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는 아니지만 35살 걍 좆소기업 출근충이다.

  20대 후반까지 어떻게든 연애하고 결혼해 보려고 안간힘을 다하다가

  30초에 내 얼굴과 능력으로는 도저히 안된다는거 깨닫고 그 뒤로는 유유자적 싱글 라이프 즐기는 중이다.

  그래도 20후까지는 성격 엄청 활달해서 갖가지 모임을 다 갔다보니 지인이랑 아는 여자는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진짜 준 연예인급의 비주얼을 가진 애들도 꽤 있는데

  이런 애들은 20대 초에 몇번 트라이 해봤다가 자존심 개박살난 후로는 그냥 연예인 보듯 모임에서 이야기만 하는 편이다.

  여튼 그 중 20대 초부터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여자도 3~4명 되는데 토요일에 지인 결혼식장에 한명 왔더라고

  얘는 외모도 쩔지만 능력도 미쳐서 (유학 출신에 SK 인사팀 재직) 그야말로 눈이 성층권을 돌파할 지경이었는데

  특히 SK 붙었을 때에는 나같은 놈은 남자는 커녕 영장류로도 안본다는게 눈빛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뭐 그 후로도 벤처 사장이나 변호사 같은 사람하고 연애하다가 자세한건 모르지만 결혼은 못했는지 안했는지 어느새 34살이 되었더라.

  그럼에도 결혼식장에 딱 붙는 파란색 원피스에 화장 개빡세게 하고 온게 느껴지던데 그래도 오래 알던 사이라 인사하고 잡담 좀 나눴다.

  결혼식 시작하고 난 좀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다른 지인(나하고도 친구)들이랑 몇마디 나누더마는 갑자기 내 옆에 앉더라고

  그러더마는 오랜만이라느니 살빠져서 몸 좋아보인다느니 하는 소릴 하던데 내가 얘랑 이렇게 친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10분 이상 이야기해본게 거의 5~6년전 취직 축하연이었던듯. 근데 이야기하면서 은근슬쩍 터치를 막 하는거야. 옛날엔 내가 이야기하면 정색만 하던게

  지인들이랑 뷔페까지 끝내고 집에갈 때 됐는데 다들 약속있거나 결혼한 친구들 대부분이라 돌아가고 차로 혼자 돌아가는데 나밖에 없는겨

  원래는 집에 걍 가서 게임이나 하려고 했는데 자기 잠실에 약속있다고 데려다 주면 안되냐고 하는거야.

  8년전쯤에 호구짓 하던 흑역사가 순간 생각나서 개정색 할까 싶다가도 내가 또 언제 이런 미녀를 옆좌석에 태워보나 싶어서 걍 잠실에 데려다 줬음

  그러고 갈려는데 고맙다면서 스벅 사더라. 또 한시간 마냥 잡담 들어주고 있었음.

  이때쯤 사실 현타와서 시발 내가 황금같은 시간에 에어리스랑 안놀고 뭐하고 있나 싶더라 (요새 파판7 하는 중)

  집에와서는 옛날 생각 나길레 옛날에 얘랑 모임하면서 찍은 사진 같은거 보다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갑자기 카톡 오더만 (전화번호도 바꼈던데 내꺼 친구한테서 알아낸 듯)

  자기가 저녁 살테니 쇼핑하는거 같이 봐주면 안되냐고 하더라고.

  솔직히 이나이 되니까 아직도 내가 호구로 보이나 하는 생각이 더 들어서 질질 끌다가 거절했다.

  그러니 술을 산다느니 집 근처에서 먹자느니 하는 별 소릴 다하더라고

  문득 어제 결혼식장에서 빡센 화장 밑으로 어느새 선명하게 보이는 눈가 주름이 생각나더라

  얘도 어느샌가 호구짓해줄 남자가 나같은 새끼밖에 안남았구나..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다행히도 난 이미 호구짓할만큼의 성욕이 남아있지 않아서 조용히 핸드폰 끄고 플스나 켰다.

  그래도 인상깊은 주말이었기에 점심먹고 심심해서 글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