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번에 지방대의 현실과 선택 기준을 제시한 글을 써주었다. 어떻게든 일반 지방 국공립이나 된다면 인서울과 수도권을 노리라고. 그런데 그것을 해내지 못하는 애들이 분명히 있을거다. 괜찮다. 너희가 능력이 부족해서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 없다. 설악산을 열심히 파봤자 석유는 한 방울도 안 나오듯 노력도 되는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그러면 두 번째 전략을 생각해보자. 어떤 지방사립대를 선택할까? 여기서 많은 애들이 착각하는 것이 지방사립대는 거기서 거기니까 아무 곳이나 가자라는 생각이다. 어차피 둘 다 사회에서 지잡대로 평가받는 것은 똑같으니까. 이 부분이 수험생의 맹점이다. 사회의 평가는 이력서에 한 줄 쓴 너의 대학 이름만 1초 만에 보는 것인데 정작 한 줄을 쓰려고 4년간 개고생하는 것은 너희들이다. 너가 4년간 있었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쓰면 10권은 나오겠지만 이력서에는 ㅇㅇ대학교 ㅇㅇ학과 학사 이게 끝이다. 아무도 너의 이야기를 알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너희의 선택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기준은 개신교 재단 대학이냐 아니냐이다. 가톨릭, 불교, 원불교는 상대적으로 괜찮다. 이 문제는 확률 때문에 벌어진다. 개신교 재단 대학이 대학을 만든 목적을 이해해보면 간단하다. 그들은 선교를 목적으로 대학을 만든다. 너희가 직접 그 학교 홈페이지에 가서 봐라. 그 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대학이 애써 숨기려 써놔도 기독교정신이니 하나님이니 복음이니 사랑이니 어쩌고저쩌고 이런 것이 나온다. 아예 대놓고 하나님의 진리를 공부해야 한다느니 다른 개신교 교파나 다른 개신교 국가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자신들이 하나님의 진리에서 우월하다고 써놓는 대학도 있다.
그 대학은 심지어 돈까지 등록금으로 바치는 너희를 선교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들이 너희에게 돈을 줘도 모자랄 판에 너희나 너희 부모님이 미래에 쓸 돈을 선교단체인 대학에 바친다. 그래서 이사진은 그걸로 돈 잔치하고 이사를 어느 교회 목사로 뽑고 교수도 어디 교회 장로니 뭐니 이런 사람으로 뽑는다. 거기서 일하는 교직원 나부랭이도 다 어느 교회 집사고 권사고 장로들이다. 너희는 그것을 쉽게 알지 못한다. 이 나라에 교회가 몇 개인지 개신교도의 숫자가 몇 인지 이 나라의 어떤 기관도 정확히 세지 못하는데 그걸 너희가 다 알겠는가? 심지어 신학대학 교수도 한국에 개신교의 종류만 세도 몇 개나 되는지 모르는데 정부고 통계청이고 걔들이 어찌 아나?
그래서 그들은 너희의 권리니 복지니 이딴 것에는 전혀 관심 없고 채플이니 무슨 수업이니 소모임이니 강제로 하게한다. 그런 채플이나 수업이나 기도회에서 빠져도 되는 사유는 가족의 사망이나 본인의 결혼 또는 출산뿐이다. 아니면 지진이나 핵폭탄 폭격으로 그 건물이 무너지면 된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운동장 야외예배를 한다고 하겠지만. 강도에게 칼에 찔렸다는 것도 안 되고 교통사고도 안 된다. 중간에 못 나가게 문 잠그고 사진 찍고 스마트폰 뺏고 심지어 책도 성경책 빼고 다 뺏는다. 뺏기기 싫으면 가방에 넣는 것 뿐이다. 지금 코로나 사태로 그런 예배를 인터넷에서 밖에 할 수 없으니 괴상한 방법까지 동원해서 출석체크한다. 그것은 알고 있는가?
심지어 교수가 다니는 교회에 출석하라고 하거나 무슨 동아리니 모임이니 무슨 기도회에 오라고 강요까지 한다. 교수가 선후배가 간다니 너는 안 갈수도 없다. 너희는 거기에 코 꿰이는 순간 끝난 것이다. 심지어 법도 너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종교 강요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만 불법이다. 대학교는 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법원의 판례를 찾아봐라. 대학은 개인이 선택해서 가는 것이므로 만약 그 종교가 싫다면 수험생이 미리 알아서 회피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다.
만약 너희가 종교가 없는데 개신교 재단의 지방대에 갔다면 입학 후 놀랄 것이다. 개나소나 교회를 다닌다. 걔들은 지방대를 고를 때 개신교 재단이냐 아니냐를 따져서 고른다. 걔네들은 사이비 종교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서 끈질기게 개신교계 사이비 종교에 들어오도록 꼬드기고 실제로 거기에 빠진다. 왜냐? 현실은 어둡고 막막하고 타지에 왔으니 외롭고 그래서 그곳에 자기도 모르게 간다. 그게 퍼지고 퍼져서 같은 동아리, 같은 학과 동기, 선후배로 퍼지고 학교는 개판된다.
학교는 자기들 딴에는 정통 개신교를 가르치고 선교해야 하니 사이비에 맞서 더 강화된 선교를 한다. 그래서 개신교와 전혀 관계 없는 삶을 살았던 애들은 이래저래 피해만 보게 되고 심지어 개신교회에 다니는 애들도 자기는 교회에 안 다닌다고 거짓말하며 교수든 사이비든 다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인서울 대학이 높을까? 개신교 재단 지방대학이 높을까? 인서울 대학에도 물론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서울은 놀 것도 많고 미래 준비하느라 정신 없고 수업 듣고 알바도 하고 할 것이 너무나 많아서 정통 개신교든 사이비든 종교에 빠지는 놈이 소수이지만 지방은 아니다.
특히 너희는 배재대 갤러리에서 내가 쓴 이 글을 보고 있지? 대전지역 사립대 상황을 알면 까무러칠걸. 코로나 사태로 사이비에서 강제로 아웃팅된 애들이 몇이나 되는지? 그것도 아주 일부만 공개되었다는 사실은 너희도 잘 알고 있지?
너희는 인서울처럼 사회를 위한 인맥은 못 쌓아도 그래도 최소한 밥을 같이 먹을 정상적인 동기라도 만들어야 하고 잠깐이라도 즐거운 사람과 떠들고 어울리고 그래도 취업 신경써줄 교수를 하나라도 만나야 할 것 아니냐. 잘 모르는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 죽겠어서 겨우 한 사람을 찾았는데 높은 확률로 너에게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사람을 만날래? 너의 시간과 노력은 누가 보상해주냐?
무교나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 싫고 심지어 사이비에 빠진 학생에게 장학금을 줄 수는 없고 그걸 다 확인할 수도 없으니 어디 교회 목사 자녀, 장로 자녀라며 신원이 보장된 애들에게 장학금 몰아주고 그런다. 비리라고? 그런 비리는 잡지도 못한다. 서류상 생판 남인데다 교회가 몇 개인지도 모르는데 그게 어떻게 얽혀있는지 누가 아냐. 다 그들의 인맥으로 된 것이지. 너희 부모님이 교회를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그런 인맥은 못 얻는다. 혜택을 아무도 너에게 줄 생각이 없는데 자기에게도 콩고물 떨어지기를 기대하며 무작정 개신교 재단 대학 등록하는 애들은 정말 미련한 애다. 더구나 무교나 다른 종교인 애들은 그 좁은 지역에 거의 있지도 않은 알바를 겨우 잡아 개고생하며 다닌다. 걔들은 등록금을 다 장학금으로 충당하고 공부도 대충하고 배두들기며 편히 쉬는데.
그래서 일반 재단이거나 종교 재단이더라도 가톨릭, 불교, 원불교 재단의 대학을 가는거다. 그러면 정말 너가 누구에게든 부당한 대우를 당할 확률이 확 줄어든다. 그런 곳은 재단이 종교재단이지만 얌전한 종교들이고 운영 주체가 성직자들이라 불교의 어느 파나 원불교의 일부 성직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아 얽힐 끈이 없어 학생에게 부당하게 할 것도 없다. 그 안에는 개신교처럼 시무장로니 행정장로니 안수집사니 뭐니 이름 아무거나 갖다 붙인 이런 계급도 없고. 다만 성직자들이라 지나치게 신중하고 무언가를 바꾸는 것을 싫어해서 일처리나 결정이 답답할 뿐.
일부 대학 중에 어찌보면 돈 많은 사이비 재단이 만든 대학도 있다. 오히려 의외로 그런 대학은 학교 차원에서 절대로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만약 강요했다간 그날부로 언론에서 어떻게 할지 뻔하잖냐? 오히려 재단의 종교는 힘이 없고 다만 학교 주변에 온갖 정통 개신교니 다른 사이비니 어디 파니 하는 애들이 세력 다툼한다고 득실거릴 뿐. 이런 곳도 기본적으로는 최악의 상황에나 가는 것이다.
결론을 내린다. 최선으로 일반 재단 학교를 선택하고 차선으로 가톨릭, 불교, 원불교 재단의 학교를 선택한다는 기준이다. 그곳 한 곳만 합격했다던가하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개신교 재단의 학교에 간다. 처음부터 그런 곳을 노리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경우 집과 가까운 곳을 최선으로 택해라. 최악은 집에서도 먼데 개신교 재단 사립대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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