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한아름 기자] 대한민국 해군은 현재 3개 잠수함 전대에서 총 22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중국으로 79척을 보유 중이다. 그
나라의 잠수함 개발사는 단순한 군사기술 진보를 넘어, 자주국방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199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 해군은 수중전 능력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만에,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까지 전력화하며 아시아 주요 해군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대한민국 해군이 잠수함 전력에 주목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북한이 이미 로미오급 잠수함을 다수 보유하며 수중 전력을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자산이 필요했다. 첫 번째 도입은 독일과의 기술협력으로 이루어졌다. 1989년, 독일 HDW사(Howaldtswerke-Deutsche Werft)의 209급 잠수함(한국명 장보고-I급) 세
척을 도입하며 한국 해군의 첫 잠수함 시대가 열렸다.
이들 장보고-I급 잠수함은
1,200톤급으로, 작전반경이 비교적 좁고 기동성이 한계가 있었지만, 최초의 잠수함 운용 경험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녔다. 특히
이 잠수함들은 단순 수입이 아닌 기술이전 계약을 바탕으로, 한 척만 독일에서 건조해 국내로 들여왔고
이후 국내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직접 건조하게
되었다. 이는 한국형 잠수함 독자 개발의 씨앗이 되었다.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 사진=해군
‘장보고’를 넘어 ‘도산 안창호’까지
2000년대에 접어들며 한국은 기존의 1,200톤급을 넘어서는 1,800톤급 잠수함, 즉 장보고-II급(209급
개량형 또는 214급)의 자체 건조에 착수했다. 이 단계에서 한국은 단순 조립에서 벗어나 설계 및 시스템 통합 능력을 키우며,
진정한 의미의 ‘부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잠수함들은 공기불요추진(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 시스템을 장착하여 수중 체류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또한 어뢰와
기뢰 외에도 잠대지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면서, 단순한 방어자산을 넘어 전략적 타격 능력까지 확보하게 되었다.
이후 한국은 ‘도산 안창호함’을
시작으로 한 3,000톤급 장보고-III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2021년 8월 진수된 도산 안창호함은 한국이 설계부터 건조, 무장 시스템 개발까지 모두 독자적으로 수행한 첫 번째 잠수함이다. 특히
수직발사관(VLS) 6기를 탑재해, 장거리 잠대지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사실상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단계로 평가된다.
도산 안창호급은 3단계에 걸쳐 총
9척이 건조될 예정이며, 점차 자동화 및 소음 저감 기술,
디지털 전투체계가 고도화될 예정이다. 해군은 이 전력화가 완료되는 2030년대 초반이면 명실상부한 잠수함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창기 장보고급 잠수함. 사진=해군
도산 안창호함, 글로벌 기준 어디까지 왔나?
한국이 독자 개발한 3,000톤급 장보고-III급 도산 안창호함은 단순한 국산 잠수함의 의미를 넘어, 세계
주요 중형급 디젤잠수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탑재 능력과 수직발사관, 국산 전투체계는 타국의 최신 디젤 추진 잠수함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가진 요소로 꼽힌다.
비핵 추진 체계를 채택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디젤-전기 잠수함은 억제력과
기동성, 저비용 고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해양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도산 안창호급은 중형급 디젤잠수함으로는 드물게 SLBM 탑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한국이 이를 완전 자국 기술로 구현한 점은 독일, 프랑스, 일본처럼 전통적인 잠수함 강국들과의 기술 독립성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미국과 영국, 중국, 러시아처럼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들과는 다른 노선이지만, 기술 집약도와 전략 운용 가능성 측면에서는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 진수식. 사진=해군
핵추진 잠수함, 새로운 전략 자산의 꿈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디젤-전기 추진 체계를 기반으로 잠수함 전력을
발전시켜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대한 논의가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핵잠수함은 핵연료를 이용한 원자로를 통해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무제한 수중 작전 가능, 고속 기동, 탐지 회피 능력 극대화라는 점에서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잠수함은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북한의 SLBM 전력, 중국의 해양 확장, 러시아의 극동 해군력 등 주변국의 군사 동향에
대응하는 중장기 해양 전력으로 자주 거론되어 왔다. 실제로 한국 해군은 2020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공식 언급한 바 있으며, 일부 군 소식통은 비공식적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형 핵잠수함 개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한미 원자력 협정이다. 이 협정은 한국이 미국의 사전 동의 없이 농축 우라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핵잠수함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HEU)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5년 개정 협정을 통해 일부 제한은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군사용
원자로 개발에는 국제적 제한이 따르고 있다.
또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하에서 핵연료의 비군사적 사용 증명,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문제 등 정치외교적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이 핵잠수함을 개발하려면 중저농축
우라늄(LEU)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추진체계를 설계하거나, 협정
개정을 통한 미국과의 공조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술적으로 한국은 핵잠수함 건조 역량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경험이 풍부하고, 잠수함 설계 및 건조 기술 역시 장보고-III급을 통해 고도화되고 있다. 원자력 추진체계 자체는 원자로 소형화
기술(SMR)을 기반으로 개발 가능성이 있으며,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 기업의 기술력도 뒷받침된다.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LEU 기반 소형 원자로를 탑재한 4,000~5,000톤급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미국의 ‘버지니아급’이나 프랑스의 ‘바라쿠다급’과는 다르지만, 지속적인
동북아 해역 감시 및 억제 임무 수행에 적합할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핵잠수함이 단기간 내 실현되기보다는 10~15년 단위의
중장기 국가 전략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독자적 핵연료 주기 기술을 확보하거나, 미국과의 고도 협력을 통해 군사 핵기술 투명성 확보를 이뤄낸다면, 핵추진
잠수함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현실적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SLBM 전력 고도화와 중국의 핵추진 항모·잠수함 확장이 지속되는
한, 한국도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만으로는 해양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atchrod@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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