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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게 잘 보이려고?"… 3.4만 명 반대하는데 정부만 '강행', 대체 왜?

reporte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2.06 07:59:27
조회 35 추천 0 댓글 0
‘북향민’ 명칭 공식화
3.4만 명 중 18.8% 지지
대북정책이 딜레마



통일부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8.8%의 지지만 받은 ‘북향민’이라는 명칭을 3만4천여 탈북민 전체에 공식 용어로 강제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30일 탈북민과 일반국민 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북향민’ 선호도는 ‘자유민'(28.1%)에 이어 2위에 그쳤다.

어떤 용어도 3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소수 의견을 정부 공식 용어로 채택한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26년 1월 2일 시무식에서 “탈북민 대신 북향민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사람이라는 뜻의 ‘북향민’이 차별과 배제를 떠난 중립적 호칭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1월 20일 ‘북향민 명칭 강요 반대 탈북민 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며 “탈북민 개인이 스스로 선택해 온 정체성과 존엄을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정책이 대북 유화 메시지를 위해 당사자 의사를 무시한 전형적인 ‘남남갈등’ 사례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년 만에 반복되는 ‘명칭 정치’




정동영 장관의 탈북민 명칭 변경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 당시에도 ‘탈북민’ 대신 ‘새터민(새로운 터전의 민)’으로 용어 변경을 추진했다가 탈북민 단체들의 반대로 좌절됐다.

당시 탈북민들은 “우리는 단순한 이주민이 아니라 독재 정권이 싫어 목숨 걸고 탈출한 망명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형수 북방연구회 대표(김일성종합대학 출신)는 “‘탈북민’에는 북한 독재가 싫어서 탈출했다는 정체성이 담겨 있지만 ‘북향민’은 단순히 북쪽이 고향인 사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 ‘새터민’ 논란 때에도 북한을 반대한다는 의미가 없어서 반대했는데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북향민을 꺼낸 것 자체가 김정은 정권에게 호감을 사기 위한 의도”라며 “북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탈북민들의 노력을 희석시키고, 단지 먹고 살기 위해 남한에 온 사람들로 폄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치가 증명하는 ‘위에서 아래로’ 강요




통일부의 인식조사 결과는 이 정책의 민주적 정당성 결여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향민’ 선호도 18.8%는 ‘자유민’ 28.1%, ‘북이주민’ 13.1%와 함께 3파전 양상을 보였다.

가장 지지를 많이 받은 ‘자유민’조차 30%를 넘지 못했다는 것은 탈북민 사회 내에서도 명칭에 대한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국방종합대학 출신)은 “탈북민은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존재이자 김정은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라며 “‘북향민’은 자유와 인권의 상징인 탈북민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책을 옹호하는 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탈북민 출신)는 “2012년경부터 당사자들이 직접 제안하고 사용해온 용어”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발언이 18.8%라는 수치 이상의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대북 메시지 vs 사회통합, 정치공학의 딜레마




정동영 장관은 북향민 명칭 변경 외에도 2024년 4월 중단된 DMZ 평화의 길 재개방, 남북 철도·도로 재연결, 북한 식품 수입 등 일련의 대북 유화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남북 신뢰 구축을 통한 평화’ 기조에 맞춘 행보지만, 유엔군사령부의 반대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힌 상태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출신)은 “정 장관의 연이은 대북 유화책이 남남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며 “정부 내 조율과 사회적 합의 과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독불장군식 정책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곽길섭 국민대 겸임교수(전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는 “특정 용어로 억지로 단일화하거나 쟁점화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 대북양보가 자칫 김정은 정권에게 주민 탄압과 핵능력 고도화의 시간을 주고 한국 사회에는 남남갈등이 증대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일부의 ‘북향민’ 정책은 당사자의 압도적 지지 없이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정체성을 규정하려 한다는 점에서 민주적 절차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3만4천 탈북민이 스스로 선택한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이 과연 진정한 사회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과 국회에서의 법 개정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대북 메시지 전달을 위해 당사자 3만4천명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책은 결국 남남갈등만 키우는 정치공학의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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