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사실 막걸리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막걸리 특유의 시큼털털한 냄새와
트림, 그리고 과음했을 때 숙취가 유달리 심한 탓이다. 무엇보다
쌀로 만드는 술이라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고 있는 나에겐 경계 일호 대상이기도 하다.

직접 만든 수제 막걸리
그런 내게 널찍한 마당이 있는 시골집이 생기면서 로망이 하나 생겼다. 여느
시골집에서 흔히 보듯 마당 한 켠에 장독대가 있고, 그 장독엔 간장과 고추장, 된장이 들어 있는, 극히 전형적인 로망이다. 그래서 당근마켓을 뒤져 쓸만한 항아리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새 장독으로
하면 좋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중고 항아리를 선택했다.
장 담그기는 내년에 할 생각인데, 우선 시범 삼아서 막걸리를 담그기로
했다. 옛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장독 뚜껑을 열어 막걸리(또는
동동주)를 주전자에 퍼담아 먹는 그런 모습이 내 머릿 속에 있었나보다.
우선 쌀은 회사 동료가 몇 해 묵은 쌀 몇 봉지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고두밥을 만들고 누룩과 섞어 물을 붓고 발효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추석 연휴 때 D-day를 잡고 실행에 옮겼다.

고두밥과 쌀누룩
쌀 양이 워낙 많아서 하나는 가마솥에서 찌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일반 밥솥으로 고슬고슬한 고두밥을 만들었다. 큰 소쿠리에 밥을 깔고 식혀야 했다. 누룩은 미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주문했는데 850g짜리 5봉지나 왔다. 쌀 1.5kg에
누룩 850g을 쓰라고 되어 있는데 쌀 양이 3kg은 된
것 같아 이번에 쓸 누룩은 2봉지다.
고두밥을 다 말린 다음에 큰 스테인레스 대야에 넣고 누룩을 잘 섞고 물을 부었다. 되직하게 섞인 고두밥과 누룩물을 항아리 두 개에다 나눠 담았다. 그리고
배수로 정수된 물을 부었다. 이걸 언제 다 먹나 싶다. 면
보자기로 항아리를 밀봉한 다음에 공기 접촉을 최소화해야 했는데 뚜껑을 닫지 않았다. 그 결과는 조금
후에 나온다.

고두밥과 누룩을 섞은 후

하루 지나서 보니 기포가 뽀글뽀글
하루 뒤 면 보자기를 열고 잘 섞이도록 저어주고 다시 밀봉을 했다. 매뉴얼을
보면 20~25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2~7일
정도 발효하라고 되어 있다. 시골집 작은 방 안에 항아리 두 개를 두었는데 시큼한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면 보자기 주위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날파리 천지다.

입구를 면 보자기로 감쌌다.

5일 정도 지난 후 항아리 내부
막걸리를 담그고 5일 후 개봉해서 건더기를 면포에 거르고 막걸리만
따로 병에 담았다. 이 과정이 가장 까다롭고 어렵다. 면포에
처음 따를 때는 수월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찌꺼리고 면포가 막혀 일일이 손으로 정성스레 짜줘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내 인생 최초의 수제 막걸리가 탄생했다. 발효만 된 상태에서
첫 시음의 느낌은 ‘시큼’이다. 어딜 보니 냉장 숙성을 하면 시큼함이 덜해진다고도 되어 있다. 두
항아리에서 나온 막걸리의 양은 어마했다. 4리터 정도 되는 유리병 3개와 2리터 정도의 유리병 5개가 동원됐다. 그것도 모자라 플라스틱 김치통에도 담아 이건 빵 발효시키는 용도로 쓰려고 따로 빼두었다.

처음엔 면 보자기로 걸렸는데 속도가 더뎌서 방법을 바꾸었다.

1차는 큰 망에 거른 후

2차 거를 때 면 주머니를 활용했다.
냉장고에 차갑게 숙성한 후 하루 지나서 한 모금을 해봤다. 어제보다
시큼한 느낌이 줄었다. 감미료가 전혀 들어있지 않기에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타볼까 했다가 꿀을 섞기로
했다. 꿀이 찬물에 잘 안 섞이긴 한데 그래도 꿀을 넣으니 시큼함이 거의 사라졌다. 솔직히 꿀을 넣으니 이건 몇 만원짜리 고급 프로미엄 막걸리에서나 느낄 수 있던 맛이 났다. 일단 생애 처음으로 만들어본 수제 막걸리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다음 번 수제 막걸리를 위해 어떤 걸 보완하면 될까?

냉장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제 막걸리들

첫 시음. 꿀을 넣으니 맛이 꿀맛이다.
1.
쌀 양을 조금씩 하자. 유통기한이 짧기에 빨리
만들어서 빨리 소진해야 한다.
2.
묵은 쌀이 아닌 생쌀을 해보자. 묵은 쌀로 하니
시큼하다는 얘기도 있다.
3.
꼬두밥 제대로 만들기. 보슬보슬하기는 해도 안
익은 쌀도 꽤 있었으리라.
4.
누룩 으깨기. 돌맹이처럼 단단해진 누룩을 그냥
물에 섞었더니 5일 뒤에도 그대로다.
5.
발효할 때 공기와의 접촉 최소화하기. 장모님
말 듣고 항아리 뚜껑을 5일 동안 열어두었는데 닫아보기로 했다.
6.
플라스틱 병에 담기. 막걸리 색깔이 그리 이쁜
것도 아니라서 플라스틱 병이면 무난하다고 한다.
7.
유산균이 많아 몸에 좋을지 모르지만 역시 술일 뿐이다. 한
번에 한 컵 정도만 마시자. 막걸리 숙취는 오래 간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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