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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는 정말 잘 쓴 극 같아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3.192) 2020.01.21 21:05:42
조회 2858 추천 253 댓글 32



요새 아침 저녁으로 아이다 들으면서 아이다는 왜 이렇게 재밌을까 곱씹어보면서 든 생각들이야
음악 무대장치 색감 연출 대극장 표값 아깝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잘 하는 주연배우들과 어디서 돈 주고 사오기도 힘들 갓상블 이런 건 다들 알고 있을 테니까 잠깐 내려두고
난 들으면 들을 수록 아이다가 참 잘 쓰여진 극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 얘기를 해 보고 싶어
그 중에서도 기승전결의 비중과 짜임이 이상적이라는 건 다들 자첫만 해도 느낄 것 같아서 캐릭터 빌딩에 대한 얘기가 주가 될 것 같아

아이다 극의 캐릭터 사용에서 가장 좋은 점 두 가지를 꼽자면
주인공과 대적자가 명확하다는 것, 케미스트리를 자아낼 캐릭터 페어를 엄선했다는 것이야

두 가지가 일맥상통하기도 하는데, 이 글을 꿰뚫는 하나의 문장이라면 “난 아이다가 조세르랑 안 부딪쳐서 너무 좋아” 이게 되지 않을까 해 ㅋㅋ
아이다 극에서 캐릭터들은 크게 젊은 세대 - 아버지 세대로 나뉠 수 있어. 그리고 그 세대 간의 반목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극에서 강조하려는 젊은 세대 캐릭터들에게 관객들이 신선하게 느낄 입체감을 부여해서 호감을 자아내게 하지.
이집트인 - 누비아인 / 지배층 - 피지배층으로도 나뉘지만 아이다의 주제의식에 따라 둘은 융합하게 되니, 끝까지 반목하는 건 세대에 따른 두 계층이야.
아이다 - 아모나스로, 암네리스 - 파라오, 라다메스 - 조세르 이 세 가정에서 아버지들은 모두 권위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자식 세대에게 강요하려는 캐릭터로 나오잖아. 아버지들에게 다양한 캐릭터를 부과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버지 셋 모두에게 통일된 색을 주어서 관객들이 자식 세대에게 이입하게 만들고 아버지 세대에게 공통된 이미지를 씌우지. 그러면서도 세대 간의 갈등은 본인 자식과의 씬에서만 드러내게 해서 관객들이 각자의 가정을 돌아보며 이입하고 갈등의 보편성을 느낄 수 있게 해 줘.
그리고 극을 이끌어나가는 건 젊은 세대이고, 아버지 세대는 히어로와 대립하기 위한 안티히어로 역할만 수행해. 젊은 세대들끼리는 처음엔 대립하나 싶다가도 결국 그들의 갈등은 재미의 요소가 되지.
고전의 특징 중 하나가 권선징악이 뚜렷하다는 것과 같은 말일까? 쉽게 말해 누가 우리편 착한편이고 누가 나쁜놈인지 선을 딱 그어주기 때문에 극의 서사를 이해하기 쉬워지고, 또 우리편 착한편에게 이입해서 감동을 느끼기도 수월해져.
조세르가 등장하는 씬 좋아하는 관객들 많잖아? 조세르가 애매하게 사연 있는 악역이었으면 그 씬을 오롯이 즐기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확실한 빌런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의 네거티브함에 절대값을 씌워서 에너지만을 즐길 수 있게 된 거지.

세대 간의 갈등 뿐만 아니라 아이다의 거의 모든 씬은 이렇게 명확한 대립구도가 주어졌기 때문에 재밌게 느껴져.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사랑을 느끼는 넘버인 인챈트먼트에서도 그래.  누비아 노예로서 억압된 환경의 이집트에서 자신의 자아를 알아봐주는 라다메스를 반기지만 동시에 지위로 손쉽게 자신을 억누를 수 있는 라다메스에게 반발심이 드는 아이다, 장군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모험가 기질을 동감해주는 아이다에게 끌림을 부정하는 라다메스, 둘 다 자신의 내면과 대립하고 있어.
아이다와 암네리스의 우정이 시작되는 수트송 맆에서도 그렇지. 만들어낸 허영을 잘 유지할 거지만 그 안의 허무함을 느끼는 암네리스의 외면과 내면이 대립하고 아이다가 그 내면을 감싸주면서 벽이 허물어져.
아까 얘기했던, 자식 세대에겐 입체감을 부여한다는 거. 이런 식으로 자식 세대들에게는 좀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캐릭터의 서사를 만들어주는데 그 기법이 본인 내부의 갈등이고 그걸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들을 관객은 사랑하게 되지.

이번 시즌엔 더블캐스트인 역이 아이다 암네리스 라다메스 조세르 뿐이니 캐스팅을 이렇게 넷 묶어서 말하게 되잖아? 그런데 흔히 말하는 ‘페어’라고 하기엔 아이다와 조세르 사이에 전혀 접점이 없는 거야. 거기서부터 이 글이 출발하게 되었어.
아이다와 암네리스, 암네리스와 라다메스, 라다메스와 아이다, 라다메스와 조세르 사이에는 모두 케미스트리가 발생하는데 아이다와 조세르는 만나지도 않아. 아이다는 뒤에 시녀로 시립했다 물러나고 조세르가 새신랑에게 축배를! 하는 연회씬과 저 노예년이 살아있지 않느냐! 하는 부둣가씬을 둘이 만난다고 할 수는 없겠지.
난 그래서 이 아이다의 극작 철학이 너무 좋아. 필요한 데만 딱 집중하고 덜 중요한 가지는 확실히 쳐 버렸어.
아이다랑 조세르가 만나서 무슨 서사를 쌓겠어? 이집트인에 대한 누비아 공주의 증오? 이건 라다메스와 사랑 완결을 짓는데 방해돼. 자신의 앞길을 막는 하찮은 노예에 대한 이집트 재상의 괴롭힘? 이건 조세르의 캐릭터를 해쳐. 둘이 만나서 뭘 하든 장면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 씬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극 전체 서사에 도움이 안 되잖아.
아이다랑 조세르가 붙었으면 오히려 현입만 심해졌을 것 같더라고. 이집트 재상의 권력 앞에서, 아무리 공주와 장군의 비호를 받는대도 외국인 노예가 뭘 할 수 있었겠어. 지금의 극작과 연관시켜 보자면 아모나스로를 탈출시키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집트에서 누비아 노예살이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이런 얘기만 늘어났겠지. 이 모든 건 결국 곁가지이고, 아이다 극에서 중요한 건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이잖아. 이런 얘기가 들어갔으면 둘의 사랑, 그 결과인 성장에 집중할 시간이 모자라서 내가 감동받고 극장에서 나온 그 극은 없었을 듯 해.

전에 갤에서 조세르와 아이들 (이집트 엑소) 은 와 치파오같은 옷을 입고 나오는 걸까, 작가 중에 중국계가 있어서 그런가 하는 글을 보고 궁금해서 아이다 창작진을 찾아봤는데 엠나비 쓴 데이비드 헨리 황이더라.
그런데 작가 중이라고? 아이다 작가는 3명이었고 황은 그 중의 하나였어. 브로드웨이 극들은 창작 기간도 길다더니 작가 여럿 고용할 자본도 있었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오래 고심할 시간 있어서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여럿이 머리 맞대면 이렇게 아이디얼한 짜임의 극이 탄생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메렙 말이야. 작가가 여럿인 극이라고는 생각 안 들게 극 내의 장면을 참 유기적으로 연결해주지 않아? 그러면서도 캐릭터성은 잃지 않고 죽을 때까지 유지하잖아.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러운 극작을 혼자서가 아니라 협업으로 만들어냈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굉장히 미국냄새 날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메렙에게서 또 아이다 극에서 그런 미국 분위기 싹 빼준 게 아이다가 월드와이드로 오랜 시간 흥행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인 것도 같아.

봐도봐도 재밌는 아이다가 지금 내가 관극할 수 있는 이 때 하고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즐겁고 감사해. 극작 음악 무대 연출 이런 틀 안에서 창작진이 의도한 것을 더욱 깊이 또는 넓게 감동으로 퍼뜨려주는 우리 나라 공연팀에게도 감사하고.
긴 글 읽느라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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