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는 글이 쓰다가 조금 막혀서 여기다가 먼저 써봄.

맥주를 이루는 네 재료, 맥아 홉 물 효모.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재료 하나를 뽑는건 사실 말장난일거임, 결국 나머지 하나라도 없으면 만들 수 없는게 맥주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내 목에 폭탄목걸이를 달아놓고 골라보라고 하면 나는 효모를 고르고 싶음.

효모는 결국 단물일 뿐인 맥즙을 맥주로 바꿔주는 핵심 요소임. 그렇기 때문에 맥주의 맛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비양조자입장에서 효모에 대해 알기는 쉽지 않음 ㅇㅇ 그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는, 대부분 설명란에서 어떤 효모를 썼는지 말을 안해주기 때문 ㅇㅇ 시트라, 모자익 홉에 귀리 썻다고 하는 IPA는 많지만, Wy1318을 썻다던가 US05를 썻다던가 말해주는 양조장은 거의 없지 ㅇㅇ

그래서 오늘은 효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과 '맥주를 마시는 입장'에서 알아야될 효모의 특성과 용어에 대해 알아보자

효모의 역할 : 당분 -> 알코올 + 맛 성분 + 이산화탄소

효모는 결국 조그만한 주붕이들이랑 같다고 보면 된다 ㅇㅇ 차이점은 우린 알코올을 즐기지만 얘내는 당분을 먹음.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싸내는게 핵심인데, 그렇기 때문에 맥주의 알코올이 높아질수록 단 맛이 사라지고 드라이해짐. 그리고 이산화탄소랑 맛 성분(Flavor Compound)을 내뿜는데, 맥주의 탄산은 이렇게 발효 과정에 생성됨. 다만 요즘은 대부분 강탄이라고 기계를 통해 co2를 강제로 주입하고, 벨기에 맥주 같은게 발효가 끝나갈 때 쯤, 혹은 설탕을 병에 조금 더 넣고 병뚜껑을 닫아서 병 안에서 탄산이 생기게 하고, 이걸 bottle conditioning이라고 함.

맛 성분이 결국 우리가 알아야될 가장 중요한 뽀인트인데, 다양한 향과 맛이 발효부산물로 생성되고, 이게 각 효모의 독특한 캐릭터를 결정함. 어떤 효모는 바나나 향을 만들고, 어떤 효모는 복숭아 향을 만들고, 어떤 향은 거의 향을 안만들고... 이런 차이가 결국 효모의 핵심 차이라고 생각하면 댐.

효모의 종류에는 두 종류가 있다. 라거 효모와 에일 효모. 각각 하면발효맥주, 상면발효맥주인데 이게 진짜 말처럼 아래/위에서 발효가 일어나는게 아니고, 에일은 발효 온도가 높아서 애들이 더우니까 존나 땀뻘뻘흘리면서 격하게 발효하다보니 위로 막 거품도 올라오고 눈으로 발효된다는걸 확인할 수 있는데, 라거는 발효 온도가 낮아서 애들이 존나 쿨하게 느긋~하게 발효를 해서 눈으로는 발효하는지 안하는지 크게 티가 안남 ㅇㅇ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이걸 보고 아 라거는 아래쪽에서 발효가 되어서 바효가 안보이고, 에일은 위에서 발효를 하는거구나 생각한거 ㅇㅇ

결국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의 차이는 쓰이는 효모의 종류가 다를 뿐임 ㅇㅇ. 그런데 기본적으로 효모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맛 성분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라거는 온도가 낮다보니 맛 성분을 별로 안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라거 = 깔끔 / 에일 = 묵직, 향이 진함. 이런 스테레오 타입이 생긴거다. 라거로도 향이 진하고 묵직한 맥주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 이런 생각은 바로 접어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

효모의 종류를 다 알면 맥주를 마실 때 참 좋겠지만 맥주 만드는 사람도 다 못외운다 ㅇㅇ 지가 쓰는거 몇개만 외워두는거지. AV를 볼 때 품번을 외우기보다는 배우 이름을 외우면 조금 더 편하게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듯, 효모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제품 넘버를 기억하기 보다는 대략적인 분류를 외워두면 외우기도 쉽고 고 활용하기 좋음. 그러니 아래 그래프를 기억날 떄 마다 공부하도록 하자.

*발효력 : 효모가 맥즙을 몇 퍼센트 발효시키냐임. 예를들어 70% 발효한다하면 당분의 100중에서 70만 발효하고 30이 잔당으로 남고, 90% 발효한다고 하면 당분 100 중에 90을 발효하고 10이 잔당으로 남음. 발효력이 강할수록 높은 알코올의 드라이한 맥주를 만들어냄.

*생성 캐릭터 : 위에서 말한 맛성분과 동일함. 어떤 캐릭터를 만드는지 파악하도록 하자.

영국 효모 : 영국의 효모는 발효력이 낮은 편이며 프루티한 에스테르를 생성합니다.

-Vermont Yeast (= Conan Ale) : 코난, 혹은 버몬트 효모라고 불리는 이 효모는 영국 효모에서 기인한 The Alchemist 양조장의 효모입니다. 복숭아로 대표되는 프루티한 에스테르와 높은 발효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로 뉴잉글랜드 IPA를 만들 때 사용됩니다.

-London Ale Yeast (= WY1318 = London Ale III) : Wyeast사의 효모 London Ale III 1318을 의미하며, 프루티한 에스테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늘 날 뉴잉글랜드 IPA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효모 중 하나입니다.

독일 효모

-바이젠 효모 : 바나나/정향(Clove) 향을 생성합니다.

-쾰시 효모 : 일반적인 에일 효모에 비해 낮은 온도에서도 활동하며, 라거와 같이 깔끔한 캐릭터의 에일을 만듭니다.

벨기에 효모 : 자기 주장이 아주 강한 효모들이며 발효력이 높은 편입니다.

-세종 효모 : 세종 스타일을 만들 때 사용되는 효모들로 높은 발효도와 아주 강렬한 향신료, 과일향을 만들어냅니다.

-프렌치 세종 효모 : 아주 높은 발효도와 강한 과일향을 만들어냅니다.

-애비 에일 효모 : 수도원 맥주 스타일을 만들 때 사용되는 효모들로 과일 향과 부드러운 향신료 향을 만들어냅니다.

미국 효모 : 발효 캐릭터가 거의 없으며 높은 발효력을 지녀 깔끔한 캐릭터의 맥주를 만들어냅니다.

-Chico (= WLP001 = WY1056) : 시에라네바다 양조장이 위치한 마을 Chico에서 이름을 따온 효모로 시에라네바다 양조장의 효모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미국 효모로 앞서 높은 발효력과 깔끔한 발효 캐릭터를 지닌 효모입니다. 미국 효모를 사용했다고 하면 대부분 이 효모를 베이스로 합니다.

야생 효모

효모를 공부하려면 결국 사워와 와일드를 때놓을 수 없다.

야생효모는 위에서 언급한 라거/에일 효모들을 제외한 효모들을 기본적으로 의미하고, 좁게 얘기하면 그 중에서도 브렛 효모, Brettanomyces를 의미함. 브렛은 여러 맥주와 와인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악명높은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박테리아나 무슨 나쁜건줄 알더라. 그냥 효모임 효모. 다를 바 없는데 맥주 효모보다 생존력이 끈질기고 사이즈가 작아서 여러 틈에 침투를 잘하다보니 제거하기가 어렵고 좀 좆같은 특성이 많아서 나쁜 인식이 생긴거임.

브렛으로 맥주를 발효시키면 특유의 향이 생기는데, 이를 'Funky(펑키)'하다라고 함. 펑키는 원래 영어로 썩은 음식을 묘사하는 단어인데, 좀 꿉꿉하다랑 비슷한 단어라 보면 댈듯. 브렛은 발효 속도가 느린 대신 맥주 효모가 먹지 못하는 당분도 먹고 맥주 효모 시체들도 쳐먹기 때문에 오래 두면 둘수록 맛과 향이 깊어진다 ㅇㅇ

브렛으로 발효한 맥주는 Wild라고 부른다. 브렛을 사용한 맥주들은 크게 다음과 같음.

American Wild Ale (AWA) : 미국에서 만든 와일드 에일. 주로 양조장 주변에 뚜껑 열어놓고 발효하거나 양조장 주변의 효모를 배양해서 여러 박테리아+맥주효모+야생효모가 섞인걸로 발효를 한 맥주들을 의미함.

Lambic : AWA 중에서 브뤼셀 안에서 만들어지고 다른 여러 조건들을 클리어하면 람빅이 됨. 사실 람빅을 보고 따라 만든 맥주들을 AWA라 부르는거에 가깝기는 하지만.

Brett XXX (Brett IPA, Brett Saison) : 보통 랩실에서 분리배양해놓은 브렛만 딱 쓰는 맥주는 보통 앞에 브렛을 써서 얘기한다.

브렛의 캐릭터를 알고싶다면 곧 재수입될 오르발을 마셔보거나 람빅을 마셔보도록 하자.

사워

맨날 람빅이나 와일드류를 식초라고 부르지만 사실 와일드랑 사워(산미가 나는 맥주)는 다르다.

맥주에 생기는 산미는 보통 두 가지 경로로 생기는데, 1)젖산균(Lactic Acid Bacteria, LAB)이 만듦 2)브렛에 산소가 많이 유입되면 아세틱 애시드가 만들어짐(엄청나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님).

결국 주로 유산균에 의해 산미가 생성되는거넫, 유산균은 '박테리아'고 와일드를 만드는 브렛은 '효모'임. 난 생물안배워서 잘 모르겠는데 박테리아랑 효모는 다른거라 하드라. 사워 이면서 와일드가 아닐 수도 있고 와일드면서 사워가 아닐 수 있고 사워랑 와일드가 동시에 될 수 있는거임 ㅇㅇ.

그러면 왜 대부분의 브렛 에일/와일드는 실까? = 보통 유산균도 같이 넣어서 맥주를 만듦. 아니면 공기 중에서 효모 배양하는 과정에 젖산균도 섞여 들어옴. 다른 큰 이유는 업다.

또 사워를 이해할 때 사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건지 아는것도 중요한데 디테일은 블로그에 적어놧으니 글 올라가면 보고 존나 한줄요약하자면

전통적인 방식 : 오래걸리는 대신 맛이 깊어짐

케틀 사워링 : 금방 하는 대신 맛이 얕음.

이라고 알면 됨.

최대한 짧게 요약하려해도 홉이나 몰트처럼 짧게 안되는게 빢치네.

지금 블로그에 발효 관련 용어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게 막상 생각하려니까 딱히 안떠올라서 글이 막혔거든 ㅇㅇ 발효 관련 궁금한 용어들을 댓글에 달아주면 대답해줄겡.

맥주의 기본 재료 시리즌는 물만 남았는데 물은 안쓸꺼임. 별로 할 얘기가 없다. 중요하기는 한데 마시는 입장에선 뭐가 뭐라해도 잘 알기도 어렵고. 물은 마우스필이랑 크게 연관있는거만 알면 될듯.

그럼 바아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