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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ㄱㄱ)고흐에서 좋아 완벽해의 의미(스포, 개취, 자세하고 길어)

ㅇㅇ(119.192) 2020.02.21 18:22:20
조회 354 추천 20 댓글 4

고흐에서 나오는 단어 의미를 곱씹다가 나온 후기고


여기서 나오는 고흐는 오픈고흐야. 오픈고흐 디테일만으로 쓴 거라서 다른 고흐와는 다를 수도 있어







고흐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머리를 후드려 맞은 거 같은 대사가

"좋아 완벽해"였어


고흐라는 화가를 참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얼추 꿰고 있었다고 생각은 했거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고흐는 자신의 작품을 '완벽'이라고 표현할 사람이 아니었어.


아를에서 그린 그림만 회화 185점, 데생 125점, 생레미에서는 회화 150점, 데생 140점 오베르에서 그 짧은 시간에도 그린 그림은 80장 정도였거든. 나도 뭐 아주 자세히는 알지 못하기는 하지만 이게 드로잉은 제외하고 유화만 따진 걸거야.


이 정도 작품을 그리려면 하루나 이틀에 한 장 정도씩을 그려 댔다는 건데, 그게 얼마나 큰 일이겠냐고.

어쨌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흐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창작욕을 불태운 건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뮤지컬에서도 나오지


"그림이란 게 뭘까 아무리 억만금을 들인대도 절대 만족하지 않는 요부 같아."


그래 고흐에게 그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닿을 수 없는 무언가였어. 절대 만족할 수도 없는 그런 거.


그런 고흐가 왜 완벽하다고 했을까.




잠깐 딴 소리를 하면


고흐는 싫은 소리를 쉽게 하는 사람 같지 않아. 비단 뮤지컬 뿐만 아니라 실제 고흐도 고갱과 같이 살 때의 에피소드만 봐도, 고갱은 테오한테 온갖 불만을 다 쏟아놓는데 고흐는 괜찮다는 말 뿐이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흐가 괴짜로 보인 건 길가의 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쭈그려 앉아 관찰하고 먹어보고(흙도 많이 먹어본 거 같더라) 이런 괴짜같은 모습 때문이었지 성격이 개 같아서는 아닌 거 같아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봐도 그림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서 사람들을 뚫어지게 관찰하고, 자기 그림을 모독하면 화를 냈을 지언정 쉽게 버럭하고 짜증내고 그럴 성격이 아닌 것 같았어.


항상 속으로 삭히지. 아픔도 슬픔도 기쁠 때도 소리내어 웃는 것보다는 그냥 입가만 씩 웃고 있어. 고흐가 소리내어 웃는 건 마지막 장면 뿐이야. 좋아 완벽해 그 다음. 난 이 웃음이 가끔 "이제 됐어. 너의 삶은 고통이었지만 이제 편해질 거야. 괜찮아. 그러니까 웃어. 너도 이제 소리내서 웃을 수 있어. 웃어봐."하고 울고 있는 자신을 속으로 다독이면서 나온 웃음 같아.


그거 있잖아.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이거.


이런 고흐가 '완벽'하다고 표현한 그림은 그럼 과연 고흐에게는 가장 완벽한 그림이었을까? 내가 보기에는 아니.


고흐가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고흐 작품 중에 굉장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게 다른 명작인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작품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뛰어난 작품인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거든?


고흐 풍이 잘 살아있는 대단한 그림이긴 하지만, 다른 작품도 그만큼의 임팩트는 충분히 가지고 있어.


그럼 고흐 입장에서 보면? 이 작품이 다른 작품을 다 뛰어넘을만큼 최고의 수작이라고 생각했을까? 내가 보기엔 그것도 아닌 것 같아.


고흐가 자신의 작품이 팔릴 거라고 엄청 기대하고 안 팔리냐고 테오를 닦달했던 건 감자 먹는 사람들이었고(테오한테 네가 소홀하니까 내 작품이 안 팔리는 거 아니냐고 투덜거리도 했고 테오도 지지 않고 형의 그림은 요즘 화풍과 안맞는다라고 했대) 고흐 생애 유일하게 평론이 실린 작품도(고흐가 작품을 보낸 전시회는 앙데팡당 전시회하고, 브뤼셀 미술 전시회였는데, 이 둘 중의 한 전시회에 보낸 작품이 평론이 실렸어.


고흐가 앙데팡당 미술전시회와 브뤼셀 미술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가 1890년. 고흐가 죽었던 그 해.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이 전시회 출품을 하니? 싶기는 한데 일단 그건 넘어가고


고흐 생애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이 나무뿌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일단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인정 받은 게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라고 알고 있어서


이걸 평론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거칠게 그려진 어둡고 낮은 하늘과 불길한 까마귀떼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세갈래의 갈림길은 자살 직전 그의 절망감을 강하게 상징한다고 하시더라고. 자살 전에 남겼을 법한 그림이라고.



그래 이게 자살 직전에 자신의 심정을 담아 그린 그림이라고 해도


그게 완벽하다와 동의어가 되지는 않을 텐데.



고흐가 테오에게 말하는 "밀밭에서 난 죽음을 봤어. 하지만 슬프지 않아 황금빛 태양이 가득 비춰 주는 죽음이니까."라고 하잖아? 그래 죽기는 하지. 고흐가 죽는 건 정해진 운명이다.


하지만 죽는다고는 해도 이게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었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했다는 것이 고흐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말이 길어졌는데 그럼 고흐가 말하는 좋아 완벽해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 거지.


결론을 말하면 난 그건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했어. 삶의 마무리.


"드디어 나의 삶을 마무리한다. 좋아. 완벽해. 내 삶은 마무리되고 이제 완벽하게 끝이 날 거야."


자신의 예술을 완성했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끝냈다는 것에 대한 완벽함. 끝만은 완벽하게 내겠다는 결심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뒤에 고흐가 권총을 쏘지만 3일동안 아프고 죽었다는 게 고흐가 실제로 했던 말인 "난 왜 이렇게 잘하는 것이 없지? 스스로에게 총을 발사하는 것 마저도 실패하다니." 이거랑 연결되는 거 같아서 너무 슬펐어.


완벽하기를 바랐는데, 죽음만은 좋아, 완벽해 하고 끝내기를 바랐는데 그 죽음마저 실패한 거야.


밀밭에서 자신이 본 죽음의 이미지가 자신에게도 찬란하게 비춰주길 원했지만 결국 고흐는 자살에 실패하고 오베르의 좁은 여관방에서 생을 마감했지


고흐의 좋아, 완벽해가 더 짠해지고 더 슬퍼진 건 그것 때문인 것 같아. 고흐는 결국 죽음조차도 좋아, 완벽해가 되지 못했으니까.


완벽한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서럽게 울다가도 억지로 웃었던 고흐인데 그것마저도 안 됐으니까.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결론을 말하면 고흐가 말하는 "좋아, 완벽해"는 자신의 예술작품이 완성되었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마무리한다는 의미에서 "좋아, 완벽해"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는 거야.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야


긴 거 읽느라 고생했어






한없이 짠하고 슬프고 마지막에 웃는 것도 슬픈 오픈고흐는 한 번 보자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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