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테이프 커팅, 내빈 소개, 환영사. 수십 년간 대한민국 지역 축제의 공식처럼 굳어온 풍경이다.
그런데 올해 전남 영암군이 이 공식을 정면으로 깨고 나섰다. 29년 역사의 왕인문화축제가 ‘보여주기식 의전’을 버리고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실험을 선언한 것이다.
29년 만의 선언…개막식을 없앴다
영암군과 영암문화관광재단은 오는 4월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왕인박사 유적지 일원에서 제29회 왕인문화축제를 개최한다. 1997년 시작해 올해로 29년을 맞이한 이 축제가 올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개막식 폐지’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축제는 개막식과 공연 같은 이벤트에 예산과 관심이 집중되는 구조가 많았다”며 “형식적인 행사를 최소화하고 왕인의 역사와 인문적 가치를 체험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꿨다”고 밝혔다.
기존 개막식은 올해 축제 주제인 ‘위대한 항해’와 연결되는 콘텐츠형 프로그램 ‘항해의 시작’으로 대체된다. 의전 중심 행사 대신 축제의 이야기와 분위기를 여는 상징적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입장료는 전면 무료다.
‘K-문화 원류’를 무대로…프로그램의 무게중심 이동
올해 축제의 주제는 ‘K-문화의 원류, 왕인의 정신’이다. 백제 시대 왕인박사는 천자문과 유교 경전을 일본에 전수한 인물로, 일본 고대 문화의 황금기인 아스카 문화의 근원적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축제는 이 역사적 성과를 현대적 관점에서 국가 문화 정체성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주제 행사 ‘위대한 행렬·왕인박사의 이야기 마당’, 문화행사 ‘구림의 밤·사유와 울림 교류의 향연’, 체험행사 ‘위대한 기술자들·왕인의 감각·왕인의 발자취’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올해는 관람형 공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고대 문자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왕인의 활자공방’, 전국 천자문 경전 성독대회, 어린이 독서 골든벨 등 세대별 참여를 유도하는 부대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학술강연회와 왕인박사 춘향제도 함께 진행된다.
부산과 손잡고…조선통신사 100명 행렬 재현
올해 축제의 백미는 4월 11일 선보이는 조선통신사 행렬이다. 부산문화재단과 영암문화관광재단이 2년 연속으로 공동 기획한 이 행사는 약 100명 규모로 구성된다.
정사·부사·서장관 등 주요 역할을 포함해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조선 시대 총 12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하며 양국 간 평화와 문화교류를 주도했던 조선통신사의 역사를 현대 무대에서 되살리는 것이다.
영암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조선통신사 행렬은 단순한 축제 프로그램을 넘어 한·일 간 역사적 유대를 되새기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강조했다. 9일간의 축제는 벚꽃 주간(4월 4~5일) 등 3개 주간으로 나눠 운영된다.
영암군은 이번 개편을 ‘단순한 프로그램 조정이 아닌 지역 축제 운영 방식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규정하며, 봄 벚꽃 축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29년간 지속된 의전 중심 구조를 스스로 해체한 영암왕인문화축제의 실험이 지역 축제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 4월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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