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원희룡 에세이] 나의 한계와 뜨거운 열정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202.136) 2007.04.06 17:29:56
조회 1713 추천 1 댓글 4

  제1장 스타트 라인에 서서
 

 3. 그들을 위해 살겠다 - 노동자를 벗 삼아 지냈던 야학 교실

 

  인천 공장에서의 생활은 단순했다. 종업원이 3천 명이 넘는 공장이었는데 일당이 2천 9백 원이었다. 프레스에 손가락 한 두 개 잘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별다른 기술을 가지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계를 이용해 숟가락을 펴는 단순 노동이었다. 더 복잡한 일은 숙련공들의 몫이었다.


  단순한 작업이라고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작업 중에 기계에 몸을 부딪쳐 목숨을 잃을 뻔한 일도 다반사였다. 이른바 의식화 활동은 당장에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공장에 적응을 해야 했고, 사람들과 친해져야 했다. 참다운 노동 운동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 전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우선 내 자신을 단련시키고 달라진 생활에 적응해야 했던 것이다.



whr_022.jpg



  인천 생활은 그야말로 최저 수준 이하였다. 라면상자를 찬장으로 쓰고, 냄비 하나에 곤로 하나가 전부인 옹색한 살림이었다. 자취하던 방에서 연탄가스가 새어 나와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기왕 공장 활동을 시작한 것,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심정에서 3일 내내 철야를 한 적도 있다. 결국 체력이 바닥나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생활적인 어려움이나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오히려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큰 고민은 내가 지식인이었다는 것이다. 내 몸은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여전히 지식인에 머무르고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지식인이 노동계급으로 투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진지하게 이른바 존재 이전을 꿈꾸었던 나의 시도가 허위의식이거나 적어도 무리한 시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whr_021.jpg



  그 와중에 엉뚱한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내에서 사람들이 수당 문제로 사측과 대립을 하게 된 것이다. 가만히 있어야 할 신분이었지만 몇 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말투나 자세가 여느 노동자들과는 달리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요주의 인물로 찍히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회사를 나와야 했다.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공장에 들어간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1985년 말 공장 활동을 그만두며 노동운동의 현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노동운동에 투신하는 것보다 이론과 전략에 대해 모색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현장 활동가가 되겠다는 나의 시도는 실패한 것이다. 나는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whr_020.jpg



  하지만 내 삶 자체가 실패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규정된 내 삶의 울타리를 넘어서고자 했고, 그 시도는 내 삶의 지평을 넓혔다. 캠퍼스에 갇혀 있었던 관념적 지식인이 생산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고자 했고, 그들과 같은 삶을 살고자 과감히 투신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소외 받은 이웃과 함께, 그들을 위해 살겠다는 ‘투신’의 열정은 지금도 내 삶의 가장 근원적인 원동력이다.

>>< src= width=1 height=1>>>>>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대중에게 충격을 준 파격 행보의 스타는? 운영자 21/06/15 - -
28 [원희룡 에세이] 아버지는 모질게 장사를 하지 못했다 [25] 운영자 07.06.29 3341 7
27 [원희룡 에세이] 목표에 대한 과정은 우리의 몫 [3] 운영자 07.06.28 1517 2
26 [원희룡 에세이] 아버지는 나를 믿으셨다 [3] 운영자 07.06.26 1829 3
25 [원희룡 에세이] 아버지는 생계보다 자식이 더 귀했다 [3] 운영자 07.06.22 1751 1
24 [원희룡 에세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라 [3] 운영자 07.06.20 1467 0
23 [원희룡 에세이] 최고의 운동선수 [3] 운영자 07.06.18 1480 1
21 [원희룡 에세이] 마라톤에서 정직을 배우다 [2]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3 1713 3
20 [원희룡 에세이] 달리는 본능에서 생긴 존재감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11 1242 1
19 [원희룡 에세이] 마라톤을 향한 첫 발 [1]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04 1380 1
18 [원희룡 에세이] 요슈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 [1]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30 1728 2
17 [원희룡 에세이] 운동에 대한 갈망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7 1474 2
16 [원희룡 에세이] 부산지검을 떠나던 날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4 1422 3
15 [원희룡 에세이] 마약과의 전쟁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0 1801 4
14 [원희룡 에세이] 각각의 사건이 하나의 사건으로 [1]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18 1495 2
13 [원희룡 에세이] 서울지검 원희룡 검사 [1]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16 2760 4
12 [원희룡 에세이] 삶의 가장 큰 선물 [3]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13 1777 3
11 [원희룡 에세이] 뚜벅이 청년의 아내과 두 딸 [5]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11 2725 2
10 [원희룡 에세이] 아내, 그리고 새 생명과의 첫 만남 [4]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9 2456 6
[원희룡 에세이] 나의 한계와 뜨거운 열정 [4]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6 1713 1
8 [원희룡 에세이] 노동자를 벗 삼아 지냈던 야학 교실 [2]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4 2550 1
7 [원희룡 에세이] 노동자로서의 삶, 나에게 묻는다 [2]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2 1591 1
6 [원희룡 에세이] 유기정학과 사글세 연탄방 [2]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30 1835 1
5 [원희룡 에세이] 새내기의 꿈, 그리고 험난한 여정의 시작 [1]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8 1645 1
4 [원희룡 에세이] 가을의 춘천에서 달리다 [2]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6 1514 2
3 [원희룡 에세이] 더 쓰임새 많은 발가락 [2]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1 1562 1
2 [원희룡 에세이] 42.195km, 첫 풀코스의 경험 [3]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19 1471 1
1 [원희룡 에세이] 프롤로그- 달리기는 늘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25]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16 2226 3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힛(HIT)NEW

그때 그 힛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