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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에세이] 뚜벅이 청년의 아내과 두 딸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202.136) 2007.04.11 11:56:53
조회 2724 추천 2 댓글 5
  제1장 스타트 라인에 서서

  4. 새로운 세계로의 마중 - 뚜벅이 청년의 아내와 두 딸



  나는 2학년이 되던 초봄, 봉천고개를 넘어 11동의 산동네로 이사를 갔다. 그때 보증금이 20만 원에 월 1만 5천 원 정도를 주는 자취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방을 얻고 이사를 한 뒤 집들이를 한다는 미명 하에 일부러 아내를 초대했다. 내가 아내에게 던진 초대의 말은 어이없게도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자!’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아내는 나의 속 보이는 제의에 쉽게 응해 주었다.


  내가 만학도로 뒤늦게 고시준비를 하고 있을 때도 아내는 늘 내 곁에 있었다. 그 시절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학교는 텅 비어 버린 듯 허전하기만 했다. 학생들 중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낯선 시간 속에 홀로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내가 시대의 변화를 겪으며 우울해 하고 있을 때 아내는 어김없이 큰 위로와 격려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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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나는 형편이 매우 어려웠다. 차비가 없어 광화문에서 노량진까지 걸어온 적도 많았다. 아내와 레스토랑에 가서 돈까스를 시켜 놓고 음식값 치를 돈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슬며시 음식점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난다. 지나고 보니 모두 미안한 기억들뿐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나는 비로소 아내에게 청혼했다. 낭만적인 프로포즈 대신 서로 이해하고 살아가자는 말로 고백을 대신했다.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는 많은 말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이에 첫 딸이 태어난 것이다. 가슴이 뭉클해 오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아버지가 되다니!’


  그리고 정확히 2년 뒤 둘째 딸이 태어나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다. 아이를 기르는 일에 있어서 나도 거든다고 거들었지만 대부분 양육은 아내의 몫이었다. 하지만 육아의 몫이 적다고 해서 부모로서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눈도 못 뜨던 어린 생명들이 커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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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딸들은 이제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엮어갈 것이다. 부모로서의 기대가 있지만 나의 부모에 대해 내가 그러했듯 내 딸들 또한 그들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자식이 나보다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삶은 성공과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려움과 아픔도 함께 있다. 그 과정은 부모나 친구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딸들 스스로 감당해 나가야 할 몫인 것이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딸들이 성숙하게 자라 스스로의 인생을 거뜬히 감당해 낼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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