물과 고된 땀방울이 만들 평화와 정의의 세상.
살아있는 우리들이 끝내 만들어야 할 해방의 세상을 환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태일이 온 몸을 불사르며 <노동자도 인간>이다 절규한 후 수많은 제 2의 전태일들이 결국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다. <망국적 한미 FTA중단하라>며 온 몸을 불사른 허세욱당원의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는 다시 제 2의 허세욱이 되어 한미FTA 분쇄하고 신자유주의 박살내는데 앞장 설 것이다.


이승의 고통을 다하고 먼저 간 님이시여
평생 무겁게 졌던 짐은 산자들에게 맡기시고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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