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최봉애 기자] 제인 구달 연구소 설립자이자 유엔 평화 사절,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자, 환경보호론자, 인도주의자인 제인 구달 박사(DBE)가 91세의 나이로 자연으로 돌아갔다.
평생 침팬치 연구와 보호, 인간이 지구에서 공동 거주자로써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온 사람이다. 그녀의 한마디, 한가지 행동만이리도 이해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남아 있는 할 수 있는 일이라 믿어 본다.

침팬치 연구에 한 평생을 바친 제인 구달(제인 구달 연구소 제공)
제인 박사는 탄자니아 곰베에서 65년간 야생 침팬지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생애 후반기에 그녀는 연구 분야를 확장해 인권, 동물
복지, 생물 종 및 환경 보호, 그리고 그 외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위한 세계적인 옹호자가 되었다.
제인은 젊은이들이 환경 보호 및 인도주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데 열정적이었고, 야생 침팬지와 사육 침팬지 모두를 대상으로 한 여러 교육 사업을 이끌었다. 그녀는
항상 진화의 신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존중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제인 구달의 이야기
제인은 어린 시절부터 야생 동물에 대한 열정이 넘쳤고, 자연에 관한
책을 탐독했다. 제인의 꿈은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동물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동물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었다. 케냐로 가는 배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제인은 존경받는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박사를 만나 보라는 조언을 받게 된다. 루이스는 제인을 나이로비 국립
박물관의 비서로 고용했고, 이를 계기로 제인은 루이스와 메리 리키 부부와 함께 올두바이 협곡에서 화석을
찾아 시간을 보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제인의 인내심과 결단력을 목격한 루이스는 탄자니아로 가서 곰베 숲의 야생 침팬지 가족을 연구해 보라고 권하게
된다. 제인은 돌이켜보면 "어떤 동물이든 연구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생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을 연구할 기회를 얻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했다.
1960년 7월 14일, 제인은 처음으로 곰베에 도착했다. 바로 이곳에서 그녀는 침팬지의 행동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이해도를 발전시켜 나갔고,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 이 발견은 "인간의 의미를 재정의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굿올 박사가 곰베에 처음 도착한 지 반세기가 넘은 후, 현장 조수들과 함께 있는 모습 (제인 구달 연구소 제공)
제인의 연구는 학문적으로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루이스는 제인이 학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임브리지 뉴넘 칼리지에서 행동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도록 주선했다. 제인의 박사 학위 논문 <곰베 강 보호구역에서 자유 생활하는
침팬지의 행동>은 1965년에 완성되었다. 그녀의 3개월 연구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된 놀라운 연구 프로그램으로
발전했으며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침팬지의 친구이자 어머니
제인 구달 이전에도 침팬지를 연구한 학자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또한 자연 상태에서는 수개월 정도의 단기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곰베에 도착한 지 5개월 만에 어머니가 영국으로 돌아가자, 제인은 혼자 밀림에 남아 매일같이 산을 오르며 침팬지들을 찾아 다녔다. 관찰이
시작되고 처음 얼마 동안은 침팬지를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제인은 일부러 언덕 위에 앉아서 침팬지들이
자기 모습에 익숙해지게 했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침팬지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털을 골라주는 등의 신체 접촉까지도 성공했다.

침팬치의 어머니 제인 구달(제인 구달 연구소 제공 Photo by Kristin Mosher)
제인은 침팬지에게 데이비드, 골리앗,
맥그리거, 플로 등의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이는
당시 학계에서 금기로 여겨지던 행위여서 거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관찰 연구에
약간의 감정이입이 불가피함을 인정한 이런 조치는 동물행동학의 원조 격인 콘라트 로렌츠(1903~1989)의
방법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제인의 연구는 자연환경을 벗어나 실험실의 인공환경에 갇혀 있던 그 분야의
연구를 다시 자연으로 불러낸 셈이었다.
제인 구달의 초기 연구에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발견 두 가지는 침팬지가 사냥과 육식을 즐긴다는 사실, 그리고 침팬지가 연한 나뭇가지를 구멍에 쑤셔 넣는 방법으로 흰개미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두 번째 발견은 도구의 제작 및 사용은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능력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던 시절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소식을 들은 루이스 리키는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을 다시 정의하던가, 도구를 다시 정의하던가,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제인 구달이 남긴 것
제인은 생전에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27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고,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 그리고 두 편의 대형 IMAX 영화에도 출연했다. 2019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그녀의 삶을 조명하는 순회 전시인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을 개최했으며, 이 전시는 현재 미국 전역을
순회하고 있다. 그녀의 최신작 '희망의 책: 시련의 시대를 위한 생존 가이드(The Book of Hope: A
Survival Guide for Trying Times)'는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녀의 업적과 영향력은 여러 활동과 수상에서 권위를 인정받았다. 2002년
유엔 평화 사절로 임명되었고, 2년 후 버킹엄 궁에서 대영 제국 훈장
4등급(DBE)을 수여받았다.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벤저민 프랭클린 생명
과학 메달, 일본의 권위 있는 교토 상, 간디-킹 비폭력 상, 탄자니아 훈장, 타일러
환경 공로상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지방 정부, 교육 기관, 자선 단체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제인 구달 연구소
제인은 1977년 혁신적인 환경보호 활동을 통해 곰베의 연구, 침팬지와 서식지 보호 분야를 연구하기 위한 제인 구달 연구소(JGI)를
설립했다. 현재 전 세계 25개의 JGI 사무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991년, 제인은 모든
연령대의 청소년을 위한 글로벌 인도주의 및 환경 프로그램인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를 설립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르에스살람의
고등학생 12명으로 시작되었다. 오늘날 루츠 앤 슈츠는 75개국 이상에서 활동하고 있다. 루츠 앤 슈츠 회원들은 동물, 환경, 그리고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실천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제인은 2017년에 제인 구달 유산 재단을 설립해 그녀가 만들어낸
핵심 프로그램, 즉 그녀의 평생의 업적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했다.

제인은 평생 동안, 그리고 놀라운 경력을 통해 여러 세대의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우리
각자가 매일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 주었다.
그녀의 유산은 곰베에서 진행 중인 연구, 지역 사회 중심의 보존 프로그램인
타카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침프 에덴 보호구역과 콩고공화국의 침풍가 보호구역, 그리고 젊은이들이 지역 사회, 동물, 그리고 환경을 위한 직접 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루츠 앤 슈츠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은 구달에게 '어머니 대지의 자매'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줬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2001년 한 인터뷰에서는"동물을 향한 (인간의) 태도를 바꾸려고
할 뿐이고, 그렇게 해서 세상을 조금 바꾸고 싶을 뿐"이라며 "내가 그걸 이룰 수 있을까? 아니겠지만, 그래도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bachoi@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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