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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원작 희곡을 읽은 후

ㅇㅇ(124.5) 2014.09.15 00:54:55
조회 816 추천 11 댓글 11
														

캐슷별 디텔 후기는 많이 올라왔으니 난 극 관련 후기를 좀 써볼게.

안 좋은 얘기가 많을테니 싫은 횽들은 스킵해 줘ㅠ

 

 

 

 

 

<살리에르막공이 끝나고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하단 생각이 들었어내가 좋아서 달렸지만 나한테 살리에르가 마냥 사랑인 건 아니었거든. 극 끝나고 후기 한 번 정리하고 시원하게 보내줘야지 생각했는데 배우 디테일 빼고 작품을 생각하니 좋은 말이 안 나오더라. 문득 원작과는 얼마나 다른가 궁금해서 연휴 동안 푸시킨의 원작 희곡을 읽어봤어. 원작을 읽고 극을 다시 곱씹어본 후에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좀 써볼까 해.

 

난 본 공연을 보기 전에는 살리에르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였어. 그 유명한 영화 <아마데우스>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저 천재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리어진 2인자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게 다였어그래서 공연을 보고 나올 때마다 천재 앞에 무너진 살리의 질투와 고뇌 정도로 극을 생각하고 말았지. 헌데 원작을 접하고 나니 극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지더라. 뮤지컬 살리에르가 그의 질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살리에르라는 인물에 대한 변명처럼 보였어.

 

질투의 망령에 사로잡혀 떠는 한 남자, 살리에르. 그가 자신의 화려했던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본격적으로 극이 시작되지. 원작과 구분되는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젤라스가 등장한다는 점이야. 살리에르 하면 빠짐없이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바로 "질투"인데, 그 질투를 의인화했다니 얼마나 흥미로워. 원작에서의 살리는 음악적 천재를 타고나지 못 했음에도 노력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오른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모차의 천재성에 대한 감탄과 질투, 모차에게 독잔을 건넨 자신에 대한 고뇌를 모두 보여주고 있어. 이건 뮤지컬에서도 비슷하게 보여져. 다만 뮤지컬에서는 한 인간이 복합적으로 느끼는 그 감정들 속에서 "질투"를 따로 분리해냈어. 그게 바로 젤라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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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스는 모차와의 첫 만남 때 등장한 이후 시종일관 살리 곁을 맴돌면서 살리를 자극하고 그를 부추겨. 신을 부정하고, 2막에선 살리 안에 진창처럼 뭉쳐서 꿈틀대던 짙은 패배감과 분노를 한순간에 밖으로 끄집어내지그에 반해 살리는-. 난 극에서 아쉬웠던 게, 주인공인 살리 캐릭터가 너무 밋밋하다는 거였어. 원작에서처럼 자부심, 좌절과 분노, 신에 대한 원망은 보여주는데 그게 전부인 느낌이야. 살리를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질투인데 그 질투가 빠지고 나니 캐릭터가 단순해지고 매력이 없어졌어. 극 속에서 살리는 젤라스에게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 급급하지기왕 질투(=젤라스)를 분리해 냈으면살리가 젤라스에게 점점 물들어서 모차를 죽이도록 결심하기까지 표독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해. 백조의 노래A 이후 그렇게 변화하나 싶었는데 넘버 두 곡이 끝나고 갑자기 대화해의 장이 펼쳐지니 이건 뭐...... 사실 젤라스 캐릭터도 역할이 애매하긴 한데,  스토리라인에서 젤라스가 뭔가 더 어떻게 할만한 게 없었을 것 같긴 하다.

 

원작 끝부분에 이런 말이 나와. "천재와 악행은 양립할 수 없다." 모차가 독잔을 건네받기 전 보마르셰라는 극작가에 대해 언급하면서 꺼내는 말이지. 자신에게 음악적 재능이 없음을 알고, 부단한 인내와 노력을 통해 살리는 예술의 장인이 되었지. 그로 인해 얻은 영광과 명예를 기꺼이 즐길만큼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인데, 희곡 마지막에 자기존재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걸 보고 문득 궁금증이 생겼어. 살리는 과연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했을까? 난 살리 역시 천재라고 생각해. 모차가 신이 내린 천재라면, 살리는 인간의 노력이 만든 천재인 셈이지. 때문에 모차의 말을 듣고 자기의혹에 빠져 괴로워하는 거라 생각하고. 헌데 뮤지컬에서는 그 방향이 달라.

 

먼저 이야기했듯이 뮤지컬에서의 살리는 수동적인 인물이야. 영광스런 나날을 즐기다가 모차를 만나 질투의 감정을 느끼곤, 이후에는 젤라스의 속삭임에 끌려다니지. 모차의 죽음 후 극 초반과 후반에서 살리는 이렇게 이야기해. 나는 모차르트를 죽이지 않았다. 모차르트를 죽인 건 . / 날 가장 힘들게 한 건 바로 . 너 때문에 난 모든 것을 잃었다. 앞서 이 뮤지컬이 살리에르에 대한 변명처럼 보인다고 한 건 바로 이 때문이야. 극에서는 살리를 파멸로 몰고 간 질투를 제 삼의 인물로 의인화했고 그의 악행을 젤라스에게 전가하고 있지. 살리가 젤라스의 유혹에 넘어가는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극중 제자인 카트리나를 모차르트에게 빼앗긴단 점도 마찬가지야. 극은 이야기해. 모차가 살리의 지위를 위협하고 그의 사랑을 빼앗아갔기에 살리는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살리에르 프리뷰 기간이었나. 극 초반에 어떤 횽이 썼던 후기 중에 그런 말이 있었어. 이 극에는 모차르트에 대한 존중이 없다, 였었나. 아무튼 그 비슷한 말이었어. 당시에는 그 말이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극을 통해 작가는 흔히 알려진 살리의 질투보다는 음악가로서의 그의 인간적인 면에 더 집중하려 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살리와 젤라스는 결국 한 사람이야. 모차에게 독잔을 건넨 후 아무리 괴로워해봤자 결국 그 일을 저지른 건 살리에르라는 한 인물로 수렴하는 것이지. 극중 마지막 대사가 있지. 사람들이 과연 내 음악을 기억해 줄까. 후세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전해지는 숭고한 음악가로 남길 바라는 그 마음. 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건 그의 음악이 아니라, 모차를 향한 그의 질투 뿐이지. 그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슬프게 다가온다.

 

저번에 모 질문글에 덧글로 남긴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은 생각 때문에 난 젤라스가 쓰러진 살리를 바라보며 웃는 마지막 장면도 단순히 질투가 살리를 떠나가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살리가 아무리 자기 행동을 전가하고 죄책감을 떨구려 애써도 그가 행한 악행(=젤라스)는 결코 사라지지 않아. 마지막 젤라스의 모습은, 앞으로 살아갈 살리의 일생에서 모차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키는 어두운 그림자를 나타낸 거라고 생각해. 주홍글씨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원작 희곡만 읽고 즉흥적으로 생각난 걸 끄적인 글이라 논리도 없고 내용이 참 뒤죽박죽이다. 하지만 극을 이렇게 보는 사람도 있단 걸 알고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영화는 아직 주문한 DVD가 도착하질 않아서...... 영화를 보고 살리에르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었음 좋겠다.

 

주말 마지막 밤인데 음표들 모두 악장님&젤라스 꿈꾸길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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