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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남은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배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2.05 11:29:23
조회 72 추천 0 댓글 0
[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2023. 10. 25 드라마


감독 : 조현철

출연 : 박해수, 이시은, 이도은, 박서경, 오우리

줄거리 : “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 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너와 나> 영화 포스터



 

 사실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심코 새로 올라온 영화 소개에서 감독 이름 하나 보고 선택 버튼을 눌렀다. 




미친 연기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던 조현철 배우가 연출을 한 영화가 있다는 얘기는 어디서 주워들었던 기억이 있고, '이게 그건가?'라는 생각뿐, 작품의 배경은 알지 못했다. 




영화는 언뜻 학창 시절 두 여학생의 사랑과 우정을 몽환적으로 담고 있는 듯 보였다. 초반에는… 그러나 제주도 수학여행이 거듭 강조되고, 안산역이 나올 때 비로서 머리 한쪽을 얻어 맞은 듯 띵해왔다. 




두 소녀는 왜 함께 수학 여행을 가지 못하는지, 왜 그토록 함께 가려고 동분서주 하는지, 그래서 결국은 왜 떠난 자와 남겨진 자가 되었는지…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하루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그들이 보내는 하루는 어쩌면 길어 보일 수도 있었다.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 대신 평범한 일상,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하루를 섬세하게 따라가다 보면 왜 그날이어야 했는지가 다가온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결말을 끝내 말하지 못하는 감독, 그러면서 영화는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두드리고 따뜻한 품을 내어주며 위로와 치유의 손짓을 보낸다.

  


하은과 세미의 길고 긴 하루



  

이 영화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을 보여준다. 감독은 인물들이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조용한 시선과 작은 행동, 일상의 레이어(layer)를 세밀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그럼에도 관객은 그들 사이의 말 없는 공기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숨결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조현철 감독은 이런 찰나의 감정들을 확대하지도 않고, 섬세하고 진솔한 카메라 워킹과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 속에 녹여낸다.




특히 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내면을 깊이 담아낸다. 남겨진 이들의 죄책감, 말하지 못한 슬픔,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일상의 무게가 인물들의 조용한 행동 속에 스며 있다. 감독은 이 감정들을 ‘설명’하지 않고, 대신 관객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이 여백이야말로 <너와 나>의 가장 큰 진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와 나>는 성장 영화이면서 동시에 기억과 치유의 영화라는 평이 많다. 필자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두 소녀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의 감정이 개인의 이야기에서 세대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슬픔은 소리 내지 않지만 깊고 짙으며, 위로는 작지만 진하고 포근하다. 

 


상처 위에 필어난 작고 단단한 연대가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영화는 상처 위에 피어난 작고 단단한 연대를 통해 우리 모두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그 길에 힘을 보태준다. 사실 필자는 그 상처를 들여다 보기를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아프다는 이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핑계 뒤에 그동안 잘도 숨어왔다. 그러나 이제 많은 이들이 상처가 잘 아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처의 근본 원인, 내놓지 못하는 아픔을 들여다 보기를 시작하려 한다. 이제는 상처를 마주하고 호호 불어주며 낫기를 바라는 동시에 흔적을 잊지 않으려 다시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너와 나>는 슬프지 않게 슬프고, 따뜻하지 않게 따뜻한 영화다. 감독과 배우의 세심한 감정 묘사는 관객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긴 듯하다. 긴 여운이 스크린 밖으로 흘러나와, 우리 각자의 ‘너’와 ‘나’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으니까....

 




'볕이 좋은 날이었는데, 내가 문을 열어뒀는지, 집에 오니까 사라져있었어. 모든 게 그대로인데, 얘만 없었어.'




“사랑한다는 말. 더 해줄걸. 더 많이 해 줄걸. 더 미리 더 빨리 더 많이 더 자주. 흔하면서도 절대 쉽게 나오지 않는 말 아닐까.”




남은 자들의 회환이 드러나는 대사였다. 




세미가 하은에게 들려주는 꿈 이야기는 영화 내내 큰 줄기가 되고 인서트가 되어 변화를 보여준다. 

즉은 듯 누워있었던 게 하은이었다가, 반 친구들이었다가 엄마 아빠였다가, 선생님이었다가, 세미 자신이 되는 과정 속에서, 그러나 마지막 세미의 표정이 결국엔 편안했다고 말한다. '편안'이라는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남겨진 이들을 향한 위로이고,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다짐'이 아닐까. 남겨진 모두를 위한 떠난 이들의 '따듯한 배려'라서 더 마음이 아팠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조이야. 잘 다녀올게.”




오래 남을 마지막 장면이 될 것 같다.




<tomyif@naver.com>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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