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최근 배우 조진웅을 둘러싼 논란은 한 사람의 과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곰삭은 질문을 다시 하게 만든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과연 누군가의 실수와 실패를 대하는 방식에서 얼마나 성숙해졌는지를 되묻는 계기가 되었다.
조진웅이 청소년 시절 저지른 잘못은 분명히 잘못이며, 그에 대한 법적
처벌도 이미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었을 상처 역시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처벌 이후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줄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낙인을
찍어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내릴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소년사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잘못을 명확히 인정하되,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회 복귀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청소년기의 일탈을 성인이 된 후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기준으로 삼지 말자고 사회적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 드러난 현실은 그 합의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30년 전의 잘못을 현 시점의 성취와 분리하지 못한
채, 한 번의 과오를 평생 죄로 확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정의의 이름을 빌린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며, 인터넷 시대의 마녀사냥이 반복되는 구도와도 다르지 않다.
인터넷 공간에서 연예인에 대한 마녀사냥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몇
해 전 일부 연예인들의 학폭 의혹 제기 과정에서도 사실 확인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대중적 처형이 먼저 진행되는 일이 반복됐다. 당사자의 입장은 묻히고,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확대 재생산되며, 댓글의 군중심리는 어느새 스스로를 재판부로 착각한다.
이 과정에서 진실은 희미해지고, 남는 것은 개인의 삶 전체를 파괴하는
무자비한 낙인뿐이다. 이번 조진웅의 논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 제기와 책임 묻기는 가능하지만, 인격적 말살과 생매장은 전혀
다른 차원의 행위다.

배우 조진웅의 은퇴 소식이 아쉽다. 사진=리뷰타임스
SNS 상에서는 어떤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을까? 법률가 김경호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두고 우리 사회가 회복과 재기의 가치를 난도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진웅의 과거가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이후 수십
년간 성실하게 살아온 삶까지 부정하는 것은 사회적 결벽증에 가깝다고 말했다. 문학이 오래 전부터 전해온
교훈, 즉 인간은 변할 수 있으며 사회는 그 변화를 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우리는 잊고 있다. 한 번 죄인이면 영원한 죄인이라는 인식은 공동체의 건강성을 해칠 뿐 아니라,
현재의 청소년과 청년에게도 절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한인섭 교수 역시 소년사법의 핵심은 처벌이 아닌 교정과 재사회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진웅의 오랜 성실함이 오히려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희망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전 과거를 들춰 현재의 성취를 생매장하는 방식은 오히려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분명한 문제 제기다. 과거를 단죄하는
데 사용된 잣대가 언제든 누구에게든 향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스스로를 옥죄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누구나 실수하며 성장한다. 10대 시절의 행동이 평생의 낙인이 되어야 한다면, 회복이란 단어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청소년기의 나를 돌아보면 부끄럽고 불안하며 미숙했던 순간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의 자신이 되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과거를 문제 삼을 때 그 사람이 이후 어떻게 살아왔는지까지 함께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 태도 아닐까? 잘못은
분명히 하되, 그 이후의 노력과 변화를 무시하는 사회는 냉혹할 뿐 아니라 비합리적이다.
연예인, 그리고 공인이라는 이유로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요구가 인간적 존엄을 파괴하고, 재기의 가능성마저 박탈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통째로 부정하고 매도하는 사회라면, 과연 누가 과거를 딛고 다시 일어서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장발장에게 자비를 베풀었던 미리엘 주교와 달리, 우리는 촛대를 건네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빼앗아 다시
어둠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조진웅 개인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자 하는 것이다.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공동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한 번의 낙인으로 평생을 무너뜨리는 사회가 될 것인가.
모든 행동에는 자신의 신분과 상관없이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성찰에는
재기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건강한 공동체다. 잘못의 과거는 단호하게 바라보되, 미래까지 지워버리지 않는 사회, 고백과 반성을 존중하고, 다시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사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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