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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자첫 ㅎㄱㄱ, 발하임이라는 이상한 낙원 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38) 2020.10.30 02:17:38
조회 1289 추천 96 댓글 25

오늘 인생 자첫했어.
당연히 스포 있음.

쓸데없이 길고,
전혀 극의 의도와 맞지 않게 편협하고 주관적인 후기임.

———————

보기 전에 좀 걱정했어. 유튭에 일본공연인가? 일본어 자막으로 전편이 올라와 있더라고.(불법인가;;) 그래서 보긴 했는데 그때는  베르테르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어. 아니 롯데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롯데네 집에서 총을 빌려.
죽겠다고 협박해서 여자를 착취하는 ㄱㅅㄲ들이 널리고 널려서... 베르테르에게 이미 비호감이 강했음.

다행히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재밌게 봤어.
아, 이거 비극이지;;;
흥미롭게 봤어. 불쾌하지 않았고 베르테르가 비호감도 아니었음.

근데 재밌게 본 이유가 실제 연출이나 제작진들이 의도한 바가 전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드는... 그런 내 맘대로 본 편협한 후기일거야.



예원롯데 잘하더라. 다른 롯데를 안 봐서 모르지만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 있는 롯데라는 느낌.
발하임이라는 낙원에 너무 잘 어울리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세계와 너무도 조화로운 낙원의 아이.

그에 비해 베르테르는 처음 남의 집 진열장 속에서 홀린 듯 총을 꺼내는 걸 보니 자살사고에 시달리는 우울증 환자 같았어. 롯데와 반대로 그는 자신이 속한 세계와 불화하고 있었던 거지.

난 머릿속으로 무채색의 베르테르가 롯데의 손을 잡고, 롯데로 부터 전해진 다채로운 색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했어.

그렇게 흐뭇~ 하게 롯데를 보다가 2막이 시작됐는데 첫 넘버에서 빵터졌어(속으로 웃었다)
아니 이건 무슨... 보건복지부 저출산 대책위에서 외주 줘서 만든 넘버야? 꽃과 낭만적 연애의 도시 발하임에서 갑자기 ‘돈 없고 키 작아도 살다보면 정들어’라는 현실적인 결혼 장려 노래라니!! 아니 여기 이런 곳이구나?

그리고 갑자기 여기에 꽂힌 나.

이성애, 정상가족에 기반하는 낙원 발하임.
발하임과 가부장제 질서.
여기에 꽂힌거야.

그러면 1막에서 오르카를 둘러싼 사람들의 태도도 설명이 되잖아. 니가 연애나 해 봤겠어? 하고 오르카를 놀리는데 굉장히 불쾌했음. 그치만 가부장제를 이탈한,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겐 당연한 일이지. 마을의 청년들에게 ‘가짜 엄마’ 노릇을 하지만 기회가 되면 조롱당하는 거지.

카인즈의 경우에도.
폭력의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없는 그녀는 발언권이 없지. 이런 발하임에서 만약 카인즈가 그녀의 남편이었다면 처벌받았을까? 아마도 카인즈는 자신의 정당한 소유물을 지킨 정당방위로 처벌을 면하지 않았을까.
카인즈의 결말은 순수하고 무모한 열정의 결과가 아니라 발하임의 질서가 용인하지 않는, 성원권을 획득하지 못한 이탈자의 마지막 같은 느낌이었어.
베르테르가 그렇듯이.


롯데는 발하임의 모범답안 같은 사람이었어. 아름답고 상냥하고 무엇보다 일대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감과 약혼한 여자. 자신이 속한 세상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그녀에게 발하임은 낙원이지. 세상도 자격있는 그녀를 사랑하고.

하지만 결혼하고 급격히 그녀의 삶은 집안으로, 알베르트의 옆자리로 좁아지고 상상 속 세상, 인형은 창고로 들어간 것 같아.
생기가 사라진 얼굴을 하고 있다가 알베를 보고 이 행복이 영원하길, 하고 노래하는 건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미 자기가 사는 세상과 미묘한 균열이 시작됐는데 애써 외면하려는 듯. (아, 알베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너무 좁은 판에서 대안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선택은 선택이니까.)

그리고 베르테르가 나타나지. 길 잃은 영혼.
롯데는 베르테르를 사랑했다고 생각해.
그 때문에 처음으로 자기가 속한 세상과 불화하고 자기 자신조차 낯설어지는 경험을 하지. 발하임에서 용인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하지만 그 이상의 끌림.
난 그게 롯데가 어른이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 원래 다들 낙원에서 쫓겨나 어른이 되는 거니까.

다만 롯데는 베르테르를 만나고 그 감정 속에서 번민하며 어른이 되어 폐쇄적인 낙원 밖으로 나가야만 했는데, 베르테르는 불안하고 우울한 영혼이라 그는 롯데의 손을 잡고 낙원 안으로 들어가길 열망한 게 아닐까.

지향점이 다르다고 해야하나. 같은 사랑으로, 롯데는 발하임 밖을 보고 베르테르는 발하임 안을 보고.

결국 롯데의 결혼여부와 무관하게 둘은 이어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알베르트는 발하임을 지배하는 질서를 상징하는 인물이지.
그가 어떤 방식으로 롯데를 사랑하는가와 무관하게, 체제의 수호자는 이탈자들(카인즈, 베르테르 그리고 롯데까지)을 징벌해야 하는 위치에 서니까.

마지막에 집배원에게 롯데가 하지 않은 말, “여행 잘 다녀오시라”를 전해주라고 하는데 그 말이 너무...롯데에게 주는 벌 같았어.

딱히 알베가 쓰레기 같은 인간이나 억압적이거나 사랑아닌 사랑을 하는 남편이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도 원칙적인 낙원의 수호자라서... 나는 베르테르가 죽은 이후, 롯데가 더이상 낙원이 아닌 그 곳을 뚜벅뚜벅 걸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영원히 아이로 살 순 없으니까.

어쨌든 극은 너무 재밌었어.
사랑과 열정을 이야기하는 극에서 혼자 가부장제를 읽고 킥킥 재밌네, 했지만.

비감이 서려있는 현악 중심의 선율도 매력적이고 롯데 넘버들 다 너무 좋고.
돌부리에 걸렸다, 는 대사할 때 절묘하게 뚝 떨어지는 카벨텔의 눈물도, 정말 아이처럼 우는 남주라서 좋았어.

배우는 너무 다 좋았는데... 다만 역시 베르테르는 좀 젊어야 겠구나는 생각은 했음. 롯데가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시작하듯, 베르테르도 같은 출발선에 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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