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서울 사람들이 주말에 바다를 보러 갈 요량이면 갈만한 데가 서해바다, 그
중에서도 강화도와 대부도를 가장 많이 찾는다. 동해바다까지 가기는 너무 멀고 서울서 한 두시간 정도에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에 시간도 있고 해서 강화도를 다녀왔다. 두 아들의 수능도
앞두고 있어서 지난번 백일등을 달아 두었던 강화도(석모도) 보문사에
가서 절이라도 하고 오자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
아침을 먹고 출발한 시간이 오전 10시쯤. 강화도 가는 길은 역시나 막혔다. 사람들이 주말에 엄청나게 방문하는
곳이지만 교통난은 여전했다. 고속도로가 놓인다는 말은 10여년
전부터 있었지만 지지부진이다.
강화도엔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두 개가 놓여 있는데 석모도를 가려면 강화대교를 건너야 한다. 두 다리 중에서 특히 강화대교 가는 길이 더 막힌다. 그만큼 거리도
더 멀다. 그나마 강화대교를 건너면 교통이 수월하다. 석모도
보문사 앞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무렵이다. 서울서 두 시간이
걸린 셈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10월 9일은
한글날, 국경일이기도 하다. 국경일이었다가 아니었다가 하는
바람에 여전히 쉬는 날인지 헷갈리기도 하는데 이날 보문사는 우리가 방문했던 날 중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날이 아닌가 싶다. 보문사 입구 식당가 앞쪽 주차장에 하루 주차비를 내고 주차를 하기 마련인데 여기가 꽉 차서 위쪽 사유지 공터에
주차를 했다. 덕분에 주차비는 안 낼 수 있었다.
전국의 사찰 입장료가 없어진지가 언제인데 보문사는 여전히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산 중턱에 있는 눈썹바위의 마애석불좌상까지 올라야
한다. 20분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추석이 지나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데도 500개의 계단을 오르고 나니 온 몸이 땀 범벅이다. 두 아들을 위한 삼배를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벌써 1시가 넘었다.

두꺼비 식당 외관
강화도 오는 길에 찹쌀 꽈배기를 사서 하나씩 먹었음에도 등산 아닌 등산을 한 바람에 배가 고파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쌈밥을 먹자고 해서 검색하니 여기서 40분
거리다. 식당에 도착하면 2시가 넘어야 점심을 먹어야 할
판이다. 일단 출발했다. 석모도에서 강화도를 가려면 석모대교를
다시 건너야 한다. 보문사에서 좌회전을 해서 나가는 길에 눈에 띄는 간판을 하나 발견했다. 연탄불고기다. 배에서 연신 밥 달라는 소리를 해서 여기서 먹어보기로
하고 차를 식당 앞에 댔다.
식당은 1층 단독 건물(2층은 주인네가 사는 듯)인데 크진 않았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룸이 있는 방이 하나 있고 그 안쪽으로 홀에 테이블이
10여개 놓여 있다. 손님들은 세 팀이 앉아 있다. 공간이
크지 않은 까닭에 조금만 얘기를 해도 소리가 울려 실내는 침묵으로 가득하다.

두꺼비 식당 메뉴판

홀 내부

식당 주방
메뉴판을 보니 연탄불고기와 돌게장, 된장찌개가 나오는 두꺼비정식이
있고 돌게장이 빠진 연탄불고기 정식이 있다. 이게 시그니처 메뉴이고 해물칼국수도 있다. 우린 두꺼비정식 3인분을 주문했다.
메뉴판에 Since 1997이 눈에 띈다. 30년
가까이 됐다니 대단하다.
우리 앞에 들어온 옆 테이블과 룸에 있는 테이블에 음식이 먼저 깔렸고 우린 약
20여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다. 주방에 서빙을 하시는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를
포함해 2분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속도는 느린 편이다.
오래 기다린 끝에 우리에게도 음식이 배달됐다. 일단 겉보기에 매우
깔끔하다. 한눈에 봐도 맛있어 보인다. 연탄불고기의 연탄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돼지불고기에서 불향을 오랜만에 맡아 본다. 그냥
먹어도, 쌈에 싸먹어도, 깻잎장에 싸먹어도 불향이 느껴진다.

두꺼비 정식 3인분
그 다음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입어 넣어본다. 시골 된장 맛이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았는데도 맛있다. 주인 아주머니 말로는 경상도에서
직접 된장을 공수한단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시중에서 파는 된장을 써보기도 했는데 이 맛이 나지 않아서
조금 비싸더라도 이 된장을 계속 쓰고 있다고 한다.
가장 가운데에 놓인 돌게장 차례다. 꽃게가 아닌 돌게라서 매우 작다. 게장 국물을 한 모금 해보니 짜지 않고 적당히 달달하다. 돌게라서
껍질이 두꺼워 먹기 불편한 거 빼곤 먹을만하다. 반찬도 매우 정갈하다.
그 중에서도 방풍나물 무침이 참 맛났다. 모든 테이블에서 반찬을 리필하는 걸 보면 반찬
맛집인 듯하다.

연탄불고기

돌게장
낯선 외지에서 이름난 맛집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석모도의
두꺼비식당은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 번 방문해도 후회하지 않을 그런 식당이다. 오랜만에 모든 접시를
싹쓸이하고 나왔다.

모든 접시를 씩쓸이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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