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2학기였다

우리 학교는 무조건 수시로 보내는데

알다시피 일반고에서는 고3 2학기때가 그나마 젤 여유롭지 않을까 싶음

정시파이터, 최저 맞추는 애들은 빼고 ㅇㅇ

난 최저도 2합6이라 걍 자소서 설렁설렁 고치면서 놀았지

웬만하면 수업시간에 쌤도 안들어오고 걍 자습시간 주는데

한반에 30명있으면 15명 내지 20명은 가정학습 써서 학교 안나왔음

난 노트북으로 영화나 보고있었지

근데 쌤이 날 부름

아 자소서 상담하나? 하고 갔는데

교무실 선생님 자리가 아니라 교무실 옆 상담실 소파에 앉히는거야

학년부장쌤이랑 같이;;

쌤이 폰 어딨냐고 물음

그래서 'ㅋㅋ폰 안낸 애들 잡을라카나보네' 하면서 아침에 등교하면서 냈다고했지

근데 폰 가방 가져오면서 굳이 '이거 네 거 맞지?'하고 확인시켜주길래

네 맞아요 했지

근데 쌤이 갤러리좀 보여달라하대? (윤도영 갤러리 아님ㅋㅋ)

네??왜요??하니까 누가 날 몰카범으로 신고했대 ㅅㅂ

우리반이 학교서 제일 꼭대기층에 있는데

오늘 아침에 등교하면서 교내계단에서 내가 폰으로 앞에 여자애 다리찍는걸 누가 봤대

너네 학창시절 때 주변에서 몰카범으로 잡혀간 애 있냐?

난 중3때 안친한 친구.. 이름만 아는 어떤 애가 여자애들 다리찍어서 트위터?텀블러? 올린거 잡혀가지고

인생 좆망한 케이스 봤었거든

'아 이거 잘못하면 진지하게 오늘 자살할수도 있겠다' 싶어서

존나 얼타면서 네..?네? 어어 네.. 하고 일단 하라는대로 폰 켜서 갤러리 보여줬지

이거 잘못되면 ㄹㅇ 친구랑 말장난식으로 꺼내는 '자살마렵다' 수준이 아니라

진짜 죽겠다 싶은 위화감이 들더라

당연히 뭐 없단걸 스스로 알면서도 괜히 쫄리고 ㅋㅋ

그렇게 아무에게도 안보여줬었던 내 갤러리는 아줌마아저씨한테 첫 순결.. 아다를 따여버렸다 시발..내 눈 앞에서..

남친 묶어놓고 남친이 보는 앞에서 여친 강제로 읍읍하는 망가에서의 남친 마음이 이럴까 싶었다

내가 아이폰 쓰는데 그 삭제된 사진이랑 숨긴 사진까지 뒤지는거야

근데 순수한 윤붕이한테 뭐 있겠냐

걍 풍경사진 친구사진 동물사진 셀카 정도만 있지

셀카 보여줄 땐 쥐구멍에 숨고싶었다..

당연히 뭐 별 건 없었지 난 폰으로는 야동도 안보거든

혹시라도 친구나 누가 내폰갖고 놀다가 볼까봐 ㅇㅇ

만약 뭐 야짤같은거 저장해놨으면 좀 많이 수치스러웠을듯..

담임쌤이 한 시름 놓였는지 '울아들은 갤러리에 야동있던데 윤붕이는 뭐 없네?ㅋㅋ~'하면서 분위기 풀어보려함

학년부장쌤은 여전히 어따 숨겼나 찾고있고

난 나름대로 설명을 했지

'애초에 저는 결백하고 선생님께서도 알다시피 저는 그럴 놈이 아니다.

그 친구가 잘못본 거 같은데 만약 만에 하나라도 그 친구 말이 진짜라면

제가 옷에 주머니가 없어서 그냥 폰을 손에 들고 다니거든요.

아이폰 잠금화면에서 화면 옆으로 넘기거나 카메라버튼 누르면 카메라가 켜지는데

제가 어쩌다 그렇게 카메라를 켰고 그걸 착각한 거 같다' 대충 이런식으로 설명하니 으음.. 하더라

폰 잠시 가져와서 시연하고 ㅇㅇ 사진도 한장찍어보고.

다행히도 내가 평소에 선생님 말 잘듣고 큰 말썽 안부려서 그런지

담임쌤이랑 학년부장쌤 둘이 내 폰 마개조시키면서 2~3분정도 보다가

그래 잘못봤나보다 폰 내고 교실로 돌아가렴 하는거야

그때가 4교시였는데 구라 안치고 교실 와서 그때부터 그 다음날 하교할때까지 존나 덜덜떨었다

집 가서도 밥도 안먹고 침대에서 멍때리고 담날 학교에서도 멍때리고

'진짜로 우연히 카메라가 켜졌던거고 만약 내가 잘못 눌러서 사진 한 장이라도 찍혔다면?'

'대학이고 뭐고 시발 그냥 내가 살아온 19년 인생이 끝나는거였네? 손짓 하나로?'

이런 잡생각 존나들어서 이틀동안 암것도 못했던 거 같다

걱정되실까봐 부모님한텐 말안하고 친한애들한테만 말함 ㅇㅇ

좀 생각 정리 하고 다음날 쌤한테 혹시 신고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안알려주더라 씨발

"결국 별일 없었으니 됐잖아~ 그 친구도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말한거야~" 하면서 ㅋㅋ

난 씨발개좆같았는데말이야. 좆반고 ㅁㅌㅊ?

한창 대입 시기에 일 안키우려고 애쓰는 거 같아서 굳이 더 안키우고 걍 내 기분만 잡치고 끝냈다

이 경험이 내 12년 학창시절 중 젤 좆같았던 일 공동1등이다

너넨 폰 들고다니지마라.. 불편해도 바지주머니에라도 넣고다녀라..

돌이켜보니 후회되네

경찰부른다고 개지랄을 하든 어쩌든 누군지 찾아내서 면담했어야됐는데. 씨발련.

썰 들어줘서 고맙다..

밑 사진은 그 때 해명한답시고 어버버거리면서 시연하다가 찍은 탁자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