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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엘송 햇마이클 첫공 감상

ㅇㅇ(210.90) 2015.11.25 10:00:06
조회 1333 추천 45 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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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광고방지용 발사진


은마이클, 얀마이클은 모두 정신연령이 엄마가 죽은 열 다섯에, 혹은 아빠가 코끼리를 죽인 여덟 살에 멈춰있는 것 같다는 후기들이 많았는데(나도 동의함)

햇살이가 표현하는 마이클은 실제 나이에 걸맞은 생각과 사고와 감정을 모두 가지고 있음.

엄마의 죽음을 방치한 게 열 다섯, 정신병원에서 지낸지가 8년. 그러니까 23살, 딱 그 나이 같아.

다른 마이클들은 당장 사회로 내보내기엔 아직 미숙하고 불안정한 부분이 큰데, 햇마이클은... 자아가 완전히 성립돼 있달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햇마이클을 보고 비정상적이고 불안하다고 판단한다 한들,

마이클 본인은 자기 자신이 왜 이렇게 됐고, 지금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으며, 자기에게 없는 게 무엇인지, 이 병원의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을 모두 꿰뚫고 있는 완전한 상태야. 


햇마이클의 이같은 '자아의 확립'은 마이클의 로렌스에 대한 애정에도 영향을 끼쳐서 다른 마이클들과 다른 분위기를 내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햇마이클의 로렌스를 향한 사랑은 본질적으로 에로스적 욕구와 아주 가깝다고 느꼈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아버지나 어머니의 사랑을 대체할 수 있는 상대를 원했다거나, 

유년시절부터 계속 겪어왔던 결핍을 채우고자 초조하게, 필사적으로, 아이처럼 떼를 쓰며 로렌스에게 매달리고 사랑을 갈구한 게 아니라,

잠시 그런 과정을 거쳤을 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아, 내가 이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은 성적인 욕망이 담긴, 일반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느끼는 그런 종류의 사랑이구나. 라고 확실하게 깨닫고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안소니로 성행위를 자주 묘사하는 얀마이클에 비해 햇마이클은 딱 한 번 안소니 코를 손으로 만지는 것 외에는(로렌스랑 그런 거 했다고 거짓말 할 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얀마이클보다 햇마이클이 진심으로 로렌스를 그런 성적 욕구면으로도 원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국은 앞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거야. 원래의 나이, 원래의 정신연령으로, 자아가 확립된 마이클이니까 가능한 거지. 


햇살이의 마이클은 이렇게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영리한 아이이다보니, 스스로에 대한 자조가 굉장했어. 

집에 오는 길에 짧은 감상평들 봤는데, 햇살이가 가장 어둡다는 말들이 공통적으로 많은 것 같더라고. 그리고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내 경우, 햇마이클이 남다르게 어두운 이유는 이 자조 때문이라고 느꼈어.  

다른 마이클들은 사랑을 갈구해. 죽음을, 자유를 택하지만, 그 순간에도 '제발 나를 사랑해주세요' 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 

근데 햇마이클은 좀 더... 체념과 자조에 가까워. 

난 실수로 태어났고, 아빠는 날 버렸고, 엄마도 날 사랑하지 않았어. 로렌스마저 나랑 이야기를 하다 말고 울면서 가버리네?

아아~ 이 세상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구나.

그리고는 더 이상의 희망을 가지지 않아. 사랑해달라고 구원을 요청하지도 않지. 

어른의 목소리로 차분하고 어둡게, 자조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햇마이클은 유독 눈가에 계속 눈물이 맺혔다 없어졌다 하던데

사실 이건 마이클에 대한 어떤 해석이라기 보단, 햇살이의 다른 배역들을 생각해보니 그냥 배우 본인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눈물이 들어찼다가 사라졌다가 또 들어찼다가 하는 부분도 어른스럽고 자조적인 마이클과 마침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



엘리펀트송의 마이클은 '정신과 환자'지 정신이 특정 연령대에 멈춰있다는 설정이 붙은 게 아니기 때문에 햇살이가 표현하는 마이클도 원작을 해치지 않는 신선한 캐릭터라고 생각해. 

정신이 어린 나이에 멈춰있지 않고 어른스럽다고는 하나, 이렇게 자조적이고 여전히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니 퇴원하지 못하는 근거도 있고. 

햇살이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이클의 성향 자체는 합리적이야. 

하지만... 좀 더 설득력이 생기려면 몇 가지 연결고리가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느낌을 받았어.


엘리펀트송이 마이클과 그린버그 사이에 엄청난 긴장감이 있는 극도 아니고, 기승전결이 뛰어난 흥미진진한 극도 아니다 보니

분위기를 환기 시킴과 동시에 마이클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몇 가지 유머 장치들이 있잖아. 

근데 이 유머들은 기본적으로 마이클의 정신연령이 낮다고 가정할 때에 더 표현하기가 쉽단 말이지. 

자기는 이 정신병원에서 계속 협조하고 있다면서 마이클이 점점 더 크게 화를 낼 때, 그린버그 박사가 너 안소니 뺏는다!!! 하니까 급 조용해진다던가. 

이런 건 마이클의 아이같음을 드러내는 유머잖아. 

하지만 햇마이클은 아이가 아니니까 이런 부분들이 어색하게 붕 뜨는 거지. 유머코드로써 작용하지도 않고.

은마이클, 얀마이클 다 저 부분에서 귀여워서 웃었었는데, 햇마이클은 저 부분 매우 심각하고 무서웠어.. 

영필그린버그도 다른 때보다 안소니 뺏는다 진심으로 크게 소리친 느낌.

그냥 유머코드가 사라지는 걸로 끝이 아니라, 저렇게 자조적인 마이클이 과하게 화를 내거나, 과하게 웃으니 그 점이 괴리감있게 느껴져서 아쉬웠어. 

처음에 나는 '하얀코끼리', 당신은 '왜사는지 몰라' 얘기할 때부터 계속 장난기없고 자조적이고 영리했던 애가 

갑자기 안소니 받자마자 뽀뽀를 쪽쪽쪽쪽쪽쪽 연타로 날리며 인형을 꼭 껴안고 흔드니까 어색하더라는 거지. 


그래서 나는, 이런 마이클이라면 안소니를 돌려받았을 때나 나는 늘 협조해왔으니까 오늘은 나한테 협조해주면 안되냐고 고함치는 씬에서 

오히려 좀 더 절제해서 가면 마이클의 모든 행동들에 연결고리가 생기고 설득력이 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그냥 아주 개인적으로 소심하게 해보았다고 한다. 그랬으면 나는 더 좋았을 것 같아. 



마이클의 아이다움에서 오는 귀여움, 재미, 안타까움이 덜한 만큼 자첫이 아닌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들의 마이클에 비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고

근데 또 반대로 생각해보니 난 햇마이클이 자첫이었으면 극이 더 어렵고 더 지루하게 느껴졌을 것 같기도 해.. 

햇마이클의 저런 특징들은 오히려 자첫이 아닌 상태에서 이 배우는 마이클을 이렇게 표현하려고 하는 구나에 포인트를 맞추고 볼 때 재밌게 와 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아, 앞에 문단까지 쓰고 끝내려고 했었는데 앞 문단에 '아이다움에서 오는 안타까움'을 쓰고나니 쓸 말이 하나 더 생각났다.

결핍 때문에 제대로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마이클이 애정을 갈구하며 자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이 컸거든. 안타까움, 안쓰러움. 

근데 더이상 사랑에 대한 기대가 없는 자조적인 마이클이 자살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나도 마이클과 같은 체념, 회의, 그런 감정을 더 느꼈어.



결론은 세 마이클 다 맘이 아프다 입니다ㅠㅠㅠㅠ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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