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알다시피, 마더 혜례사께서 도시락을 출시하사, 곧 이어 도시락 계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고, 현재 GS의 김혜자, CU의 백종원, 세븐일레븐의 혜리 도시락이 마치 위, 촉, 오와 같은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훼미리마트 도시락은 어딨냐, 최초 출시는 혜례사가 아니다 등등의 반문들은, 대충 그렇다는거니 넘어가도록.

나는 아쉽게도 백종원 아조씨와 우리 혜리의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은 입에 쑤셔넣어보질 못했다. 근처에 CU랑 세븐일레븐이 없거든. 저주받은 동네 마더뿨커. 그래서 마더 혜례사의 은총을 받아가며 하루를 버티고 있다.

아래는 내가 먹어돈 마더 혜례사의 도시락들과 그에 대한 주관적 후기 및 평가이다.

1. 부대찌개 도시락
근래에 부쩍 평가가 수직상승하는 도시락이다. 사실 마더 혜례사님의 부대찌개보다도 신동엽의 왕사골만둣국이 먼저 나왔던 걸로 알고 있다. 가격도 동일하게 3800원이고. 아쉽게도 동엽이형의 만둣국은 혜례사님의 부대찌개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이는 선점 효과와 그로 인한 네임 밸류 차이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만둣국 혹은 떡국은 기존에도 이미 존재하던 편의점 음식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필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맛을 보자면, 살짝 짭짤한 맛, 모두가 아는 라면 스프 넣은 그 부대찌개 맛이다. 물론 라면스프보다는 향이 좀 덜하긴 하나, 안에 들어간 페페로니, 마카로니, 콩, 떡, 라면사리, 고추, 햄, 소세지 등의 다양한 재료들로 인하여 향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린다. 보면 알겠지만 이 부대찌개에는 부대찌개라고 불리울 수 있는 요리에 필요한 재료가 몽땅 들어가있다.
흔히 싸구려로 파는 부대찌개들 보면 라면스프넣고 햄이랑 소세지, 라면사리에 파 정도까지만 넣는거 알지?
이제 우리는 저질 부대찌개 집에 가서 편의점에서 파는 간이 부대찌개만도 못한 맛이라고 자신있게 비판할 수 있는 좋은 레퍼런스를 하나 얻은 셈이다.

2. 진수성찬 도시락
3500원짜리인데도 불구하고 이름에 걸맞는 다양한 반찬으로 승부하는 도시락이다. 삼색 나물부터 계란, 고기, 튀김까지 모두 다 때려박아 넣었다. 물론 가격 대비로 양을 첨가했기에 모든 반찬을 푸짐하게 먹는 기분이 아니고, 이것 저것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도시락이다. 반찬의 양이 좀 적어보여서 투덜댔다면 다시 한 번 가격을 보면 된다.

3. 바싹 고추장 / 바싹 불고기 도시락
4000원짜리 고기종류가 좀 더 들어간 도시락이다. 개인적으로는 불고기 쪽을 더 좋아하는데, 불고기에는 잡채가 들어가 있거든. 고추장 불고기에는 잡채 대신 타르타르 소스와 치킨까스가 들어가 있다. 근데 니들도 알다시피 치킨까스류는 도시락들에 쎄고 쎘기 때문에 좀 특별하게 잡채가 있는 불고기 도시락이 더 좋았다. 맛은 너도 나도 아는 혜례사님의 은총에 눈물 흘리는 그 맛.

4. 스팸 & 칠리 소시지 도시락
3800원에 각종 소시지 류를 맛볼 수 있는 도시락이다. 흔한 도시락들은 고기나 치킨 위주로 나오는 반면 이 도시락은 아예 햄 종류를 있는대로 처박아놔서 나같은 파오후가 도저히 그 앞을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귀신같은 별미이다. 
이 도시락의 화룡정점은 누구도 이의가 없을 스팸 두 조각. 이 도시락 먹고 있는데 친구가 와서 나도 한입만 거리며 스팸 하나를 슬쩍 들고 갔다? 아무 고민하지 말고 일어나서 주야장천 딸치던 근육을 끌어모아 뺨을 후려쳐라. 저런 인간은 친구가 아니다. 지는 안먹는다길래 김치 볶음밥을 시켜놨더니, 김치 볶음밥 위에 올라가 있는 참기름과 깨까지 뿌린 반숙 계란 후라이만 쏙 빼먹고 먼산 보는 개쌍놈 부류와도 같은 미개 종족이다. 아오 앀발 생각하니 더 빸치네.

5. 명불허전 도시락
GS 도시락 계의 끝판 보스다. 이 놈을 꺾을 GS 편의점 도시락은 당분간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닭 위주로 반찬이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것도 맛있지만 역시나 메인디시로 들어있는 양념훈제 닭고기와 빵가루로 튀긴듯 눅눅하긴 해도 두툼하게 씹히는 닭튀김, 이 두 덩어리가 먹는 이로 하여금 치느님은 역시 절대선이라는 걸 깨닫게 만들어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악설을 믿는 사람이지만, 닭만은 성선설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락에 비해 양으로 전혀 꿀릴게 없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의 도시락 가격은? 3400원이다. 시바, 혜자님 사랑해요. GS 도시락의 하한 마지노선 3500원을 꿰뚫다 못해 와장창 박살내시고는 그대로 보스가 되어버린 명불허전 도시락을 아직까지 못먹어봤다면 한 번 쯤은 먹어보도록 하자. GS 편의점 도시락 계의 언더테일 쯤 되시겠다.

번외. 홍치킨 도시락
이 놈도 맛이 좀 괜찮은 도시락인데, 3500원짜리 치킨 위주로 구성된 도시락이다. 모델이 석천이 형이라서 정감이 가는 것은 덤. 치킨의 종류가 세 가지 정도 되는데 각각 맛이 조금씩 다르게끔 구성되어 있어 도시락 치킨으로서 존재하는 모든 치킨류를 도시락 하나만으로 충분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참으로 아쉬운 것이 동엽이 형의 도시락은 생각보다 힘을 못내고 있다. GS로 오지 말고 훼미리마트로 가면 혜례사의 그늘에서 좀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마더 혜례사님의 네임 밸류에 가려서 그렇지 동엽이 형 도시락 종류들 나쁘지 않은데, 다만 김밥이 좀...창..ㄹ..아닙니다.

이상 주관적 도시락 시식 후기였다.

세줄 요약:
1. GS 편의점 가서 명불허전 도시락을 고른다.
2. 뚜껑을 열어 전자렌지에 1분 30초 돌린다.
3. 꺼내서 맛있게 먹되 가장 큰 치킨 덩어리 두 개를 최대한 음미해라.

이만 빠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