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공연을 또 볼 수 있을지 몰라서 기록 차원에서 적어놨는데 공연 회차가 적어서 본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고 또 뭐가 바뀐 건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올려봐.

나는 주로 2015년 20주년 공연을 돌았고 전 시즌은 한번밖에 안봐서 20주년 공연을 기준으로 썼어.

보기 전에는 적자가 심한데 그냥 나중에 기회가 좋을 때 다시 올리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까 준비를 정말 많이 해서 무리해서라도 공연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의상, 세트, 소품 전부 다 바꿔서 회전무대 빼고 거의 다 바꾼게 아닌가 싶더라고.

처음에는 뒷배경만 LED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궁궐기둥도 다 LED 패널이었음. 장점은 공간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거 단점은 배경들이 대체로 괜찮긴했는데 수태굿 장면같이 섬세하게 색 표현이 안 되는 배경이 몇 개 있었어.
그리고 편하게 영화보면 되는데 굳이 몸을 움직여서 공연보러 가는 사람들은 아날로그랑 현장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제작사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기사에서 의상 얘기가 계속 나오길래 주요캐릭터만 바꿔주겠지 했는데 전부 완전 다 바꿈. 기존 의상은 초기에는 괜찮았지만 20년 넘다보니까 좀 우중중한 감이 있었어.
특히 궁녀들 무아레 생기는 청록색 깨끼한복 같은 거 좀 바꿔주지 볼 때마다 생각했었는데 완전 화사하게 싹 바뀜.
명성이랑 고종이랑 의상 엄청 다양해지고 예쁨. 무과 시험에서 고종이 군복입고 모자쓰고 나오고 2막 연회장면에서 기존엔 고종이 단발하고 제복 입었었는데 이번에 한복으로 바뀌었고 면류관 쓰고 나와서 이번 시즌에는 고종도 양장이 없어.

음악은 완전히 새롭게 작곡한 건 세자탄생축하송(?)인 것 같고 나머지는 넘버들을 편곡해서 사용한 것 같았어.

가사는 한자말을 한글로 바꾸거나 요즘 관점에 맞게 내용을 바꾸거나 동사의 어미를 바꾸거나 해서 자잘하게 많이 바꿨는데 처음 보면 별로 티는 안날거야.

넘버 사이에 대사를 넣긴 했는데 엄청 많이 바뀐 건 아니고 기존에 있던 넘버 중에서 몇 가지만 음을 뺐고 새로 내용을 추가한 부분만 대사로 넣음.
나는 명성이 송스루라서 좋아했지만 추가분을 새로 작곡해서 넣는 것보다는 대사로 처리하는게 수월하고 또 더 대중적인 길로 가는 중이라고 생각함. (사실 나는 끊김없이 노동요로 쓰기 좋아서 송스루를 좋아하는거라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님. 힘찬 넘버가 많고 박자가 딱딱 떨어져서 집안일할 때 틀어놓으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서 일하기 좋음.)

1막은 순서가 많이 바뀌었고 2막은 거의 비슷해.
원래도 사건나열식이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다듬어지다보니 장면 전환이 빨랐었는데 이번에 새로 순서를 바꾸다보니 끊어지는 부분이 많이 보였음.
처음에는 순서가 바뀐 걸 모르고 아니 양이가 이렇게 빨리 쳐들어 오다니! 앞 부분은 시대랑 안 맞아서 빼버렸나보다 했는데 응 아니야 뒤에 나옴.

이번 시즌에는 피드백을 좀 해서 기존에 아! 이건 좀... 했던 부분들을 많이 고치려고 노력했더라.
명성은 자기중심적인 통치자가 아니라 자아성찰과 애민정신을 좀 넣으려고 한 것 같고 고종은 무력하고 무능한 허수아비에서 생각과 의도가 있어 이것저것 시도해보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바꿔보려고 한 것 같아.
비록 자기 의견은 내 새끼가 나를 쏙 빼닮았구나밖에 없었지만 ㅠㅠㅠ 부부 사이도 좋아보이고 기존에는 명성이 섭정같았는데 이번에는 부부정치단같았다.
기존에는 세자를 어화둥둥 키웠는데 애를 강하게 키운다고 자꾸 혼냄. 아빠가 혼냈는데 엄마도 위로하는 척 하면서 또 혼냄. 세자가 문돌이었었는데 무인 꿈나무가 됨.(세자 넘버는 무과시험을 리프라이즈해서 씀. 오륜쏭을 돌려줘요 ㅠㅠ 세자가 노래를 잘하고 매우 귀여웠음)

가장 크게 바뀐 건 일본을 다루는 방식이었는데 기존에는 1막 엔딩이 정한회의여서 막이 끝나서 배우들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은데 천황폐하를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사람들한테 박수를 치기도 뭣하고 안 치기도 뭣하고 마냥 찜찜한 기분으로 인터미션을 맞았었음.
이번에는 정한회의가 앞으로 가고 민비환궁이 엔딩씬이라서 드디어 기쁜 마음으로 신나게 박수를 칠 수 있게 되었음.

그리고 일본왜상 씬에서 게이샤가 빠지고 일제수탈 장면만 나와서 거부감은 덜했음.
이노우에 씬이 다 빠져서 명성이랑 일본 사이에 직접적인 갈등이 빠진 건 조금 아쉬웠지만 이노우에 협박씬에서 명성이 구원자처럼 등장하지 않아서 부부 관계가 좀 동등해보이는 점이 좋았음. 근데 빠진 걸 보충 안하니까 장면전환이 밍숭밍숭해서 개선을 했으면 좋겠음.

2막 삼국간섭이 빠져서 무대리프트랑 이중무대가 없어졌는데 이제는 무대리프트가 엄청 신기한 기술이 아니라서 큰 아쉬움은 없었고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씬이 좀 들어갔음.

아 1막 7인의 사절에서 사절단들이 죽마를 안 타고 그냥 걸어나와서 다리 안무가 생김. 서양 열강들은 키가 크고 중국과 일본은 키가 작다는 걸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최종 승자는 일본이라는 게 웃픈 포인트였는데 이번엔 바뀐 안무 보느라 내용은 잘 못들음.

대충 이 정도 변한 것 같고 넘버별로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만 쓸게.

짧은 감상은
1. 신명성은 늘 하던대로 잘함.
요종은 성악발성이 궁금했는데 깨끗하게 소리를 내서 좋았음.

2. 명성이 착해져서 매력이 줄음
명성이 장부의 기상으로 강하던 시절에는 매력있었는데 남편도 배려하고 백성도 아끼고 세자도 사랑하고 다 좋은데 배우가 연기를 잘해도 그냥 노잼됨.

3. 고종이랑 홍계훈이 콩알만큼 비중이 늘어난 것 같음. 고종이 서학공부를 통해 외세에 방비하고자 하는 의식있는 허수아비가 됨.
홍계훈 병풍씬이 추가되고 세자의 무예스승이 되어 활을 쏘는데...(대장 좀 그만 좀 부려먹어라 궁궐것들)


4. 우리 애가 말 좀 하겠다는데 왜 자꾸 끊는거에욧!
고종이 말만 할려고 하면 누군가 가로챔ㅠㅠㅠㅠ
대사도 별로 없는 사내 너무 괄시하지 마시오ㅠㅠ


5.. 요린 신랑 기대했는데
혼례식 아역은 앙들이 대신함.

6. 정목화 배우 정말 신들린 것처럼 연기한다
진령군이 이렇게 더 진화할 줄이야....
늘 너무 잘해서 더 잘할 줄은 몰랐는데 남자 목소리 여자목소리 막 번갈아 내면서 연기하는데 진짜 빙의되신줄

7. 앵콜곡이 바뀜
기존에는 백성이여 일어나라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우리는 일어나리라로 바뀌어서 모든 사람의 염원이라는 느낌+요즘같은 상황에도 희망을 품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뭉클함이 있었음

8..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요종 모자 사이즈 좀 맞춰주시오. 관들이 너무 커서 애잔함이 맥스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