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공원 앞 편의점은 한가롭다. 지나칠 정도로. 24시간을 강조하는 본사의 영업 방침만
아니라면 그냥 하루 8시간만 운영하는 편이 누가 보아도 합리적일 정도로 이 편의점의 밤 손
님은 드물었다.
"으음"
주인은 자기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다가 누군가가 콩콩콩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
라 깨어 저 앞을 내다보았다. 손님은 없었지만 시선을 조금 내리자 놀랍게도 실장석이 그 작
고 더러운 손으로 유리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까 닦아놓은 것인데, 라고 생각하며 주인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카운터 한 켠의 집게를 집어
들었다. 공원 앞의 편의점이라는건, 밤 손님이 없다는 단점 외에도 이렇게 가끔 정신 나간 실
장석들이 편의점을 기웃거린다는 또 다른 단점이 있다.
"망할"
문을 열고 집게로 녀석을 집어들려고 하는 순간, 주인은 녀석이 무언가 팔랑거리는 것을 손에
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엔짜리 지폐였다.
"뭐야 이 놈"
편의점의 밤
실장석이 들고온 지폐. 젊은 알바생이라면 그저 생각없이 그 돈을 빼앗아버리고 실장석은 슥
치워버리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사회의 베테랑은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이다.
"어디서 난거야 이거"
혹여라도 이게 어디서 쓰러진 취객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돈을 슬쩍 한 것이라거나, 혹은 어
떤 악질적인 어린 놈들의, 돈을 노린 함정이라면 귀찮아 질 수 있다. 실장석이 훔쳐간 내 돈
을 이 가게 주인이 슬쩍 했다거나 하는 식의 시비라던지 말이다. 100엔 10엔도 아니고, 만엔
짜리라면 더더욱.
호기심이 아니라, 혹시라도 모를 범죄나 사건사고에 대비하자는 생각에 주인은 공원에 방문하
는 사람들이 종종 구입하는 2천엔짜리 저가형 린갈을 뜯어 실장석에게 물었다.
"그 돈 뭐야"
그러자 실장석은 돈을 흔들며 말했다.
"주인님이 주신 돈인 데스"
주인님이라…, 누가 키우는 놈인가. 다른 좋은 애완동물 다 놔두고 실장석 같은 버러지를 키
우는 놈들의 정신머리는 이해할 수 없지만, 뱀이나 벌레 같은 거 키우는 놈도 있다니 뭐 실장
석 키우는 놈이 있다는게 이상할 일은 아니겠지. 어쨌거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확실히 옷이 좀
꾀죄죄하기는 해도, 레이스가 달린 옷이라던지 하는게 누가 키우다 버린 놈이 확실했다. 참
그 놈도 어지간한 놈이다. 돈까지 쥐어주고서는 버리다니.
"그래서 그 돈으로 뭐?"
"밥과 약을 주는데스"
주인은 그만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웃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어쨌거나 실
장석이 돈을 들고 와서 자기한테 물건을 팔라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정말이지 스스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눈을 부릅떠봤을 정도다.
"재밌는 놈이네 이거, 좋다"
보통의 알바생이었다면 그 시점에서 돈을 빼앗고 실장석을 죽였겠지만, 역시 조심성 많은 사
회의 베테랑. 만에 하나 이게 또 혹시나의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느 미친 놈이 실
장석을 이렇게 가르치고서는 역시 가게 주인이 돈을 가로채면 나타나서 배상금을 요구할지 혹
시 또 아는가. 게다가 애초에 장사는 신뢰다, 라고 믿고 살아온 주인은 녀석의 쇼핑을 허용했
다.
"자, 이건 실장푸드고, 이건 니들이 좋아하는 콘페이토다. 이건 인간의 약인데, 독하니까 한
알씩만 먹어야 된다. 사람 약이 너희한테도 약빨이 듣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린갈도
니가 산 걸로 치는거다"
만 엔은 큰 돈이다. 가끔 애호파들이 사료 뿌리려고 이 편의점에 들러 사가는 10kg짜리 싸구
려 실장사료 포대 2개를 사고도 남는 돈.
"다만 실장사료는 네가 들고 가기에는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지금 이 밤중에 가게 문까지 닫
고 공원에 이걸 내가 들고 가서 배달까지 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니가 가끔 올 때
마다 조금씩 퍼주마. 어떠냐"
"좋은데스, 감사한데스"
확실히, 제법 교육을 잘 받은 놈인지 말을 이해하자 인사를 꾸벅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 놈이
여기 와서 실장푸드 얻어가는 모습을 다른 놈들이 발견하면 그걸 오해한 다른 놈들이 들끓어
귀찮아 질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 주의를 주었다.
"혹여라도 다른 놈들이 이 가게 와서 구걸하지 못하게, 너는 이 가게에 올 때마다 돈을 들고
와야 된다는 사실을 잊지마라. 이런 거 말이지. 그리고 낮에 오면 내가 없으니 무조건 죽는거
야. 꼭 해가 지고 달이 뜬 이런 깊은 밤에만 오거라. 알겠니"
"알겠는데스"
실장석에게 밥과 약, 100엔짜리 동전까지 쥐어 들려보내며, 편의점 주인은 다시 한번 이게 꿈
인가 생시인가 싶어 꼬집어 보았다. 역시 아팠다. 뜯어놓은 사료 포대는 낮의 여자 알바생에
게 "이 주변에 사는 손님이 사놓고 킵 해놓은 거니까 잘 놔둬"하고 말해두었다.
며칠이 지났다.
"또 왔나"
녀석은 거의 삼 일에 한번 꼴로 편의점에 방문했다. 먹이를 받아가고, 인사를 하고, 목에 비닐
봉투를 걸고는 그 균형 안 맞는 엉덩이를 흔들며 돌아간다. 주인은 피식 피식 웃었다. 벌써
조금은 정이 들었는지도.
"데히, 닌겐상…"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실장석이 가게 유리문을 또 콩콩 두드렸다. 주인은 예의 언제나의
그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놈이었다.
"너는 뭐냐"
그 실장석은 "와타시도 밥과 약을 사고 싶은데스"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주인은 물
었다.
"돈은?"
"돈이 뭐인데스?"
"이런…"
주인이 카운터 뒤의 집게를 가지러 간 순간, 실장석이 다급하게 외쳤다.
"이거 말인데슷?"
녀석이 꺼낸 것은 10엔짜리 동전 두 개. 주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우마이봉 과자 두 개를 던져
주었다.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면 더 많이, 더 큰 돈을 가져오거라. 물론 밤에만 오는 것을 잊지
말고"
"데에!"
실장석 세계에도 소문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하루 만에 실장석들은 대성황이었다. 꼭 밤에
만 오라고 했음에도 이해를 못 했는지, 낮의 알바생이
"오늘 무슨 날인지 실장석들이 가게에 막 우글우글 몰려와서 그 놈들 다 치우느라 난리였어요
" 하고 불평을 했다. 주인은 조금 찔렸지만 "공원에 뭐 학대파 놈들라도 설쳤나보지" 하고 적
당히 둘러대었다.
어쨌거나 오늘 밤에는 거의 30분에 한 마리씩 가게 문을 두드려 댔다. 개중에는 놀랍게도 천
엔짜리를 몇 장이나 들고 온 놈도 있었다.
"어디서 난 돈이야"
"노예 닌겐상이 흘리고 간 돈인데스, 데프프"
"바라는건 뭔데"
"콘페이토과 스시와 스테이크인데스"
"스시는 무리고, 인스턴트 함박 스테이크라면 있다"
"데프프 내놓는데스"
보통 밤 12시가 넘어서면 아침이 될 때까지 매상이 거의 제로에 가까울 때가 많은데, 이 날
하루만 매상이 9천엔이 나왔다. 게다가 그 다음 날은 2만엔, 그 다음 날은 2.5만엔이 되었다.
물론 낮 시간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벌이였지만, 야간 근무 시간에 켜두는 전기세가 아
까울 지경이었던 주인으로서는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그 손님들이 실장석이라는 웃지 못할
일은 황당했지만 말이다.
"녀석들 돈이 떨어진건가"
6만엔의 매상을 올린 것을 피크로 급격히 실장석 손놈들의 구매력이 줄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원에서 동전을 줍는다거나 하는 일이 아닌 이상 실장석들이 어디서 돈을 벌어오는 것
도 아니니 그저 '반짝반짝 빛나는 둥글고 납작한 돌' 혹은 '문양이 화려하고 질감이 독특한 종
이'를 소장하고 있던 경우가 얼마나 있겠는가.
오히려 문제는 분충들이 소문을 듣고 잔뜩 몰려와 밥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일이 늘어난 것
이다. 무시했더니 유리 문에 투분을 하고 튀는 일까저 생겼다.
"원 제기랄"
그것도 거의 10분 단위로. 주인은 뛰어나가서 곧바로 그런 놈들은 걷어차서 머리통을 부숴버
린 다음에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그것도 한 두마리지, 슬슬 짜증이 생겼다. 게다가 결정적인
문제는 낮에 생겼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한참 자고 있노라니, 휴대폰이 울렸다. 주인은 잠결에 전화를 받
았다.
"여보세요?"
"사장님, 전데요, 지금 이상한 손님이 여기 고발한다고 지금 난리인데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
어요. 바꿔 드릴게요"
'이상한 손님'이라는 말에 발끈한 듯한 여자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여보세욧? 이 편의점 사장님이세욧?"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신지"
"저는 실장석 애호협회 사람인데요, 여기 실장석들이 지금 아무리 사료를 뿌려도 먹지를 않네
요? 그래서 이상해서 대화를 해보니까, 글쎄 여기 편의점에서 밤마다 사람 먹는 음식물을 실
장석들에게 뿌렸다는데, 아니 생각이 있는거에요 없는거에요? 맵고 짜고 자극적인 사람 먹는
음식들을 우리 실장석들에게 뿌리면, 다 죽으라는거에요 뭐에요? 입맛도 다 버려놓고. 혹시
학대파니 뭐니 그런 거 아니에요?"
"뭐요?"
"어머어머, 이 아저씨 성내는 것 좀 봐. 무서워 죽겠네 증말? 지금 성 내는 거에요? 우리가
여기 편의점에서 팔아준 실장 사료 매상이 얼마인데? 주마다 달마다 실장사료 세 포대 네 포
대, 물이며 우리 도시락이며 뭐며, 이거 다 지금 거래 끊어버릴까요? 여기 본사에다 서비스
최악이라고 신고라도 할까요?"
딱히 애호파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죄 없는 동물을 학대하고 다니는 미친 놈도 아닌데 학대
파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은 것에서 순간 화를 벌컥 낸 주인이었지만, 곧 손님을 신처럼 모셔
야 하는 편의점 가맹점주라는 스스로의 입장을 떠올린 그는 얼른 입장을 낮추었다.
"저기, 사모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밤에 굶고 있는 실장석 몇 마리가 구
걸을 하길래 뭐라도 나누어 준 것일 뿐, 제가 뭐 실장석을 잘 몰라서 사람 먹는 것을 주면 안
되는지 잘 몰랐습니다"
염병, 음식물 쓰레기 뒤져서 먹고 사는게 실장석인데 사람 먹는거 먹으면 안된다니.
"여튼 죄송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실장석이 무슨 죄에요 정말, 괴롭히지 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가 똑똑히 지켜보겠어요!
흥!"
"네, 네 죄송합니다"
대충 수습은 잘 했지만, 그렇잖아도 그 만엔짜리 돈 들고 온 놈 실장사료 킵해둔 것 때문에
이상한 눈길 보내던 낮 시간대 알바생은 주인을 이젠 노골적으로 학대파처럼 생각하는 듯 했
다.
"젠장할"
이쯤해서야 주인 입장에서도 억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세상에 실장석에게 음식을 판, 가
히 유일무이한 대자대비 자애로운 애호파 편의점주건만, 세간의 평가는 오히려 그 정 반대라
니. 그제서야 그냥 이럴 바에야 그냥 그 똥벌레 놈 돈 뺏어버리고 치워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때였다.
콩,콩,콩-
예의 그 실장석이었다. 만엔을 들고 왔던 녀석. 하지만 주인의 표정은 냉랭했다.
"미안하지만, 네가 낸 돈으로 먹은 사료는 저번이 마지막이었다. 나도 더이상은 줄 수 없으니
돌아가거라"
사실은 아까 홧김에 남은 사료 반 포대를 그냥 다 버렸을 뿐이지만. 그 실장석은 크게 놀란
표정이었다.
"데에?! 그러면 이제 와타시는 무엇을 먹고 사는데스?"
그걸 나한테 물어서야 쓰나.
"처음 주인이 너를 버렸을 때는 어떻게 먹고 살았는데? 나한테 실장 푸드 사기 전에"
"주인님이 남겨주고 가신 사료를 먹은데스"
이런.
"어쨌든 나는 너에게 음식을 줄 수 없다. 얼른 썩 나가라"
"데에! 자들이 굶고 있는데스, 자비를 베푸는데스"
사실 다른 실장석이 이딴 소리를 했으면 곧바로 쓰레기통 행이었겠지만, 그래도 지난 한달 가
까이 심심하던 밤의 손님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난 한달여간 총 70만엔의 야간 매출을
올리게 해 준 고마운 녀석이다. 주인은 혀를 차며 시간이 지나 폐기를 해야 하는 도시락 몇
개를 건내었다.
"마지막의 정으로 주는 것이니, 이제는 돌아오지 말거라. 스스로 먹고 사는 방법을 찾아"
"알겠는데스, 고마운데스"
모르긴 몰라도, 실장석 중에 이 정도로 예의 바른 놈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애완용 실
장석 중에서도 꽤나 고가의 실장석이었으리라.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마침 본사에서 편의점 상태도 체크하고, 이전부터 청원했던 영업시
간 조정 건으로 사람이 나온다고 해서 낮에 주인이 나와있던 참이었다.
"확실히, 주변이 공단지대라서 심야에는 손님도 거의 없고 공원도 야간에는 개장하지 않는 공
원이라 손님이 없을 법도 하군요"
"네,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뭐, 알겠습니다. 위에는 그렇게 말씀드려서 조정하도록 알아보겠습니다. 편의점 관리를 정말
잘 하시는 모양입니다. 이런데 보면 딱 알거든요. 이런 곳에 원래 먼지가 수북히 쌓이는데..."
알바생이 끼어들어 첨언했다.
"어휴, 우리 사장님이 어떤 분이신데요. 아주 철저하게 청결을 따지시는 분이라…"
그때였다. 그 애호파 아줌마 몇몇이 광분한 표정을 한 채로 편의점으로 들어온 것은.
"오호라, 마침 여기 있었네. 당신이 여기 사장이야?"
무언가 직감적으로 큰일이 났음을 느낀 주인이었지만, 옆에 본사에서 나온 사람도 있고 해서
애써 진정을 시키려 노력했다.
"네, 사모님, 무슨 일이신지…"
"당신, 이 도시락 이거 뭐야. 이거 여기서 파는거 아냐?"
편의점 도시락을 손에 쥐고 흔드는 아줌마. 주인은 편의점 도시락을 보는 순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만엔 실장석'에게 그가 내어준 것.
"그것이 왜…"
그러자 애호파 아줌마 중에, 일전에 전화를 나누었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악을 쓰듯 말했
다.
"내가, 사람 먹는 음식 실장석 주라고 했어 말라고 했어? 이거 봐. 이거 보라구!"
그리고 주인의 얼굴 앞으로 들이민 도시락 안에는, 자세히 들여다보자 엄지실장 두 마리가 팬
티를 크게 부풀린 채로 죽어있었다.
"아"
주인이 건내준 도시락은 무려 < 핫! 카라카라 카라아게 도시락 > 이라는 상품으로 사람이 먹
어도 다음 날 아침의 화장실이 두려워지는 특급 매운 맛의 치킨 도시락이었다. 그것을 어린
엄지실장석이 먹었으니 속이 다 뒤집어져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거 먹은 친실장이 말했어. 당신이 편의점으로 직접 실장석들을 불러서 줬다며? 당신, 학대
파로 고발 할거야, 이 편의점도 불매운동하고! 그리 알아!"
아줌마들은 우르르 몰려나갔다. 물론 주인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기에 실장석을 좀 죽였기로서
니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겁날 것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바
로 옆에서 이 모든 것을 보고 들은 본사 사람이었다.
"지금 제가 보고 들은 것이 맞습니까? 우리 편의점 도시락을 저 더러운 짐승들한테 줬다구요?
제대로 폐기처분 안 하고? 게다가 가게 안까지 그 더러운 벌레들을 들이구요?"
주인은 하늘이 노래졌다.
일이 영 안 좋게 풀렸다.
사실 그냥 작은 헤프닝으로 주의 처분 정도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그 애호파 여자들
이 구청 위생과에 진정을 내었고 공원 CCTV에 실장석들 수십마리가 우리 편의점을 들낙거린
것이 확인되어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실장 사료 포대를 가게 안에 따로 보관했었다
는 낮 시간대 알바생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망할"
게다가 사람이 먹어도 매운 도시락을 실장석에게 먹여서 죽이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크게 포
장되어 마치 주인은 골수 학대파처럼 소문이 나버렸다.
결국 편의점 업체에서는 해당 지점과의 계약을 파기했고 노후의 전재산을 들이부은 주인은 큰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후 주인은 "실장석과 관계되는 인간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라는
의미불명의 말을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빠루를 든 채 공원을 돌아다니다가 실장석을 보는
족족 쳐죽였고, 그러다가 종종 사육실장까지 죽여 사람들과 마찰을 빚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찾았다, 요 녀석"
주인은 근 석 달을 미친 사람처럼 그 넓은 후타바 공원 안을 낮이고 밤이고 뒤졌다. 그 '만
엔 실장석'을 찾기 위해. 이 모든 원흉을 죽이기 위해. 그러나 그 애호파 여자들이 해꼬지를
걱정해서 잘 숨겼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으나 드디어 주인은 녀석을 찾아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공원 입구 근처 관리인실 뒷 켠의, 언뜻 보아서는 공간이 없어보이는 사
각지대에 녀석의 하우스가 있었다.
"데, 데에…"
뭐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실장석이라고 해서 크게 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편
의점 주인과 거래를 했고(게다가 그 돈을 낸 만큼 충실하게 보답을 받지도 못했고), 마지막으
로 얻은 도시락 덕분에 비극적으로 자들을 잃은 것 뿐이니까. 오히려 피해자라면 피해자의 입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노후 자금을 날린 것이나 다름없게 된 주인 입장에서는 그 원흉이 그저
이 실장석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벌벌 떠는 실장석을 박스 채로 집어들고 주인은 말했다.
"내가 당한 만큼, 너에게 그 곱절로 돌려주마.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내 마지막 노
후의 즐거움을 너의 고통으로 돌려받으마. 흐흐"
주인은 아주 흐뭇한 눈으로, 실장석을 내려다보았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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