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욕망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나에겐 그런걸 불러일으킬만한 대상이...없다.

성공, 출세, 결혼, 연애, 섹스, 맛있는 음식, 명품, 자동차, 내집마련… 등등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추구되는 욕망의 대상들인데

이런 것 어느 하나도 나를 움직이게 하질 못했다.

물론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정말로 추구하고 싶어서 추구한게 아니라

단지 남들이 욕망하는걸 나도 욕망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추구하는 척 했을 뿐이다.

그러니 동기부여가 오래 되지 못하고 금방 관두게 되었다.

이건 내가 어렸을적부터 그랬고 어찌보면 반쯤 운명지어진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분류상으로는 N포세대에 속하지만 실상은 그들과 다르다.

나는 그걸 추구하려고 노력한 끝에 포기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욕망하지 않았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단지 편하게 쉬는것만을 욕망했을 뿐이다.

하지만 로또가 당첨된다든가 건물주라도 되면 모를까 나는 그럴 운이나 능력이 없으니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서 초딩때부터 일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어서 생활하는 방법은 없나 하는 생각에 빠졌고

그 결과 나는 공무원이 인기 없던 시절부터 공무원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운나쁘게도 IMF 사태가 터지고 글로벌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도래하면서

충분히 모험을 추구하면서 살아도 될 강한 사람들이 죄다 나처럼 안정추구에 몰빵하는 사회가 되버렸다

말하자면 예전 거품경제 시절엔 나같이 무능하고 약한 사람이라 해도 앉을 자리가 있었는데

그런 자리마저 죄다 경쟁자들이 차지해버린 것이다. 운이 나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나의 불운은 좀 더 일찍 태어나지 않은 것에 있다. 아예 안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