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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ㅎㄱㄱ)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의 노래 (라레볼 후기)

ㅇㅇ(211.207) 2021.07.27 00:56:17
조회 526 추천 35 댓글 8

너무 더워서 제대로 잠에 들지도 못하고 뒤척이던 이른 아침, 뜻밖의 나눔글을 봤어.

(https://gall.dcinside.com/theaterM/3107827)

우와, 되게 재밌고 신박한 나눔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한창 빠져서 회전돌고 있던 라레볼을 떠올리고 댓글을 남겼는데 당첨이 되었지 뭐야.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선물을 받았어! 나눔바발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맙단 말을 전할게.



-



내가 나눔글에 아래와 같이 댓글을 달았었어.

"자유의 꿈, 평등의 꿈, 무모해 보이는 꿈을 꾸며 죽어간 이들을 위한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의 노래."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의 노래>. 개인적으로 나는 이게 라레볼 극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생각해.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는 누굴까?

극중에서 홍규가 서도와 왕비전에서 대화를 나눌 때, 자기 신념과 애타는 소망을 고백하면서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를 언급해.

"피눈물을 흘려보지 않은 그들은 영원히 모를 거야.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우리의 꿈이 얼마나 성급하고 무모한지 뼈아프게 알고 있었다는 걸. 그걸 알면서도 우린 꿈을 꾸고, 우린 죽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죽어간 그 피웅덩이에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가 서 있을 거야. 그 아이는 알아. 우리가 어떤 꿈을 꾸고, 왜 죽었는지."

즉 홍규가 바라던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는, 남들은 무모하고 가망없는 한낱 객기라고 비웃던 그것을 간절함과 열정으로 빛나던 '꿈'으로서 보아줄 수 있는, 훗날 걸어올 사람을 말한 것이겠지.


그런데 무언가가 빛나려면, 그 빛의 근원이 필요해.

하늘에 뜬 별 대부분도 실은 혼자서 빛나는 게 아니라 태양빛을 반사해서 빛나는 것이라고 하잖아.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 눈을 빛나게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그 빛, 자유와 평등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타올랐던 빛을 품고 나아간 사람, 기꺼이 자신이 걸어간 길에 남은 발자국을 피로 물들여가며 기어이 올 봄을 품고 달려나간 사람이 누굴까?


"난 나를 던져볼 거야. 하필이면 이 시대에, 하필이면 이 땅에 태어났으니까.

기어이 봄은 올 거야."


끝까지 꿈을 껴안고 삶을 불살라 바친 홍규.

그렇게 타오른 그의 삶이, 훗날 걸어올 이들의 눈에 빛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홍규가 꿈꾸던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는, 결국 홍규 그 자신이 '빛나는 눈'으로서 살아갔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었던 거야.


그렇다면 홍규는 그 빛을 어디서 받았을까?


"법국의 그들도 혁명의 성공을 믿었을까?"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프랑스 인권 선언을 자기만의 필체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써내려가며,

홍규는 저 말을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겠지.

그러면서, 비록 잡설이라고 질책하기는 했지만, 그도 <레옹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생각해.

가난한 서민 청년 레옹이 시민들을 이끌고 광장으로 달려나가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대목을, 홍규는 남몰래 몇 번이고 읽어보지 않았을까?

사치와 향락과 부패로 드높이 쌓아 올린 귀족의 댐을 온몸으로 들이받아 자유의 강, 평등의 강이 범람하도록 분투한 레옹.

홍규는 책 속 레옹에게서 자신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레옹이 지핀 혁명의 불꽃이, 백여 년 후 세상의 끝에서 꿈을 꾸던 조선 청년의 눈에 빛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1789년 레옹이 터뜨린 혁명의 불길은

1884년 홍규의 삶에 옮겨 붙었고,

그리고, 현재 2021년, 우리는 그들이 남긴 빛을 노래하고 있어.

그들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

그들이 그 꿈을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

그들이 무엇을 위해 죽었는지.

전해져 온 그 빛이, 우리로 하여금 그 모든 것을 노래하게 하고 있어.


극을 볼 때마다 많이 반성하게 돼.

역사 속 수많은 홍규가 자신을 불살라가며 꾸었던 꿈을, 역사책 속 지나가는 한 줄로만 기억했던 내 지난 날이 부끄럽더라고.


내 눈앞에 지금 1884년의 홍규가 나타난다면 과연 나는 무어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문득 고민해 보았어.

한 마디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미안해요, 내가 너무 몰랐어서."


그런데 홍규가 꼭 내게 이렇게 대답할 것만 같더라고.

"괜찮다. 지금 내가 꾸었던 꿈을, 내가 던졌던 삶을 노래하고 있는 네 눈이 빛나고 있으니."



이제 극이 막을 내릴 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네.

극은 막을 내리더라도, 그 빛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며 노래하고 싶어.

홍규가 마지막으로 노래했던 것처럼...


"세상이 모두 사라져도

잔인하고 뜨거운 사흘간의 기억이

영원토록 내 가슴에 타오르게 하소서."



-



두서 없고 거친 후기지만, 읽어준 모든 바발들 고마워 :)

더불어 나눔바발도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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