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통합

<!-- SE3-TEXT {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의 동상이몽, 깊어지는 갈등의 골<!-- } SE3-TEXT -->

“글캠 애들이 설캠 학생인 척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럴 거면 통합 왜 했나, 싶어요. 더 무시 받는 거 같아요.”
“그냥 서로 다른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해요”
“비슷한 학과도 아직 그대로 있고 서로 교류도 없는데 이게 무슨 같은 학교예요?”
“서울에 있는 게 한국외대고, 용인에 있는 건 용인외대 아닌가요?”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그게 어디에 있나요?”<!-- } SE3-TEXT -->

<!-- SE3-TEXT { -->‘서류상으로’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는 모두 본교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물리적 통합과 심리적 통합에 전부 실패한 사례다. 한국외대의 본·분교가 통합된 지 6년째지만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사회적인 시선도 모두 통합이라는 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양 캠퍼스 학생들은 서로를 다른 학교 학생으로 여기는 것이 ‘편하다’고 말한다. 통합과 이어지는 문제들에 대 한 논쟁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것이다. 한국외대 학생들만 이용하는 커뮤니티 내에서도 양 캠퍼스 간 갈등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을 같은 학교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글로벌캠 퍼스 학생들은 자신들이 평가절하되는 기분이라며 불쾌해한다. 이러한 문제는 학교 밖에서도 이어진다. 학교는 두 개의 캠퍼스를 ‘하나의 학교’라며 알리고 홍보한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애초에 둘을 같은 학교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사회의 시선이다. 수험생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도 글 로벌캠퍼스 학생들이 수험생들에게 ‘우리가 그렇게 안 좋은 학교는 아니다’라며 직접 ‘해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의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통합이라는 큰 산을 쉽게 넘으려는 학교의 안일한 태도에서 시작됐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학 생과 소통하며 양 캠퍼스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여 제도를 개편하고 변화해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 에 통합 승인을 받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변화에 적응할 시간도 없었다. 학교는 우리 학교 학 생들이 적응할 틈도 없이 ‘통합’을 내놓았고 머지않아 학과 폐지, 학과 개편 등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감행했 다. 이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은 배제되었고 결국 학생들은 변화를 따라갈 수도, 따라갈 여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