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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에세이] 마라톤을 향한 첫 발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202.136) 2007.05.04 12:18:18
조회 1379 추천 1 댓글 1
제2장 마라톤에서 배운 것들

  1. 달리기를 결심하다 - 마라톤을 향한 첫 발



  국제회의 참가를 위해 스웨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 책을 읽었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내 눈동자는 시종 제트기류를 탄 듯 종이 위의 활자를 좇아 빠르게 달렸다. 비행기가 경유지인 암스테르담의 상공을 날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문득 현기증을 느꼈다. 이상기류를 만나 흔들리는 기체처럼 내 삶이 급속히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슴을 울리는 격렬한 파동이 느껴졌다.


  나는 가만히 창 밖을 내다보았다. 비행기의 날개 아래로 둥실 떠있는 흰 구름이 보였다. 구름 위를 날면서 결심했다. ‘내게도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 요슈카 피셔가 그랬듯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나 또한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피셔처럼 비대한 체중은 아니었으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만성피로와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언제나 자유로울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했다. 체력을 보강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체력과의 싸움에서 나 자신을 이겨보고 싶었다. 마라톤을 흔히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던가. 내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기분으로 단단히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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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마음을 먹자 바로 실행에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한시라도 빨리 지상에 두 발을 내려 놓고 싶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땅을 밟는 순간 달리기 시작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아! 나도 달리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달리기는 분명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2년이 지나면서 나 또한 요슈카 피셔처럼 훨씬 날렵한 모습으로 변해 갔다. 또한 달리기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나의 못생긴 발가락도 지금의 상황을 잘 소화하고 있었다. 이젠 2km정도 달리면 발가락의 감각이 무뎌지고 발바닥에 느껴지던 통증도 사라진다. 대신 빽빽한 느낌만은 남아있다. 달리다보면 약간의 경사에도 몸이 민감해진다. 오르막길에서 전진이 두드러지게 더딘 반면 내리막길에서는 몸이 아래로 쏠린다. 다행히 평소 언덕훈련을 자주 한 덕분에 오르막길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동호회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자유롭게 훈련할 기회가 생기면 대부분의 시간동안 하체강화훈련을 하는데 보낸 덕분이다.


  마라톤을 하며 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곤 한다. ‘과연 끝까지 달릴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포기해 버릴까? 내가 너무 과욕을 부리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은 다시 꼬리를 물고 ‘도대체 내가 왜 달리는 것일까?’로 이어진다. 나의 한계를 극복한 감동을 안겨준 첫 풀코스 완주 이후에도 이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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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달리는 것일까?’


  달리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가벼운 런닝화만 준비하고 거리를 달렸다. 하프코스, 풀코스 등 새로운 목표들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나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밀물처럼 엄습하는 고통을 견디며 달리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 등. 사람들마다 달리는 이유가 갖가지이다.


  그러나 긴 거리를 인내하며 달리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지나온 거리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4년이 넘는 시간의 거리를 달리면서 그 이유에 대해 조금씩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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