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배알이 뒤틀려도 참고 견뎠다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3.26 15:16:50
조회 2362 추천 0 댓글 5


세계 곳곳의 숱한 회사를 돌며 설명도 하고 밀고 당기는 협상도 해보았지만 인텔만큼 고생했던 기업은 없다.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인텔을 끝까지 유치하고자 했던 것은 인텔의 기술력과 상징성 때문이었다. 2002년 말부터 협상을 시작해 거의 끝났다 싶으면 또다시 다른 내용을 가지고 협상을 해야 하는 식이라 2005년 입주할 때까지 끊임없는 협상과 협상이 이어졌다. 

 

나는 첨단기업 유치에서 더 나아가 우리나라와 경기도가 앞으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R&D분야라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반도체산업도 인텔에 견주면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비메모리 분야를 석권하지 않고서는 세계 반도체산업을 완전히 제패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나는 인텔의 R&D센터를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유치하고 싶었다. 어찌 보면 그것이 국가 발전을 위한 경기도와 나의 사명이자 역할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2003년 베럿 인텔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대통령을 만날 때 나도 그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을 통해 뜻을 전했는데 베럿 회장은 일정이 너무 빠듯해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삼성의 윤종용 부회장에게 전화해서 베럿 회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정말 일정이 바쁘면 비행기장에 나가서라도 만나겠다고 했는데도 결국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만 전화통화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베럿 회장이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기 전에 잠깐 통화할 수 있었다. 그 뒤에도 나는 그를 만나지 못했는데 인텔이 한국에 R&D센터를 만들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당시 인텔은 무선통신 분야 세계 표준을 만들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대덕단지에 있는 작은 기업이 이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 나는 한국과 중국을 저울질하던 인텔을 설득해 당시 세계 유수 기업의 R&D센터가 입주하게 될 분당 벤처타운 쪽으로 유치하려고 했다. 

 

인텔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우리는 정통부와 손발을 맞춰, 인텔을 위해 분당벤처빌딩을 129억 원에 매입해 제공한다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기업유치를 위해 임대를 제공한 사례는 있어도 건물 자체를 매입한 일은 이때가 처음일 것이다.

우리로서는 그만큼 인텔 유치가 절실했다. 반도체산업은 삼성전자와 연관이 되어 움직이고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양재, 분당, 수원, 기흥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IT클러스터에 인텔이 들어온다면 그야말로 IT 최신 기술의 중심지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우리 대한민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또 나는 인텔의 R&D센터를 분당에 유치하면 판교에 BT분야 최고의 파스퇴르연구소, 광교의 나노팹센터까지 이어지는 세계적인 IT, BT, NT 등 첨단기술 R&D센터의 중심지가 형성될 것이라 확신했다. 황창규 박사가 앞으로는 FT(Fusion Technology)시대라고 예견했듯이 광교 서울대학교융합기술원을 비롯한 우리 경기도의 R&D 거점들이 FT시대를 여는 첨병이 될 것이다.

 

건물 매입을 통한 지원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국내 유치 공세를 펼치자, 인텔은 조금씩 한국에 R&D 분야를 입지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협상의 출발점일 뿐이었다.

“지하주차장 이용은 무료입니까?”

“일을 하게 되면 24시간 업무가 진행될 수도 있는데 겨울에 난방은 24시간 내내 제공되나요?”

이렇게 아주 세세한 문제까지 제기하며 하나하나 협의하고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식이었다. 일반적으로 “건물 한 동을 사서 입주할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하면 얼씨구나 하고 무조건 “OK”라고 할 텐데 이들은 달랐다.


도지사인 내가 인텔의 실무 직원들 앞에서 직접 유치 프리젠테이션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새벽같이 서울로 올라가 어느 호텔에서 조찬을 하며 투자 설명을 한 것도 여러 차례였다.

아침 10시에 시작된 회의가 오후 5시까지 이어지고 점심도 회의실에 앉은 채 도시락으로 먹기 일쑤였다. 미국 변호사를 직접 배석시켜 하나하나 즉시 자문하고 합의한 것을 정리해나갔다.

실무 담당자들은 배알이 뒤틀리고 모욕을 느낄 정도였지만 그래도 참고 견뎠다. 나 역시 과장급을 만나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중견간부가 한국에 왔을 때 최고급으로 대접하며 환심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또 그 이후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와도 참고 또 참았다. 유방의 한나라 건국을 도왔던 한신 대장군이 젊은 시절 동네 골목대장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던 심정이 그랬을까?

어쨌든 인텔은 어떤 모욕을 참더라도 꼭 유치해야 할,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업체였다.


 2004년 4월 인텔 본사의 경영진과 담판을 짓기 위해 나는 미국으로 갔다. 큰 건물의 한 층 전체가 브리핑 룸으로 꾸며져 있는 데서 협상과 상담의 인텔 기업문화를 읽을 수 있었다. 보통 투자 상담이 시작되면 이런저런 덕담도 오가게 마련인데 인텔에서의 상담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예정된 1시간 30분 내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한국 인텔에서 느꼈던 깐깐함을 또 한번 느꼈다. 이미 한국 입지가 결정된 상황에서도 MOU를 체결하기까지는 1년이 더 걸렸다.

참으로 지독했다. 

 

2005년 3월 미국을 방문하여 인텔과 MOU를 체결하고 난 뒤의 에피소드 한 가지가 있다. 인텔과의 MOU를 포함해 그날 두 곳의 MOU 체결과 한 곳의 투자 상담, 그리고 저녁엔 한국 출신의 IT, BT 분야 과학자들에게 투자설명회까지 갖고 밤늦게야 숙소에 가서 인터넷을 검색하는데 인텔 계약 관련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한국의 어느 신문 기사로 ‘정통부가 이미 서울에 유치한 것을 경기도가 이중으로 유치해 실적 올리기 식 외자유치 아니냐?’는 투였다. 아마도 이 기자는 인텔의 소규모 세일즈 관련 팀이 여의도에 입주하기로 정통부와 합의한 것을 우리의 R&D센터 유치와 혼동해서 그렇게 쓴 모양이었다. 뭘 몰라도 한참 몰라서 오보를 내보냈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가끔 이런 식의 무책임한 보도가 현장에서 뛰는 우리에게는 무척 맥이 빠지게 하는 일이었다. 


“신문사에 즉시 전화해서 해명하고 기사를 바로잡아요.”

가뜩이나 분초를 다투는 일정에다 잠도 모자란 판에 실무진이 직접 서울에 전화를 걸어 해명까지 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3시,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음날 일정을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났다.

그날 저녁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정정기사가 보도되어 있었다. 기자가 직접 인텔에 확인전화까지 했던 모양이다. 

현재 인텔R&D센터는 분당벤처타운에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인텔R&D센터가 입주하고 난 후 판교나 분당에 입주하길 희망하는 외국기업의 R&D센터와 상담을 벌일 때 “인텔연구소가 이미 입주해 있습니다.”라는 말로 상담이 쉽게 풀리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럴 때마다 참고 견디며 인텔을 유치한 것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텔은 입주가 끝난 지금도 가끔 작은 일 하나가 불거지면 경기도 실무 팀과 만나서 끈질기게 따지고 상담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럴 때마다 실무자가 앞으로 겪을 일이 상상되면서 ‘고생 좀 하겠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 src= width=1 height=1>>>>>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공지]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연재합니다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27 2771 1
17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국민 좀 먹고살게 해주세요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21 4939 12
17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기도만 잘되자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12 2590 0
17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자국 기업을 역차별하는 나라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08 2269 0
17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나라를 위해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04 2429 0
17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세상에 공짜 투자 유치는 없다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9 1532 0
17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노조와 함께하는 투자유치활동 [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5 2039 1
17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외자유치? 아니죠!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14 2057 0
17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제 비즈니스는 친목활동이 아니다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09 2133 0
16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외국기업 [1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30 2320 1
16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에피소드 1,2,3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4 2049 0
16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단지 길 하나 내준 것뿐인데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0 1639 0
16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다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16 2127 0
16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구로다 사토미 미크니색소 사장의 詩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5 1993 0
16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일단 쳐들어가라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2 2116 0
16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백고초려인들 마다하랴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9 2110 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배알이 뒤틀려도 참고 견뎠다 [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6 2362 0
16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실적에 급급해 하지 마라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3 1476 0
16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일본 기업인과의 폭탄주 한잔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0 2701 0
15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맨땅에 헤딩한 지멘스 R&D센터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07 2836 0
15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스미토모와 (주)농심의 토지 맞교환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26 2985 0
15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미국에서 압수당한 김밥 [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20 3463 0
15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실속있는 스케줄 짜기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12 2500 0
15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오우, 크레이지 스케줄!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05 2698 0
15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31 3014 0
15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2012년까지 자그마치 25조원! [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23 2776 0
15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흥분한 주민들과의 줄다리기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17 2220 0
15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내가 책임질테니, 땅 파요!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09 2838 0
15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5천평짜리 초대형 천막의 비밀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02 3269 0
14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난제 중의 난제, 분묘 이장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27 2385 0
14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별★'들을 만나다 [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22 1758 0
14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어디 마음대로 되나 봅시다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18 1719 0
14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저 손학규, 믿어주세요 [1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12 2102 0
14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무조건 LG필립스를 잡으시오!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8 2534 1
14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당장 소방헬기 띄워!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4 2751 0
14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4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1 2042 0
14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총성없는 일자리 전쟁의 시대 [5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27 2105 0
140 이제 답변해 보겠습니다 [4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17 2757 0
139 100일 민심대장정 - 사람 죽이는 정치 때문에 [2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31 2625 0
138 100일 민심대장정 - 손학구 혹은 민심대작전 [2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23 2709 0
137 100일 민심대장정 - 내가 맨 땅에 헤딩하는 이유 [1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16 2674 0
136 100일 민심대장정 - 껍데기는 가라!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12 1660 0
135 100일 민심대장정 - 좌우가 없어야 희망이 보인다 [1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08 1795 0
134 100일 민심대장정 - 결국은 교육이다 [4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02 2764 0
133 100일 민심대장정 - 무조건 농촌은 살려야 한다 [1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26 2066 0
132 100일 민심대장정 - 커서 엄마처럼 살래?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25 1758 0
131 100일 민심대장정 - 군인의 아내로 살아가기 [11]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8 3352 0
130 100일 민심대장정 - 갱 안에서의 담배 한 개피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5 2652 0
129 100일 민심대장정 - 에이 씨발 밥도 못먹게... [2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3 5519 0
128 100일 민심대장정 - 삼성이 자랑스럽고, 또 걱정스럽다 [2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2 3609 0
123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