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당한 내 인생 썰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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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당한 내 인생 썰 품앱에서 작성

ㅇㅇ(110.70) 2021.10.27 23:36:50

조회 8835 추천 362 댓글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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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 남고 공대 군대 복학 테크 탔다

여자 만날 일 없었다 그렇다고 여자 만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나이 차면, 능력 생기면 노력 안 해도 여자가 줄을 서겠지 싶었다

27살에 운좋게 공기업 4직급 붙었고 난 여전히 모쏠이었다

삶에 여유가 생기니 운동 다니고 차 사고 돈 쓰는 재미로 살았다

소개팅, 선 자리가 계속 들어왔다 난 자연스러운 연애를 하고 싶어서 다 거절했다

나 지금 잘나가는데 내 인생 전성긴데 운명적인 만남이 오겠지 이 마인드였다

그렇게 31살까지 별다른 인연없이 나이만 먹었다

슬슬 내가 급해져서 소개팅을 받았다

두 번째 소개팅에서 와이프를 만났다 외모가 내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직업도 간호사고 내가 뭔 말을 해도 웃어주고 통하는 거도 많길래 덜컥 애프터를 잡고 교제를 시작했다

운명이겠거니 싶었다 싸울 빌미 절대 주지 말고 낚아채서 결혼까지 직행하자는 생각만 했었다

간호사라 주말없이 3교대 뛰느라 피곤하다는 말이 입에 붙어있었다

나도 처음이고 와이프도 피곤하다고 일찍 헤어지거나 내 집에서 자는 게 일상이었으니 진도는 느려터졌었다

교제한지 4달이 됐을 때 첫 관계를 가졌다

매일 싫다 힘들다 피곤하다는거 그 날은 술기운에 겨우 마음을 열어줘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맞춰주기만 했던 거 같다

나는 이 때만 해도 승리감에 취해있었다 이 여자는 내거다라는 생각에.

그리고 교제 6달만에 결혼했다

첫 애를 가지고 와이프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애가 생겨 기쁜 마음에 평생 먹여살릴거니 걱정 마라고 내가 오히려 일을 그만두라고 부추겼다

경제권은 와이프가 가져갔다 돈관리는 잘 하겠거니 싶었다

난 매달 50을 받아썼다

기름값 담배값 제하면 얼마 남는 거도 없었다 그래도 그러려니 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애 낳고 나서는 섹스리스로 살았다

나는 거실을 쓰고 와이프는 안방을 썼기에 얼굴 볼 일 조차 적었던 거 같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자고 내린 결정이었다

출근 할 때랑 저녁 먹을 때 말고는 얼굴도 잘 못 본 거 같다

출근 할 때는 항상 배웅해줬고 사랑해라고 해줬다

내 삶의 행복이었다

2020년의 어느날 법원등기가 왔다 법원등기는 무조건 당사자가 직접수령해야 되더라

와이프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등기 내용은 민사소송장이었고 와이프 이름으로 700만원가량의 빚이 독촉되어있는 내용이었다

사실을 캐물으니 울면서 결혼 전에 빚이 좀 있었는데 혼자 해결가능할 줄 알았는데 미루고 미뤄져서 지금까지 온거라고 한다

엄청 화가 나긴 했지만 괜찮다고 하고 변호사 상담 후에 변제했다

이거로 끝났겠지 싶었는데 그 뒤로 등기가 몇 개 더 왔다 1500가량을 더 변제했다

화가 나서 캐물었는데 지금까지 했다던 돈관리는 전부 자기 빚변제였다

모은 돈이 없었다

난 혼수로 집을 해갔고 와이프는 k5를 해왔는데 이거도 전부 빚내서 한 거 같더라

어지럽고 화나서 쓰러지는 경험을 그 때 처음 해봤다

와이프는 미안하다며 친정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혼하려고 알아봤지만 애가 있으니까 이제 어린이집 들어가는 애를 두고 이혼은 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 그냥 서로 아무 말 없이 평소의 일상을 보냈다

다만 아침에 사랑한다는 말이 없어졌고 저녁밥은 내가 해먹게 됐다

그렇게 보낸지 지금 6개월 째다

내 인생을 어디까지 나락으로 보내려는지 모르겠다

362

고정닉 18

원본 첨부파일 1

20211027_2226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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