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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편이라니...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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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읽어봐 코치.”

“...꼭 이러셔야합니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읽어.”

코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망할 노잼종.. 알려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스갤을 알려줄 수가 있냐. 물론, 저도 민철도 스갤이라는 곳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은 스갤이 팬심과 여론 파악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었다. 못볼꼴은 내가 볼 테니 너는 스갤 들어가지 말아라, 라고 코치는 민철에게 늘 말하곤 했던 것이다. 

“...이건 개철숭도 아니고 핵폐숭임. 못해도 정도껏 못해야지. 개잡금 수준. 야 잡금한테 사과해라.”

“......”

“......”

“설명.”

거짓말을 해봤자 같은 글을 다른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하면 금방 들킬 것이었다. 코치가 있는 그대로 게시물 하나를 다 읽은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팔짱을 낀 채 소울키는 코치를 재촉했다. 

“그... 우리나라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코치는 어떻게든 소울키를 설득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잡담 그만하고 빨리 설명이나 하시지 하는 눈으로 소울키는 코치를 빤히 쳐다봤다. 

“개는 멍멍 짖는 개... 숭.. 이라는 게 원숭이거든요.. 몽키.. 닮았다고.. 그리고 핵폐는 핵폐기물.. 그러니까 쓰레기 중 최상급 쓰레기.. 그리고 잡금은.. 아시죠? 브론즈, 실버..” 

정작 소울키 본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듣고 있었으나 단어를 일일이 설명하는 게 무섭고도 민망하여 코치는 고개를 떨궜다. 

“코치, 내가 그렇게 못했어?”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잖습니까. 몇 주만에 프로 레벨까지 따라잡는 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결국 표정관리에 실패한 소울키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소울키의 표정이 다양해진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코치는 소울키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김민철한테 좀 미안하군. 저렇게 욕먹는 걸 보니.”

그래도 소울키는 코치의 말에 금방 수긍했다. 다만 정말로 게임을 잘 하는 민철을 괜히 욕 먹인 것 같아서 미안할 따름이었다. 민철이 슬럼프 상태였다는 것을 소울키가 알 리는 없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쟤들 원래 저래요.”

“알았어. 코치가 없으면 난 이곳 글을 거의 못 읽겠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지구레인은 이런 이상한 데를 맨날 보는 건가.”

그나마 다행이네.. 라고 코치는 생각했었다. 며칠 뒤 소울키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극혐.”

눈앞에 나타난 누군가를 보자마자 소울키가 내뱉은 단어였다. 

“개씹혐좆.”

이어진 말까지, 잔뜩 찌푸려진 소울키의 표정과 완전히 일치하는 말이긴 했다. 코치는 식겁한 표정으로 소울키와 소울키의 맞은편에서 히죽거리고 있는 남자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글 못 읽겠다더니 얼마나 눈팅한 거야?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근데 그게 무슨 말이야?”

“돌아가라고.”

“안 돼, 내가 여기 어떻게 왔는데! 여기 찾아오느라고 개고생했다구! 그 고지식한 클래식이 여기 온다고 한 걸 말리고 내가 왔단 말...!!!”

레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하고 소울키는 현관문을 거칠게 닫았다. 잠깐! 잠깐 소울키! 이거 다 보고해버린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잘 말해준다니까! 일단 이 문 좀 열어봐!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레인이 문을 쾅쾅 두드렸다. 소울키 쪽으로 힐끔거리는 코치의 눈이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묻고 있었다. 

“수, 왜 프로토스가 여기 찾아온 거지?”

소울키가 어떻게 된 거냐고 수에게 물어보니 수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지 당황하면서 알아보고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렇게 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울키와 코치의 눈이 소리난 쪽으로 돌아갔다. 손잡이 부분이 떨어져나가서 힘없이 열리는 현관문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부서진 손잡이는 문 건너편에 서있는 레인의 손에 들려있었다. 

“저 병신이!!!”

지구에 온 이래로 소울키의 입에서 처음 비속어가 튀어나왔다. (사실 이것도 모 사이트에서 배운 것이긴 하지만.) 소울키가 단단히 화난 표정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그리고 레인을 단박에 복도 바닥으로 메다꽂아버렸다. 레인의 몸이 부딪히면서 바닥이 우지끈 파이는 것을 보고 코치는 할 말을 잃었다. 결승전 날은 소울키가 정말 살살 움직인 것이었다.

“뭐하는 짓이야! 왜 갑자기 와서 남의 물건을 부수고 있어?!”

제가 부순 건물바닥은 안중에도 없는 듯 소울키가 레인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아 그러니까 문 좀 열어달라고 했잖아! 문 손잡이가 이렇게 약한 줄 몰랐지!”

“그걸 말이라고! 저거 고치고 돌아가! 알았어?!”

그렇게 현실 저프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중 수의 답변이 돌아왔다. 통신기에서 흘러나오는 답변을 듣고 있는 건 코치뿐이었지만 말이다.  

“소울키? 네가 하도 안 돌아오니까 네가 넘어간 걸 알게 된 다른 프로토스들이 뭐 하는지 보고 오라고 누굴 보낸 모양이야. 근데 누가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