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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주에서 곧바로 다시 내려가는 열차를 탔고,

그래서 도착한 곳이, 이번엔 단양이었어.

12월 겨울이라서 그런지, 오후가 한풀 꺾이니까 금세 어두워지더라. 특히, 단양역 같이 산동네 사이에 있는 곳은 정말 빠르게.

그래도 조금은 훤한 오후쯤 도착해서 사진을 찍었다 싶었는데, 한창 그러면서 놀다 보니까 금세 어두워져서 은근히 놀랐음.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마크만 코레일 마크로 갈아치워졌을 따름이지 도색 자체는 철도청 94'CI를 유지하고 있던 3016호.

내가 단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영업시간이 끝나서 문을 닫은 건지, 아니면 도저히 장사가 안 되어서 일찌감치 문닫고 방치중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옛 객차들을 재활용한 열차식당이 꽤 오랫동안 단양역전광장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중에 도색도 바꾸고 했던 걸 생각해보면 영업도 오래 갔을 것 같긴 한데, 어째 바꾼다고 바꾼 도색이 더욱 조잡해졌던 느낌인 걸 기억해보면 차라리 이 때 도색이 더 부드러운 느낌이 아니었나 싶어.

당시 열차식당 상호는 '나그네식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녁노을이 지려고 할 때 담아 본 열차식당 선두의 기관차.

사실 사진상으로는 그래도 어찌저찌 밝게 찍혔지만 이 때 이미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음.

옛 단양역 역사.

개인적으론 이런 분위기의 사진을 좋아해.

지금도 차 끌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저녁쯤께, 밤 시간대쯤 되어서 인터체인지나 분기점 등을 지날 때 고속도로 양 옆에 저런 가로등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빛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참 아름답다고, 예쁘다고, 황홀하다고 느껴져서.

대신 고속도로 쪽은 황홀하게 예쁜 대신에 감정이입 잘못하면 오히려 요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서 좀 그렇지만

역전에서 이러는 건 정말, 뭐랄까...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아.

특히, 밤하늘에 별까지 떠 있는 것이 사진에 제대로 담겼네.

上은 라이트 터뜨리지 않고 찍었다가 디지털카메라를 쥐고 있는 손의 떨림 때문에 사진이 흔들린 게 좀 있어서

下로 다시 찍었지. 원래는 삼각대 가지고 와서 타이머 설정한 상태에서 찍는다든지 했어야 하는데, 그 땐 삼각대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무턱대고 막 찍어대던 시절이라, 디지털카메라의 설정모드 기능을 사용해서 야간촬영모드로 바꾸고 라이트 터뜨렸음. 다행히 上보다는 깔끔하게 찍혔던지라 지금까지도 고이 가지고 있었던 사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원주로 간 뒤 다시 제천으로 돌아올까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집에서 걱정할까봐 그냥 이 다음 열차편으로 제천으로 돌아감.

뒷이야기)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걸리는거라.

그래서 표 끊고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대합실의 TV에 틀어져있던 영화채널에서 마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가 방송되고 있었어. 근데 하필 주인공이 한창 007 행세를 하면서 그간 수표를 위조해 은행으로부터 턴 돈을 뿌리고 다닐 때 어느 호텔에서 여자와 끈덕진 밤을 보내려 하는 부분이었는데, 역무원 아저씨였는지 아니면 다른 아저씨였는지 그걸 성인용 영화로 오해해서인지 '이런 건 애들 보는 영화가 아니다'라면서 TV를 그냥 꺼버리셨던 기억이 나는군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