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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에필로그 망상 주저리 2모바일에서 작성

ㅇㅅㅇ(223.33) 2018.08.28 23:12:41
조회 586 추천 14 댓글 8


(에필로그가 보고싶어 나인간이 망상한 내용... 유치할지도 모르니 알아서 걸러주라)




그렇게 탈진한 소봉을 체육관에 데려다 놓은 후. 영훈과 인남은 씁쓸한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길의 침묵을 지켰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 빈 기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허탈감. 그러나 킬스위치를 건든 인남도, 스스로를 희생하겠다 판단한 로남도. 영훈은 그 중 어느 누구도 탓하지 못했다. 정말 나쁜 건 서종길과 남회장 둘 뿐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
사실 그에겐 소봉과 인남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상상해본 적도 없을 로남의 부재를 쉬이 극복하지 못할 소봉과 그런 소봉을 바라보며 죄책감에 시달릴 인남.

둘 다 정말, 안쓰러워서 어떡하냐.
그리고...
인남과 소봉의 걱정을 뒤이어 다시 망막 위로 차오르는 로남의 흔적. 영훈은 인남의 잔뜩 움츠린 등을 차마 도닥여주지 못하고 그저 제 옷자락을 붙든 손을 위해 보폭을 늦추어 준다.




기적처럼 살아돌아온 인남은 첫 며칠동안은 아무것도 실감하지 못했다. 엄마의 죽음도. 그 로봇의 마지막도. 그 모든 희생을 짓밟고나서야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신도.
영훈마저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를 어두운 방 안에 고립시킨 인남은, 소봉이 그런 것처럼 그 날에 갇힌 채 제게 주어진 시간을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에 쓰겠지.


나 진짜 나쁜 놈인 거, 안다. 아주 잘 안다. 부정하고 싶지만, 나는 그리도 혐오하던 할아버질 닮고야 말았다. 그걸 아플 정도로 잘 알고 있다.
보고 자란 어른이 억압과 학대를 일삼던 할아버지 뿐이라 어쩔 수 없이 그에게서 삶을 배웠다. 그 사실을 인남 스스로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인남은 제가 없애려던 그 로봇을 구하려다 엄마가 죽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를 흉내내던 그 로봇이 뭐라고. 그저 내 존재를 대체하던 그게 뭐라고.
그 로봇이 자길 없애려던, 아니 죽이려던 저를 구하려다가 최후를 맞이하길 바란 것 역시 더더욱 아니었다. 자길 시기하고 없애지 못해 안달이던 내가 뭐라고. 도무지 착한 구석 하나 없는 인간들이 뭐라고.
인남은 스스로나 그 로봇이나 어리석고 또 어리석었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언젠가 엄마에게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내게 손을 내미는 게 서 이사밖엔, 곧 날 겨눌 송곳니를 숨길 생각도 없는 그런 인간들 밖엔 없다고. 엄마가 상처를 받든 말든 신경쓰지 않을 것처럼 뱉어낸 한탄.
하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억지였다. 그것 역시 알고 있었다.
다들 내게 손을 뻗고 있었는데. 내가 아무리 가시를 세워도 날 놓지 않고 있었는데. 나만 눈을 제대로 뜨면 되는 거였는데.
자비없는 후회의 파도가 괴로움에 잠긴 인남을 집어삼킨다.

줄곧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힘들다 칭얼대고, 안아달라 웃음짓고 싶었다. 다만 20년 동안을 그럴 수 없었다.
보고싶단 말 대신 다신 나타나지 말라 소리쳤다.
사랑한단 말 대신 다시 오면 죽어버릴거라 협박했다.
괜찮다는 말 대신 아버지 죽음을 들먹이며 비수를 꽂았다.

사실 엄마와 헤어진 후의 나는, 조금도 자라지 못했는데. 나는 아직도 번개가 무서워 울던 어린 일곱 살 그대로인데.


몰아치는 회상 속 다시 엄습해오는 서러움과 죄책감에 뒤섞인 무언가에, 인남의 눈은 속수무책으로 젖어들어간다.





---

인남의 삶이 진짜 기구하다 생각된다. 학대 당하던 어린시절에 노력형 트러블메이커를 꾀하던 청년시절, 겨우 다시 만났더니 나를 대신하는 로봇과 행복해보이는 엄마. 심지어  제 아버질 죽인 살인자에게 그 엄마까지 잃고 본인도 죽을 뻔하고.
로남이 저를 대신해 바다에 떨어진 그 순간부터, 인남은 애써 외면해오던 죄책감에 잠식되기 시작했겠지.

결국엔 스스로 이성을 잃고 도를 넘어서는 행동까지 했지만 이를 초래한 것 역시 주변의 인간들이었다는 것. 여린 아이를 바르게 인도하긴 커녕 낭떠러지로 내몬 나쁜 어른들이었다는 것.
몇십년치의 상처를 지닌 인남에게 로남은 인간들에 의해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게 해준 은인같은 존재가 아닐까. 뭐 실제로 은인이기도 하고.

진짜 너인간엔 허술하게 만들어진 인물이 없어서 좋다. 아직 갈 길이 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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