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청이 가상자산을 기존 주식이나 채권과 동일한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조성을 허용하는 세제 개편안을 확정했다.
금융청은 지난해 12월 26일 발표한 2026년도 세제개정대강에서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과세 방식을 전면 재편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최대 55%인 가상자산 거래 세율이 주식과 동일한 20%로 대폭 인하되며, 투자신탁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ETF 조성도 가능해진다.
이번 세제개정은 일본 금융청이 2025년 8월 29일 '세제개정 요망서'를 통해 정책적 요청을 공개한 데 이어, 12월 26일 정부·여당이 정리한 '세제개정 대강'을 통해 주요 정책 방향이 구체화된 결과다.
두 문건 모두 자산운용 참여 확대와 디지털 자산 과세 체계 정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령화 및 저금리 시대를 맞은 일본 사회의 자산 형성 과제와 국제 금융 경쟁력 확보라는 복합적 목적을 담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 입국'을 정책 기조로 내세운 정부 방침에 발맞춰,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현재 일본에서 가상자산 거래로 발생한 소득은 총합과세 대상으로 최대 5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 주식이나 펀드 등 유가증권 거래 소득에는 20%의 분리과세가 적용되어 과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금융청은 이번 개정안에서 가상자산거래업자가 취급하는 가상자산을 거래업자에게 양도할 경우, 그 양도소득을 20% 분리과세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득세 15%와 주민세 5%를 합한 세율이다. 이러한 변화는 불합리한 세부담을 개선하고, 국내외 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금융청은 투자신탁법 시행령 개정을 전제로 가상자산 ETF도 조성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가상자산을 투자신탁의 투자 대상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아 가상자산 ETF를 만들 수 없었다. 가상자산 ETF가 조성되면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주식이나 금 ETF를 거래하듯 가상자산에 간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조성된 가상자산 ETF 역시 20%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본격 유입과 글로벌 디지털 자산 규범 정립에 있어 일본의 제도 정비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가상자산을 원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거래도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이러한 거래로 발생한 소득은 총합과세 대상이지만, 개정 후에는 20%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또한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 거래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3년간 이월공제가 인정된다.
이는 손실이 발생한 연도에 공제하지 못한 금액을 향후 3년간 다른 거래 이익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청은 투명성을 높이고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가상자산거래업자에게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보고서를 세무 당국에 제출할 의무도 신설했다.
가상자산 관련 제도 개선과 함께 NISA 제도의 확대도 눈에 띄는 변화다.
금융청은 개인들이 보다 쉽게 장기 자산 운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투자 상품의 범위를 확장하며, 연령과 절차상의 제약을 완화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단순히 주식에 한정하지 않고 ESG 펀드, 장기 자산형성 적합 상품 등을 포함해 국민 누구나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요청은 세제개정 대강에서도 반영되었으며, 구체적 실행을 위한 법제화가 2026년 정기국회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금융청은 생명보험료 세액공제의 상향 및 영구화, 해외 금융거점 기능 강화를 위한 절차 간소화, 금융소득 과세 일원화 등을 요청했다.
이는 금융상품 간 과세 격차를 줄이고, 복잡한 제도를 간소화함으로써 투자 왜곡을 방지하고, 일본 금융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금융청은 지난해 8월 세제개정 요망서에서 이미 국내외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 증가를 지적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 정비와 함께 과세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금융청은 외국의 동향을 고려해 일본에서도 가상자산 ETF 조성을 가능하게 하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과 법정통화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대체자산의 하나로 가상자산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결국 이번 세제개정은 단순한 조세 기술적 조정을 넘어,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일본 정부의 자산 전략 기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금융 질서를 설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국민 자산 형성과 국제 금융 허브로의 도약이라는 두 축이 어떻게 접점을 이룰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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